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전문의’, ‘유튜브 닥터프렌즈 출연자’, ‘웹소설 작가.’ 수식어가 많은 이낙준은 요즘 의사라는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유튜버 이낙준’과 웹소설 작가 ‘한산이가’로 살고 있다. 처음 웹소설에 도전했을 때만 해도 ‘의사가 무슨 글이냐’며 핀잔을 줬다는 가족들은 요즘 그에게 이렇게 묻는다. ‘오늘 글 많이 썼어?’.
평범한 독자에서 웹소설 지망생을 거쳐 『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 『닥터 조선 가다』 등 걸출한 작품을 쓴 작가가 되기까지, 작가 이낙준(한산이가)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웹소설의 신』은 이낙준(한산이가) 작가가 웹소설 지망생들을 위해 쓴 웹소설 작법서이자 웹소설 그 자체다. 허름한 고시원에 사는 웹소설 지망생과 느닷없이 나타난 신이 나누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웹소설 한 번 써볼까?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웹소설 지망생이 시행착오를 줄여가는 이야기
요즘은 병원을 운영하지 않는다고요.
소설 쓰기에 전념하고 싶어서 잠시 쉬고 있는데요. 다신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웹소설로 저보다 더 성공한 작가님들이야 당연히 전업하셔야겠지만 저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웹소설 지망생분들에게도 겸업을 추천하는 편이고요.
표지가 인상적이에요. 처음에 의아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왜 이렇게 홀리한 분위기인지 알겠더라고요. (웃음)
자기애가 넘치죠? (웃음) 출판사에서 정해주는 대로 했어요. 책으로 나온 걸 보니까 생각보다 멋있더라고요.
제목도 심상치 않은데요. 처음부터 ‘웹소설의 신’이었나요?
네. 일부러 ‘웹소설의 신’이라고 지었어요. 웹소설 쓸 때는 ‘어그로’가 필요하거든요. 독자들이 제목 보고 ‘이 작가 뭐지, 자기가 신이라는 건가?’ 싶을 거 아니에요. (웃음) 이렇게 흥미를 끌어서 다음 내용을 보게 하는 게 웹소설 잘 쓰는 기술 중 하나예요.
성공한 전략인 것 같아요. 정확히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웃음) 웹소설 작법서를 웹소설로 쓴 이유는요?
처음에는 보통의 실용서처럼 쓰려고 했는데 도무지 진행이 안 되더라고요. 에세이로 시작해도 쓰다 보면 점점 웹소설이 되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웹소설 잘 쓰는 법도 웹소설로 써봐야겠다 싶었어요.
한석준 아나운서가 대표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기도 한데요. 어떻게 쓰게 됐나요?
한석준 아나운서도 저만큼 웹소설을 많이 보거든요. 그래서 제가 볼 때마다 아나운서가 나오는 웹소설을 써보라고 했어요. 처음에 조금 쓰더니 나중에는 안 쓰는 거예요. 오히려 저한테 웹소설 쓰라고 말만 하지 말고 웹소설 쓰는 법을 책으로 써보라고 역제안했고요.
바로 수락하셨나요?
‘아니 이렇게 역으로 공격이 들어온다고?’ 싶었는데요. (웃음) 그때 마침 쓰고 있던 소설이 잘 써져서 시간이 남았거든요. 총 40챕터로 구성하고 하루에 하나씩 쓰면 40일이면 되겠다 싶어서 수락하고 쓰기 시작했어요.
책에 등장하는 ‘웹소설의 신’이 말하죠. 쓰고 싶은 소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웹소설의 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웹소설 지망생이 웹소설의 신을 만나서 시행착오를 줄여가는 이야기요.
단순하고 명료하네요.
무조건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특히 웹소설은요. 독자들의 생각을 물어보는 책들도 있지만, 웹소설은 그렇지 않거든요. 작가가 자기 작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으면 재미없을 게 뻔해요. 그러니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지 알았다면 그다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해요.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웹소설을 한 번 써봤거나, 쓰고 있는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본인의 작품이 아직 유료화되지 않아서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지망생들이요. 또는 가까스로 소설을 유료화했는데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수익이 나지 않는 분들에게도 좋고요. 대체로 이런 분들은 글에 대한 열정도 있고 성실하지만, 아직 부족한 게 있는 건데 저도 그 과정을 다 거쳐왔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기 때문에 도움이 될 거예요.
내 별명은 ‘웹소설 전도사’
군의관 시절에 웹소설을 많이 보셨다고요. 왜 웹소설이었나요?
아버지가 책을 좋아해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으시거든요. 어렸을 때 집에 책이 많았어요. 다른 분야의 책은 어렵지만, 장르소설은 비교적 재미있게 읽혀서 『드래곤 라자』같은 책을 많이 읽었고요. 커서도 자연스럽게 웹소설을 읽게 됐는데 의대 본과나 레지던트 때는 시간이 없어서 못 읽다가 군의관 생활하면서 시간이 많이 생기니까 더 많이 읽었죠.
그러다 ‘나도 한 번 써볼까?’ 하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요?
어렸을 때 봤던 『데이몬』이라는 판타지 소설을 어른이 돼서 다시 봤는데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어릴 때는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읽을 때는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재미있게 잘 쓰지,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웹소설 작가님들과 함께 메시지를 나누는 사이가 됐죠. (웃음)
별명이 웹소설 전도사라고요.
