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나르시시즘의 선봉자, 리조
신명나는 옛 사운드를 포장지 삼아 '당신은 특별하고 사랑받아 마땅하다'라는 격언을 전 세계에 전한다. 거친 행동과 과격한 표현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지만 그 진의는 결코 경박하지 않다.
글ㆍ사진 이즘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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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나르시시즘의 현신 '리조'가 다시 한번 세상에 사랑을 외친다. 2020년 로 그래미에서 어반 컨템포러리 베스트 앨범을 수상한 '자기 구애 음악'의 선구자는 올해 신보의 리드 싱글 'About damn time'을 빌보드 정상에 올려놓았다. 물오른 역량과 에너지를 과시한 그는 자아도취로 흠뻑 적신 지금까지의 활동을 넘어서, 뜨거운 경험까지 녹여낸 로 아름다운 영향력을 더 널리 전파하고자 한다.

이번에도 과거 장르에서 전수받은 흥으로 21세기를 물들인다. 1980년대 힙합과 록을 융합한 비스티 보이즈의 유산이 녹아든 'Grrrls'를 비롯해, 펑크(Funk)와 디스코를 재해석한 트랙엔 찬란한 시절을 향한 애착이 짙다. 레트로 열풍의 신호탄을 쏜 마크 론슨과의 협업곡 'Break up twice' 역시 블루지한 기타 위에서 여성 알앤비의 굵은 획 로린 힐의 'Doo wop'을 오마주해 흥겹게 추억을 재생한다.

단순히 복고 흐름에 올라탄 이들과는 달리 트렌드에도 날카롭게 발을 맞춘다. MTV 시대의 신스 팝을 닮은 '2 be loved'의 세련된 리듬감은 모든 세대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고, 'About damn time'도 시원한 발성으로 뽑아낸 캐치한 후렴구부터 숏폼 동영상에 맞춤형인 퍼포먼스까지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춤사위는 신세대의 당돌한 가치관을 대변하며 유행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방점을 찍는다.

무대 위로 동반자를 호출하는 구호는 'I love you bitch', 리조는 활력 넘치는 긍정의 메시지로 금남의 파티를 이어간다. 다소 우악스럽게 등장하는 비속어 호칭들은 흔히 남성 래퍼들이 자기 과시를 위해 사용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이 세계에서 여성들은 'Everybody's gay'의 디스코 리듬을 즐기며 열정을 발산하는 주체이자, 서로에게 찬사를 건네는 'Special'의 방식을 계승하며 우정을 과시하는 동료다.

신명나는 옛 사운드를 포장지 삼아 '당신은 특별하고 사랑받아 마땅하다'라는 격언을 전 세계에 전한다. 거친 행동과 과격한 표현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지만 그 진의는 결코 경박하지 않다. 도리어 진중하게, 함께 하는 추종자들은 구시대적인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연대로 뭉쳐 나아간다. 리조가 선봉에 선 익살스러운 투쟁은 이제 우아한 기품마저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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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