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가 미켈란젤로 스물네 살 때 작품이라는 것, 초기 초상화에선 얼굴의 측면만을 담았다는 것, 다빈치의 유일한 자화상이 위작일지 모른다는 것 등 이런 미술 지식을 알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을까? 아마 ‘교과 학습만으로도 바쁜데 미술을 언제…’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화가들의 작품과 삶,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상상력은 세계사를 이끌어간 생각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강력한 힌트이다. 최근 『1페이지로 시작하는 미술 수업』을 펴낸 김영숙 저자에게 청소년들이 미술을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미술을 꼭 지금 알아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많을 듯합니다. 왜 10대 때 미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는 우리는 늘 같은 생각들을 강요당하곤 하죠. 특히 교실 안에서는 정해진 답에 맞추어 일사불란하길 요구합니다. 그러나 미술의 세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술의 생태계는 ‘다름’이 우성입니다. 미술은 ‘늘 그러하듯’ 혹은 ‘원래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등의 말에 수시로 도전장을 내놓습니다. 미술 작품을 자주 접한 사람들은 ‘노란색 하늘’과 ‘분홍색 땅’과 ‘까만색 꽃 이파리’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세상을 바꾸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됩니다. 세상을 잘못 보는 게 아니라, 다르게 볼 수 있는 교육은 미술을 통할 때 더욱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200개의 미술 키워드를 뽑으신 기준이 있으셨을까요?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보다는 청소년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키워드를 찾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그리고 ‘미술’ 하면 꼭 알아야 하는 그림들을 찾아 작품, 미술사, 화가, 장르·기법, 세계사, 스토리, 신화·종교라는 대주제에 맞추어 소개했습니다.
예컨대, ‘화가’ 편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나 의외로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유명 화가들뿐만 아니라, 미술사에 큰 획을 남길 만큼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추어지고 뒤로 물러나 있어야 했던 화가들에 대해서도 지면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이 소개하려 노력했습니다.
미술을 아는 것은 그 당시 삶과 문화, 역사를 아는 것이라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미술이 꼭 작품이나 화가만 알고 끝나는 게 아닌 듯하네요.
어느 시대 어떤 상황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살아왔는지에 따라, 미술가들이 자신을 표현한 방식과 또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미술작품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만든 시대와 공간으로 이동해 한 사람의 눈을 완전히 사로잡은 어떤 사건이나 순간 앞에 다가가는 것과도 같습니다. 청소년들이 미술을 그런 의미에서 한번 들여다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그동안과는 다른 것들을 배우고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유명한 작품들 외에 청소년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작품이나 화가가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꾸 전쟁의 참상이 눈앞에 아른거려서일까요, ‘펠릭스 누스바움’이라는 화가가 떠오릅니다. 독일태생 유대인으로 2차 세계대전 동안 은신처에 숨어 지내면서도 그림을 그렸던 화가인데요. 자기가 그린 그림을 전체적으로 잘 조망하기 위해 뒤로 물러설 만큼의 여유 공간이 없는 곳에서도 그림을 그렸지요. 안타깝게도 그는 종전 1년을 앞두고 홀로코스트 열차에 실려 가 살해당합니다. 전쟁,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광기, 폭력, 터무니없는 민족주의 등에 생각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인 것 같습니다. 청소년 독자분들도 한번 같이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상상력이 남달라 청소년들이 배울 점이 많은 화가로는 어떤 화가를 꼽을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서울에서 전시회가 있었지요? 살바도르 달리 같은 화가들의 상상력은 정말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르네 마그리트 같은 화가의 그림도 특이하고 흥미롭고요. 사실 코로나 때문에 아직 전시회를 가기 망설여지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그래도 앞으로 차차 나아질 테니 조만간 여러 화가의 좋은 작품들을 직접 가서 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시절, 인상 깊었던 미술 책이나 작품이 있었나요?
불행히도 제가 청소년이던 시절에는 서양 미술과 관련된 책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서로 된 두꺼운 화집들도 형편이 아주 좋은 가정의 몇몇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였지요. 제가 미술에 대해 접할 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는 교과용 미술책이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간 이발소나 동네 중국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림이 있었는데요. 나중에 커서야 그 그림이 밀레의 <만종>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지만 공연히 쓸쓸하고 슬픈 느낌이 감도는 그림이었다고 기억되네요.
청소년을 위해 또 어떤 미술 책을 쓰고 싶으신가요?
그림이나 조각 등 미술작품들을 보다가 많은 궁금증이 생기실 겁니다. 그런 여러분들에게 제가 언젠가 도움을 청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게 질문해주세요!’라고 말입니다. 작품뿐 아니라 작품을 해석해 놓은 책이나 글을 읽다가도 많은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때론 작품보다 글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으셨지요? 여러분들이 가지는 그 질문들을 모아 그에 대한 답의 형식으로 책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 언젠가가 이른 시일 내에 왔으면 좋겠네요.
*김영숙 수만 년을 거슬러 현재에 다다른 예술 작품들 속에서 아름다움과 재미, 감동을 짚어내어 지식의 저변을 넓혀주는 미술 에세이스트이다. 세종문화회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법제처, 용인문화재단 등을 비롯한 공공단체나, 여러 기업과 갤러리, 도서관 등에서 미술사를 강의했고, 미술과 관련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고려대학교에서 서어서문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 주한 칠레 대사관과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일했다. 대학 시절에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할 만큼 클래식과 재즈 음악에 푹 빠졌고, 마흔 살 즈음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미술사를 공부했다. 글을 읽을 줄 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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