2010년대 이후, 당신이 기억해야 할 K팝 댄스 트랙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아이돌 그룹과 아이돌 그룹 출신이 솔로로 발표한 댄스곡 중에서 가수의 유명세, 히트 여부 등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직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20개의 댄스곡들만 뽑았다.
글ㆍ사진 이즘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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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음악 마니아들과 평론가들은 댄스 음악을 무시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몸을 격렬하게 흔드는 건 경박하고 저질스럽다고 생각하는 유교 문화 때문이고, 둘째는 클래식 음악을 우선시 하는 잘못된 음악 교육, 그리고 셋째는 현재 댄스 음악의 바탕이 그토록 멸시했던 흑인의 음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춤은 음악, 미술과 함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 행위로 춤은 태고 때부터 신에 대한 경배의 몸동작이자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는 양식이었다. 그런 춤과 댄스 음악을 무시하고 깔보는 것은 건방진 선민의식이자 오만한 우월감이다.

모든 히트곡이 반드시 좋은 노래가 아닌 것처럼 널리 알려지진 못했지만 독특함과 대중성이 균형을 이룬 훌륭한 노래도 많다. 막강한 팬덤을 갖고 있는 가수, 화려한 뮤직비디오, 아름답고 멋진 외모의 가수가 부른 노래들은 곡의 완성도와 대중성에 상관없이 무조건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번 특집은 K팝이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아이돌 그룹과 아이돌 그룹 출신이 솔로로 발표한 댄스곡 중에서 가수의 유명세, 히트 여부 등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직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20개의 댄스곡들만 뽑았다. 물론 완벽한 선정은 아니지만 근사값에 도달하기 위해 고심했으니 여러분이 좋아하는 노래가 없다고 해서 노여워하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애프터스쿨 'Flashback' (2012)

주축이었던 가희의 졸업과 전담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의 부재가 오히려 그룹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세련된 곡을 만들었다. 단단하고 절도 있는 전자음으로 치장하되 지나치게 클럽튠에 함몰되지 않은 EDM 사운드는 10년의 세월에도 지난 주의 신곡처럼 늙지 않은 한편, 브릿지에서 등장하는 레이나의 전형적인 '아이돌 고음'은 2010년대 초중반의 작법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음악만으로도 카리스마 넘치지만 무대에서 보여주는 '파노라마' 군무는 시각적인 쾌감까지도 더한다. 그야말로 'K팝'과 '댄스'의 멋진 절충안.


달샤벳 'B.B.B (Big baby baby)' (2014)

발랄함에서 섹시로 본격 변신을 감행했던 그룹의 선택이 유리스미스 풍의 1980년대 신스팝이라니, 이보다 더 적절한 묘수가 있을까. 분명한 지향점과 절묘한 레퍼런스 덕분에 뚜렷한 복고적 색채에도 낡은 느낌 없이 근사하기만 하다. 공격적인 드럼 머신의 속도감과 아슬아슬한 수위의 가사가 이루는 조화는 K팝이라는 틀까지도 허무는 듯이 느껴진다. 달샤벳은 레인보우, 나인뮤지스와 더불어 비운의 걸그룹 삼대장으로 묶이면서도 유달리 안타까운 잡음이 많아 언급이 덜한 편이나 이들 못지않게 충분히 재평가될 가치가 있는 팀이다. 그룹을 더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마지막 노래였던 '금토일'을 또한 추천한다.


인피니트 'Man in love (남자가 사랑할 때)' (2013)

강렬한 퍼커션 연타로 사운드를 전개하자마자 청량하게 귀를 쏘아 올리는 신시사이저와 비련을 머금은 멜로디와 랩이 쉬지 않고 몰아친다. 빈틈없이 꽉 들어찬 악곡에 숨이 턱 막힐 수도 있지만, 버거웠던 기분은 이내 뻗어가는 고음과 함께 극적인 카타르시스로 향한다. 펑키한 베이스와 기계적으로 짜인 드럼 프로그래밍 등 긴박한 그루브 위로 작곡팀 스윗튠이 당대에 새겨 넣은 댄스 작법은 직선적 편곡을 기반으로 더 빠르게 근본적인 쾌감과 마주하게 한다. 심장이 뛰는 박자에 맞춰 작은 신경 세포 하나하나부터 감각을 자극한다.


씨스타 'Shake it' (2015)

씨스타의 음악은 대한민국의 여름을 책임졌다. 스크래칭을 가미한 펑키(Funky) 리듬에 시원한 감촉을 입힌 'Shake it'은 특유의 밝은 색감을 유지하며 그룹의 방향성을 공고히 했다. 단순히 청량한 계절감만을 내세운 것은 아니다. 팝의 요소를 이식해 중독성을 끌어낸 멜로디, 따라 부르기 용이한 직관적인 노랫말과 멤버들의 건강미 넘치는 비주얼로 선보인 안무 등 친절한 '대중음악'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Touch my body', 'I swear'에 이어 다시 한번 여름철을 뒤흔든 씨스타는 이 곡으로 앞서 거머쥔 '썸머 퀸' 타이틀에 방점을 찍었다.


