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 아오코는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문장으로, 에세이와 소설을 비롯한 작품들 전반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여성성의 압력을 날카롭게 이야기하기로 이름이 높다. 데뷔작부터 제26회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와 제35회 노마문예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8년에는 일본판 『82년생 김지영』의 추천사를 맡아, “절망으로 가득 찬 희망의 서”라 일컬으며 한국 페미니즘 소설에 공감과 경의를 표했다.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은 해시태그 미투가 전 세계적 성폭력 고발 운동으로 번진 뒤 다시금 대두된 페미니즘을 온몸으로 경험한 작가가, 일본의 성차별적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폭로하는 소설이다. 마쓰다 아오코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일본에서는 정치인이 아니라면 알려진 공인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게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페미니즘에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 그럼에도 이렇게 도발적인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일본 사회에서는 ‘정치적 발언’이 터부시되고 있는데, 일상적으로도 그렇고, 문학계에서도 ‘정치적’인 소설은 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문학 관계자가 많습니다. 그런 전제 속에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과 글을 써온 여성 작가들은 늘 존재했어요. 그리고 특히 지난 10년은 SNS가 보급되면서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위화감이나 분노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가시화된 시간이었습니다. 그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물론 SNS 외의 장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페미니스트라고 공언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속으로는 페미니스트인 사람도 많고,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할지언정 사고방식이나 행동은 페미니스트인 사람도 있어요.
커다란 무브먼트만 거론한다면 이처럼 꾸준히 지속되며 착실하게 퍼지는 현재의 모습을 놓치고 말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목소리가 작다고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저는 일본 사회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이러한 지속성을 소설로 만들고 싶어서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을 집필했습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작금의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인데, 우리 인간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속시키지 않으면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가 없어요. 그러한 역경과 희망을 동시에 그린 것이 본 작품입니다.
첫 장 “세상에서 ’아저씨‘들이 사라진다면?”이란 가정에서 보여주는 풍경이 참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장면은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첫 장면으로 배치하기까지의 고민이 궁금합니다. (편집자 주 : 소설 속 '아저씨'는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젊더라도 '아저씨'일 수 있고, 성별에 관계없이 가부장제적인 남성상을 가진 사람이면 다 해당된다)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을 물건처럼 다루거나 성적인 시선을 던져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동안 아이들은 자라나고, 그러면서 똑같은 가치관을 내면화하고 마는 악순환이 오랜 세월 계속되어 왔습니다. 앞서 적었듯이 일본 문학계는 ‘정치적’인 것을 꺼리지만, 현재의 이런 사회를 만든 원흉이 가부장제라는 사회 구조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저는 늘 시스템에 대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성인이 된 뒤에 AKB 그룹이 데뷔했는데, 어느 날 AKB 그룹 내 아이돌 구조가 일본 사회 속 여성들의 상황과 완전히 똑같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요소를 합쳐서 이야기를 만들면 지금의 일본 사회를 훨씬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해 나가던 와중에, 일본 사회를 한 마디로 나타낼 수 있는 단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부장제라는 단어는, 그 말을 익히 아는 사람이라면 곧장 전달될 테니 소설로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단번에 와 닿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일본의 정치계나 기업 수장들은 대부분 남성밖에 없는데다가, 여성이 있다 하더라도 ‘남성적’이라는 척도에 맞춰 행동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몇 년 전 SNS에서 논란이 된 사건 중에, ‘여성 활약’을 강조하는 포스터에 정장 차림의 아저씨 정치인들이 일렬로 늘어선 사진이 사용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자각이 없는 거예요. 뉴스에서 남성 정치인밖에 없는 의회 영상을 본 적이 있는 분도 있을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저씨’라는, 홑따옴표가 붙은 단어로 가부장제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종 오해를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은 남성 개개인을 규탄하는 것이 아니거니와, 성별 이원론에 가담하려는 것 또한 물론 아닙니다. 다양한 사람이 살기 좋은 사회를 지향하고 싶어요.