친한 사람들한테 웹소설 쓰라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데 웹소설 쓰는 일이 도움이 될 수 있고요. 웹소설은 평범한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요.
지인 중에 작가님께 전도를 당해서 웹소설을 쓴 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친동생이 웹소설로 데뷔해서 네이버 웹소설 진출을 앞두고 있고요. 고등학교 친구는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중견작가예요.
내가 웹소설 작가로서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요?
일단 웹소설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요. 웹소설이 재미있지 않지만, 돈이 된다는 이야기만 듣고 쓰면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도 한계를 마주하거든요. 물론 간혹 웹소설을 전혀 읽지 않고도 잘 쓰는 천재 같은 분들이 있지만, 아주 드문 케이스고요. 웹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이면서 기본적인 문장력이 있으면 시작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소설을 쓸 때 독자의 반응에서 힌트를 얻으라고 조언했는데요. 모든 댓글이 유의미한 건 아니잖아요.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요?
무조건 매출이요. 지난 화에 달린 댓글을 참고해서 이번 화를 썼는데 매출이 확 오르면 지난 화 댓글은 유의미한 피드백이에요.
명쾌하네요.
매출은 정직하거든요. 반대로 댓글에 비슷한 비판이 계속 달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매출이 떨어졌다면 다음 화는 절대 이번 화처럼 쓰면 안 되는 거죠. 단, 작가가 지금 연재하는 작품의 전개를 미리 정했고, 그 전개가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되면 그때는 비판 댓글이 달려도 고치지 않고 계획대로 쓰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어설프게 고치면 더 악영향이 있을 수 있거든요. 대신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다른 작품 쓸 때는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죠.
이런 점을 보면 웹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이 특히 활발한 것 같아요.
모든 작가와 독자가 그런 건 아니에요. 저처럼 매일 연재하기 위해 소설을 미리 써두는 작가는 거의 수정을 안 해요. 이 작품에서 안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다음 작품에 반영하는 편이고요. 그런데 비축해둔 소설이 없이 라이브로 쓰는 분들은 아무래도 댓글을 많이 보시죠.
전반적으로 몸에 힘을 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한산이가’라는 필명에도 특별한 뜻이 없다고요.
맞아요. 별다른 뜻은 없어요. 제 소설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쓴 게 아니었거든요. 처음에는 그냥 한 번 써봤는데 다행히 한 번 더 써볼 수 있겠다 싶은 정도의 결과를 얻었고, 두 번째 소설을 썼을 때는 다음 소설은 더 잘 쓸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계속 쓰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요.
‘대박’난 작품 하나로 버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웹소설이 처음 나온 5년 전 즈음보다 요즘 독자들의 눈이 더 높아졌다고요.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아요. 독자들의 눈이 높아짐과 동시에 작가들의 실력도 좋아졌어요. 모든 분야가 그런 것처럼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시장이 커지잖아요. 잘하는 사람들이 계속 시장에 들어오고요. 웹소설도 그렇죠.
어떤 부분에서 과거와 달라졌다는 걸 가장 많이 느끼나요?
제 첫 소설만 봐도 알아요. 지금 보면 비문도 있고, 문장 호응도 안 되고 대사도 어색하거든요. 그런데도 유료화에 성공했어요.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요. 아마 제 첫 소설이 지금 나왔으면 유료화도 힘들었을 거예요. 좋은 고기 먹으면 그다음에 안 좋은 고기 못 먹는 것처럼, 글도 똑같거든요. 잘 쓴 글을 본 사람은 못 쓴 글을 단번에 알아봐요.
문장을 정확하고 깔끔하게 쓰기 위해 김영하, 김애란 같은 문학 작가들의 글을 많이 보라고 조언해서 의외였어요.
가리지 않고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웹소설을 좋아해야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웹소설만 읽어서는 잘 쓰기 어렵죠. 특히 김영하 작가님 문장은 담백하게 딱 떨어지는 느낌이 있는데 그런 문장이 웹소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김영하 작가님이 웹소설 써주시면 좋겠다는 망상을 하기도 하지만, 절대 안 쓰시겠죠. (웃음)
지난 5년간 웹소설 시장이 꾸준히 성장했는데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웹툰, 드라마 등 다른 장르와 융합되면서 계속 성장할 것 같아요. 소설 속 인물이나 설정이 일종의 이야기 지도가 되어 여러 장르로 만들어지는 거죠.
웹소설 작가로서 앞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면요?
예전에는 작품 하나를 대박 내서 그 작품으로 버티고 싶다는 생각했는데요. (웃음) 지금은 가능한 글을 오래 쓰고 싶고요. 앞으로 웹소설 장르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고요.
*이낙준(한산이가) 65만 팔로워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의 출연자이자 이비인후과 전문의, 그리고 웹소설 작가다. ‘한산이가’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웹소설에서 활동 중이며, 여섯 번째 작품인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가 흥행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유튜브 채널에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내과 전문의와 함께 의학 상식은 물론, ‘의학 게임 리뷰’ ‘첫 만남에서 호감을 얻는 방법’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진실‘ 등 유익을 넘어 재미까지 사로잡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틈틈이 소설을 쓴다. 써낸 작품으로 『군의관, 이계가다』, 『의술의 탑』, 『닥터, 조선 가다』, 『의느님을 믿습니까』, 『A.I. 닥터』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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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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