여자친구 '시간을 달려서' (2016)

어느 부분을 재생해도 빠르게 곡에 빠져들게 만든다. 비장미 넘치는 선율과 박진감 넘치는 가사가 만나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 노래에 완성도를 높였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담백한 효과음. 3분 정도의 깔끔한 러닝 타임 속 각 잡힌 기승전결이 쉽게 곡을 익힐 수 있게 하며 일렉트릭 기타와 현악기로 고조하는 분위기가, 몸과 마음의 온도를 높인다. 쉽게 짠 곡의 구성과 적소에 가미한 사운드 소스가 곡에 가장 큰 2개의 장점을 부여했다. 떼창과 댄스. 듣기 좋고, 따라부르기 쉽고, 함께 뛰며 춤추기 제격인 올 그라운드 K'팝' '댄스' 명곡이다.


샤이니(SHINee) 'View' (2015)

운율에서 느껴지는 리듬과 보컬의 그루브, 가사의 색채가 조화롭게 앙상블을 이루어 '보이는 음악'이라는 실험적인 목표로 향한다. 공감각적인 가사도 흥미롭지만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후 카타르시스 직전에 달아오른 분위기를 한 템포에 가라앉히는 연출이 가장 빛난다. 곡을 듣고 있으면 몰입의 주도권을 완전히 쟁취해내는 이러한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다. 춤은 음악을 시각화한 것이니 'View'를 듣고 자연스럽게 춤을 추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블랙핑크 '뚜두뚜두 (Ddu-du ddu-du)' (2018)

가수 고유의 매력과 음악의 콘셉트가 맞아 떨어졌을 때 일어나는 결과를 배울 수 있는 교과서 같은 댄스 트랙. 치밀하게 짜낸 극적인 편곡과 그루브를 살린 날카로운 랩이 동양적인 음계 위를 타고 흐르는 중독성 있는 춤을 떠받친다. 블랙핑크만이 낼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로 노래의 가사처럼 거침없이 눈치 보지 않고 직진하며 잘 만든 드랍이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시험한다. 세계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이 이전과 다른 것에는 '뚜두뚜두'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이엑스아이디(EXID) '내일해' (2018)

힙합과 알앤비의 결합으로 태생적 바운스를 지닌 뉴 잭 스윙은 듀스의 1990년대 작품 '나를 돌아봐'와 '우리는'으로 꽃피웠다. 현지에서의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국내의 뉴 잭 스윙 음악도 자취를 감췄으나 1990년대를 대표하는 프로듀서이자 해당 장르의 거장 테디 라일리가 SM과 손을 잡아 K팝과 뉴잭스윙을 융합한 독특한 곡들이 탄생했다. '위아래'와 'Hot pink'로 섹시 콘셉트를 굳혔던 걸그룹 이엑스아이디에게 2018년 싱글 '내일해'는 기분 좋은 전환이다. 뉴 잭 스윙의 문법을 따르는 이 곡은 촘촘한 베이스와 드럼 비트로 몸을 들썩이게 하며 복고적인 신시사이저 음색으로 추억을 자아낸다. 히트 메이커 신사동 호랭이의 지도 편달 아래 멤버들은 1990년대의 댄서블한 사운드를 구현해냈다.


루나(LUNA) 'Free somebody' (2016)

에프엑스의 실험적 음악 행보처럼 그룹의 메인 보컬 루나의 출발도 비범했다. 2016년에 나온 첫 번째 미니 앨범 는 이채로운 스타일을 포용하며 미래적 사운드를 들려줬고 타이틀 곡 'Free somebody'는 웰메이드 댄스 팝의 전형이다. 딥 하우스에서 파생되어 2010년대 초부터 유행했던 퓨처 하우스를 수입한 이 곡은 과하지 않은 전자음과 정밀한 프로덕션으로 세련미를 구축했다. 전자음을 뚫고 나오는 파워풀한 후렴구도 긴 잔상을 남기는 이유. 이기 아젤리아와 피프스 하모니의 곡을 프로듀싱했던 스웨덴 출신 안톤 하르트 아프 세거슈타트와 조이 뎁, 리니아 뎁의 편곡에 한국 작사가들의 노랫말을 더한 국제 프로젝트는 빌보드가 선정한 2010년대 최고의 K팝 100곡에서 57위에 올랐다.