소설의 첫 장면에 대해 질문하셨죠. 『여자가 죽는다』라는 단편집(※2016년 저자가 출간한 단편집 『야생화가 보이지 않는 일 년』과 같은 작품으로, 문고판으로 출간되며 수록된 단편 중 하나에 맞춰 제목이 바뀌었다.)에 수록된 「당신이 좋아하는 소녀가 싫다」라는 작품이 있는데, 젊은 여성들에게 성적인 시선을 던지는 남성들을 향한 짤막한 작품으로, 마지막에 남성들의 눈에 여성들이 보이지 않게 되는 낙원이 등장합니다. 그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의 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국적이 다른 만큼 처한 환경이 다른데도 게이코와 다른 여성의 에피소드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속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고요. 한 가지 궁금한 건 게이코와 XX가 펼치는 혁명에 대한 에피소드가 더 추가되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굉장히 깔끔히 마무리를 하셨어요. 혁명 에피소드를 넣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나요? 혁명이 아니더라도 작품에 넣을까 했지만 못 넣은 이야기도 있으신지요.
다음 질문에 답한 것과도 연결되는데요. 저는 줄곧 여성 아이돌이나 걸 그룹의 팬이었어요. 한때 AKB48에게 빠져 있었는데, 어느 날 이성교제 사실이 발각된 멤버가 머리를 밀고 사죄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아이돌이라는 구조가 정말 무섭다는 것을 통감해서 그 후로 몇 년 동안은 보지 않으려 했었죠. 그러던 와중 친구가 ‘새로운 그룹이 데뷔해서 인기가 있다’고 알려줘서 게야키자카46의 뮤직비디오를 봤어요. 그랬더니, 아이돌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의 퍼포먼스에 매혹되는 제가 있었어요. 게야키자카46의 컨셉은 다른 AKB 그룹의 컨셉과는 명확히 달라요. 큰 차이점으로는 ‘혁명’과 이 사회에 대한 반역을 퍼포먼스라는 형태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좋아하면서도 유명 프로듀서인 남성들에게 기만당하는 감정도 느꼈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여자들에게 혁명을 구가하도록 시키면서 진정 그들이 혁명을 일으키기를 전혀 바라지 않으니까요. 자신들에게 순종적인 채로 그저 혁명의 노래만을 부르도록 만들고 있는 구조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럼 그들이 이 노래를 부르면서 정말로 혁명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상상했습니다. 일본에서 출간되었을 때에도 눈치 챌 사람들은 눈치 챘었는데, 이 소설 자체가 2차 창작물인 거예요. 현실에 존재하는 그룹을 모델로 세우면서 제가 보인 성의로써는 ‘이건 어디까지나 픽션이며, 현실의 그들과는 다른 인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뜬금없는 전개로 만듦으로써 이것이 2차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그런 의도로 쓴 ‘혁명’이었기 때문에 ‘혁명’의 내용을 자세하게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이 소설은 세상이 이렇게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었기에 ‘혁명’은 책을 읽은 사람들의 안에서 싹트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혁명’의 내용은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작품에 쓰지 못한 스토리는 있다고 해도 이미 잊어버렸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없었을 거예요.
