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서 분명히 얻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세계와의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그만 내 일상에서 다른 세계로 훌쩍 건너가는 일. 혹은 내가 눈여겨보지 못했던 세상의 어떤 부분을 발견하고 가슴 서늘해지는 일. 내 안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감정을 찾는 일들이요.
책을 읽으면서 이런 기쁨을 누리지만, 이상하게도 종종 외로운 기분에 휩싸이곤 해요. 마음이 머무른 문장에 밑줄을 긋다가. 덧붙이고 싶은 경험이 떠올랐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메모하다가도. 아마 또 다른 인간에게 가닿고 싶은 마음이겠죠.
몇 년간 육아에 전념하면서 주로 아이의 낮잠 시간에 홀로 책을 읽고, 모임에 참여할 기회를 갖지 못했어요. 그래서 책읽아웃을 듣는 시간이 꼭 시원한 샘물을 들이켜는 것처럼, 같은 책을 읽은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는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통로였습니다.
에피소드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만큼이나 저는 출연자들의 육성, 호흡, 말을 고르는 시간의 망설임 같은 것에 마음을 빼앗기곤 해요. 김원영 작가님이 출연했던 편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진행자와 출연자가 공명하던 순간. 그 떨림과 감동이 제게도 고스란히 옮아왔어요. 제게 책읽아웃은 독서로 확장된 세계가 활자에 갇히지 않도록, 다시 사람과 삶을 주목하게 하는 힘을 주는 팟캐스트예요.
오은 시인님은 옹기종기 모인 대화의 자리에 누구든지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도록 하는 진행자 같아요. 문턱을 낮추고 환대하는, 그래서 말의 물꼬를 트는 편안함이 참 좋습니다. 황정은 작가님이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출연하셨을 때 목소리와 어조에 마음을 완전 빼앗겼었는데, 계속 들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답니다. 작가님의 말은 어떤 것을 생각하고, 그런데 또 생각하는 사람의 말처럼 다가와요. 그 지긋함이 저도 모르게 작가님의 말들을 의지하게 합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하며 책과 사람이 얽힌 배움과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
<책읽아웃> 5주년 감사하고 또 축하드립니다.
*심사평 가을 사과 같은 리뷰. 이 리뷰를 통해 <책읽아웃>이라는 이름의 5년생 나무를 보았습니다. 든든한 뿌리부터 열매까지를 같이 볼 수 있는 글이었어요. 고맙습니다. (from. 황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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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단비(책읽아웃 청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