트와이스 'Dance the night away' (2018)

트와이스의 명랑한 성공공식 '모두가 따라 부르기 쉬운 후크송'을 예상했다면, 'Dance the night away'는 그 틀을 시원하게 깨는 '모두가 따라 들썩거릴 수 있는 댄스곡'이다. 강조된 스네어 드럼과 리듬감 넘치는 효과음이 곡의 절정에 이르기 전까지 가벼운 준비 운동을 지시하고, 중독적인 후렴구를 기대한 순간에 금관 악기로 꾸민 드롭 구간이 파도처럼 밀려들며 모두가 발을 구르는 댄스파티로 청중들을 초대한다. 휘성이 선물한 노랫말도 백사장 위를 맨발로 거침없이 딛는 9명 소녀를 연상시키며 청량한 분위기에 잘 녹아들었다. 한여름 밤에는 'Dance the night away'를 틀어놓고 발랄한 트와이스 감성을 느끼며 신명 나는 춤사위까지 호기롭게 시도해 볼 만하다.


카드(KARD) 'Hola hola' (2017)

카리브 제도의 뜨거운 태양과 바다를 연상케 하는 청량한 분위기의 트로피컬 하우스는 K팝에서 썸머송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일찍이 뭄바톤을 활용한 댄스 트랙으로 남미에서 먼저 호응을 얻은 카드의 'Hola hola'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팀 특유의 이국미가 담긴 노래는 경쾌한 신시사이저 위에 톡 쏘아 올리는 전소민의 보컬과 제이셉, 비엠의 랩을 교차하며 기분 좋은 쾌감을 선사한다. 오랜만에 등장한 혼성 그룹은 밀레니엄 시대의 여름을 책임졌던 코요태, 쿨 등의 향수까지 끌어오며 혼성 그룹 - 여름 - 댄스 트랙의 성공 공식을 다시 입증했다.


펜타곤 '빛나리' (2018)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비롯한 각종 스낵 콘텐츠에서 유행하는 춤으로 안무를 구성했다. 대형을 유지하며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군무 속에서도 친구들끼리 모여 춤을 추는 듯한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이유도 그 덕이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확실한 떼창 포인트, 간단한 피아노 루프가 만드는 리듬감이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한다. 재치있는 가사,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보컬 모두 조명 받아 마땅하지만 누구나 어색함이 없이 몸을 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이 노래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포인트다.


갓세븐 'Lullaby' (2018)

JYP 엔터테인먼트 시절 발매한 갓세븐의 정규 3집  타이틀 곡이다. 화끈하진 않지만 적정선을 지키면서도 내적 고갯짓을 유발하는 후렴구는 모든 것을 제쳐 두고도 K팝 댄스에 빠질 수 없는 기록을 추가한다. 걸그룹 전성시대와 방탄소년단의 그림자 아래 보이 그룹으로서 뚜렷한 서사를 남기진 못했지만 'Lullaby'를 비롯해 멤버 뱀뱀이 참여한 'Party' 등은 앨범에서 무시 못 할 댄스미(Dance美)를 발휘한다. 멜로디와 반주가 한 몸을 이루듯 부드러운 흐름은 감상자를 홀연듯 흡수하며, 의식하지 못한 사이 음악 속으로 빠져든 우리는 리듬 속에 이미 춤을 추고 있다. 제목만이 아이러니다.


있지(ITZY) 'It'z summer' (2019)

JYP가 상상한 K팝의 미래는 있지로 하여금 귀결된다. 부글거리는 베이스와 날카로운 금속성을 갖춘 '24Hrs'부터 부푼 브라스를 필두로 종잡을 수 없는 전개를 끌고 온 'Not shy'까지, 기획사의 대중적 노하우와 실험적 스탠드의 조합은 오늘날 있지만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그 스타일의 시작에는 바로 'It'z summer'가 있었다. "짜릿한 기분 좋아 춤을 출래"라는 외침과 함께 빠르게 질주하는 마법의 3분, 차갑다 못해 얼어붙은 질감에는 세련미가 배어 있고 정돈된 속도감에서는 트랜스(Trance)의 도취 정신마저 묻어난다.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일반적인 댄스의 개념과는 다르게, 당신의 이성을 차분하게 식혀줄 숨은 칠(Chill) 트랙.


로켓펀치 'So solo' (2022)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가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 그러하듯 K팝 역시 댄스를 강조하기 위해 후렴에 가서 신나는 리듬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So solo'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곡은 이번 특집을 위한, 이번 특집에 의한 선정곡으로 음악의 바다를 헤매다 발견한 진주같은 곡이다. 다소 유치한 선율과 가사의 어감은 흡인력을 떨어뜨리지만, 인내의 끝에 도달한 코러스의 리듬감 넘치는 반주는 이를 단숨에 반전시킨다. JYP의 있지를 닮은 통통 터지는 사운드가 로켓펀치의 스타일인 것에 반해 앞으로 밀고나가는 진취적 바이브는 청취자를 '로켓펀치'의 새로운 유니버스로 끌어간다. 주관적이지만 객관적이길 바라는 원 픽!