게야키자카46 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으실까요? 또 최애를 가지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미디어의 이미지를 사고파는 일원이 된다는 갈등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돌 팬들 사이에 있다 보면 최애를 향한 사랑이 막상 당사자가 전혀 반기지 않을 방식(본문에서 나오는 성적인 2차 팬픽)으로 표출되는 모습도 보게 되고요. 그럼에도 최애를 가진다는 건 대단한 에너지를 주기도 합니다. 이런 내적 갈등을 어떻게 소화하고 계신지, 또 건강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여성 아이돌과 걸 그룹을 좋아하는데, 한국의 아이돌 그룹 중에서는 소녀시대도 좋아했고, 지금은 마마무와 ITZY를 특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BTS에게 엄청 빠져있어요.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에서도 자세하게 썼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오늘 날 사회에서 아이돌의 팬이 된다는 것은 곧 온갖 문제를 내포한 구조에 가담하는 것이라는 갈등이 수시로 따라다닙니다. 그 갈등 속에서 ‘최애’를 사랑하는 여성들이 일본에도 많이 있어요. 아이돌에 대한 갈등과 아이돌 문화에 대한 비평을 이야기로 만든 것이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2차 창작물로서의 구조도 지니는 이 작품을 쓰면서, 저 역시 자신의 행동을 긍정하지 않고자, 2차 창작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아이돌 출신 여성의 에피소드를 썼어요. 쓰면서 정말 괴로운 마음도 들었고, 현재 아이돌로 활동하는 여성들이 이 소설을 읽고 슬퍼하거나 상처받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요, 지금 아이돌로서 활동하고 있거나 과거에 아이돌이였던 몇몇 여성들이 ‘이 작품을 읽고 용기가 생겼다, 이제야 그 시절의 위화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하지만 제 작품을 읽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여성 아이돌도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제 자신을 긍정하지는 않을 거예요. 자신을 긍정하지 않으면서,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으면서 ‘최애’를 사랑하는 것밖에 저는 할 수 없어요.
책 속 아이돌이 나오는 챕터에서 ‘마법소녀’를 소비하는 모순적인 모습에 더해, 변화가 뚜렷이 드러나는, 어떻게 보면 우상과 이미지에 그쳤던 ‘아이돌’에서 벗어난 ‘진짜 인간’을 보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 아이돌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먼저 한 답변과 이어지는데요. 작품 속에서도 썼지만 제가 늘 신기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돌이란 노래와 춤 분야에서의 예술가라고 생각됩니다만 사생활에서 ‘연애금지’라는 규칙을 지켜야한다는 점이에요. 예술가로서의 그들을 사랑한다면 설령 연인이 있다 한들 상관없을 텐데, 실제로는 ‘규칙 위반’을 한 아이돌은 처벌을 받고 팬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착취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팬과 아이돌이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서로 지지하며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행복한 관계가 아닐까 생각했고, 그것을 이야기에 반영했습니다. 소설에 등장한 아이돌이 바라는 바를 실현했을지 어땠을지 여부는 작품의 결말을 통해 각자가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질문하신 ‘아이돌’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아이돌 출신의 회사원 여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네요. 그에 대해서는 곧 언급하겠지만, 치유의 과정 속에 있는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소녀혁명 우테나〉는 한국에서도 여성간의 연대와 혁명의 이야기로 아직도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일본판에서는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의 추천사도 받으시고, 이 작품의 중요한 대사를 첫머리에 배치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그리고 ‘마법 소녀’는 〈소녀혁명 우테나〉아 이어져 혁명하는 소녀 전사의 이미지로 이해됩니다만 변신 장면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기도 해서 ‘마법 소녀’가 특별히 긍정적으로 그려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마법 소녀’ 애니메이션의 언급과 묘사 방향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우테나의 대사를 첫머리에 놓은 이유는, 문학작품의 인용구가 대체로 고전에서 인용되기 때문에 현대 애니메이션에서 인용하는 것이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과, 그 대사를 쓴 포스트잇을 본 작품의 아이디어를 적어놓았던 노트에 줄곧 붙여두었기 때문입니다. 제2장의 인용구로 등장하는, 미국 체조계에서 오랜 세월동안 여성 선수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래리 나사르의 재판에서 피해자 여성이 발언한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내러 돌아온다.”라는 말도 노트에 계속 붙여두고 있었어요.