워너원(WannaOne) '에너제틱' (2017)

개인적으로 조금 욕심을 내어, '가장 모범이 될 댄스 트랙'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다. '에너제틱' 만큼 모든 기준에서 평균 이상을 충족하는 정석적인 K팝 곡이 있을까. 명확한 기승전결과 정직한 4/4 박자가 춤추기 좋은 골격을 세우면, 여기에 이름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응축한 전자음은 물론, 이를 남발하지 않고 중요한 순간에 꽂아 넣는 정갈한 사운드 배치가 차근차근 절도(節度)의 벽돌을 쌓아 올린다. 소년들의 시원시원한 가창은 빈틈을 차곡히 채우는 시멘트와 같다. 비록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에너제틱'이 세운 역동성의 지표는 오늘날에도 많은 후배들의 교본으로 자리할 것이다.


에이오에이(AOA) '짧은치마' (2014)

청담동 거리를 쓸쓸히 맴돌던 소녀들은 치마를 짧게 쳐내야만 했다. 에이오에이는 보이 밴드 명가 FNC에서 선보인 걸그룹답게 밴드와 댄스의 양면을 모두 취하고자 했지만, 혼선만 남긴 채 가요계를 겉돌고 있었다. 이에 떨어진 결단은 섹시 콘셉트로의 전환. 극단적 조치였으나 별 수가 없던 이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 용감한 형제의 손을 빌려 애처로운 현실을 식어버린 연인 관계에 투영했다. 코드 몇 개만을 짚는 오르간과 탁한 스네어가 복잡하고도 절실한 감정선을 그려내고 열렬하고도 직접적인 구애의 노랫말은 애달픈 허밍과 함께 울려 퍼지며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가위로 옷감을 잘라냈을지언정 음악만큼은 꿋꿋이 지켜낸 '짧은 치마'는 시대의 요구에 적절히 순응한 천사들의 멋들어진 마름질 결과다.


청하 'Stay tonight' (2020)

크레딧엔 대체로 안무가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 그러나 춤에 진심인 청하에게 이는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 그와 꾸준히 협업하며 단순 모임에서 댄스 크루로 발돋움한 '라치카'가 그 의지를 대변하는 증거고, 탄탄한 상호 신뢰의 결실이 첫 정규작의 리드 싱글 'Stay tonight'이다. 동양풍의 하프로 피어난 청하는 이내 깊숙이 진동하는 베이스를 따라 쉴 새 없이 팔과 손목을 꺾어댄다. 서서히 끌어올린 고음 직후 극한으로 사운드를 절제하며 압도적인 공간 대비를 드리우고, 급기야 브릿지에선 절정에 다다른 플로어를 댄서들에게 양보하며 식구들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물러섰다. 고급스러운 변주 속에서 무대 위의 모두가 주인공임을 피력한 보깅 트랙, 다가올 댄스 광풍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묵묵히 예고했던 2020년대 최고의 댄스 걸작.


브레이브걸스 '옛 생각' (2017)

힙합 리듬과 이모코어 힙합의 감성, 펑크(funk)와 트랩을 오가는 하이해트 연주, 2000년대 후크송의 선명한 멜로디까지 온갖 '쿨'한 요소들을 섞은 '옛 생각'은 걸그룹 노래들 중 가장 독보적인 그루브를 선보인다. 2절의 'Makeup도 안 하게 됐어'부터 '다 타버린 재로'까지 이어지는 유나와 탈퇴한 멤버 혜란의 래핑 플로우와 가사의 라임은 걸그룹이 부른 랩 파트 중 최고이며 주요 멜로디 라인을 소화한 은지의 과하지 않은 바이브레이션과 메인 보컬에서 살짝 물러난 민영의 코러스 역시 빈틈없다. K팝 걸그룹 노래 중에서 가장 쿨하고 섹시한 트랙이다.


트라이비 'In the air' (2022)

2022년 현재, 걸그룹 중 평균 나이가 제일 어린 트라이비의 발랄함, 패기, 희망, 긍정이 트로피컬 사운드와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로 응집된 'In the air'는 기존의 강렬한 노래와 달리 천방지축 멤버들의 청량한 순수함이 빛난다.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린 후 클라이맥스에서 주요 멜로디가 터지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이 곡엔 머리에서 맴도는 후크, 그 선율과 리듬에 어울리는 안무도 장착했다. 치어리딩 응원 곡으로도 어울리는 이 밝고 사랑스런 서머 송 'In the air'는 2022년에 발표된 걸그룹 노래 중 가장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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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