‘마법 소녀’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주 많기 때문에 작품에 따라서 그려지는 방식이 다르고, 변신 장면에서 알몸에 가까운 상태가 되거나 싸우는 도중에 옷이 찢어지는 과격한 작품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 전체를 긍정하기는 어렵고 작품에 따라 판단도 달라지죠. 또, 저 역시 그런 성적인 묘사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보면서 자랐는데, 그런 장면이 있으니까 전부 부정해야 하는가 하면 마냥 그렇지도 않아요. 재미있게 보고 나서 어른이 된 후에 ‘그러고 보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 묘사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지’하며 깨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해 언급한 것은 성적인 시선 때문에 괴로워했던 아이돌 출신 여성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실체가 없는 여성의 몸을 응시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이고, 이것 역시 아이돌 문화와 마찬가지로 도저히 갈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아저씨’들이 불평등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날이 올까요?
그날이 올 때까지 지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속시키며, 타자와 연대함으로써 더욱 오랫동안 이 ‘서바이벌’을 지속해나가자는 마음으로 쓴 것이 본 작품입니다.
이 책을 읽을 여러 독자들이 있겠지만, 특히 여성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해주었으면 하는 장면이나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저는 항상 소설 속에 저 자신이 있는 것처럼 쓰려고 신경을 써요. 그렇기에 특별하게 한 장면을 꼽을 수는 없지만 여성 독자 분들이 이 책이나 이 책 중 한 장면에 공감을 해주신다면 그 순간 여러분과 제가 이어진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과 연대하며, ‘서바이벌’이 한층 견고하게 퍼져나가기를 기원합니다.
결혼과 출산 등 여성이라면 중요하게 지킬 것으로 여겨지는 생애 주기의 트랙이 있죠. 그 부분에서 일본 사회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길(※저자 마쓰다 아오코는 혼인하지 않은 파트너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으며, 이 이야기를 다루는 에세이 『스스로 이름 붙임』을 출간했다.)을 도전적으로 걷고 계신데, 한국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가부장제의 트랙에 올라가지 않는 여성들은 살기 힘든 사회입니다. 그 길을 먼저 가서 경험하고 계신 여성 선배로서, 후배 여성들에게 용기가 되는 한 말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어릴 때부터 강하기보다는 약했고, 할 줄 아는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사회에서 ‘보통’이라고 여겨지는 가치관이나 고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에 맞추려 하면 몸 상태가 안 좋아지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 자신을 유지시킬 수 있는 길을 오랜 시간을 들여 모색한 결과, 지금과 같은 삶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결혼하지 않은 채로 아이를 낳았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스스로 이름 붙임』라는 에세이집에 정리했습니다. 저로서는 그 역시 선택적 부부 별성이 불가능한 일본(※일본에서는 결혼 후 부부가 반드시 법적으로 같은 성을 써야 하는 부부동성제도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라 이름을 바꾼다.)에서는 그렇게 하는 편이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었어요.
싫다고 느낀 것을 계속 피해왔더니 이렇게 된 것일 뿐 그다지 자랑할 만하거나 용감한 사람은 아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가부장제에서 완벽하게 도망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 점을 지향하며 글을 쓰고 싶어요.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에서 “날마다 레지스탕스”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매일을 레지스탕스로써 살아내고 있는 여러분이 제 작품을 읽어주신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마쓰다 아오코(松田靑子) 일본의 대표적인 페미니즘 작가. 2013년 발표한 단편집 『적재 가능』으로 제26회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와 제35회 노마문예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동 작품은 2014년 Twitter 문학상 1위로도 선정되었다.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문장으로, 에세이와 소설을 비롯한 작품들 전반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여성성의 압력을 날카롭게 이야기하기로 이름이 높다. 이와 같은 작풍을 문단에서도 인정받아 2018년 일본판 『82년생 김지영』의 추천사를 맡아 썼으며, 2019년에는 연작 소설집 『야생화가 보이지 않는 일 년』에 수록된 단편 「여자가 죽는다」로 미국의 셜리 잭슨상 단편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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