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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학부모는 일종의 독서 코치여야 해요"

『초등 매일 독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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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멍을 많이 때리고 엉뚱한 소리를 하던 몇몇 친구들은 의젓하게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공부하는 힘을 가진 학생으로 성장해 있었어요. 그래서 확신했죠. 학습지와 문제집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요. (2022.02.15)


읽는 초등학생은 읽는 중학생이 된다. 읽는 습관은 사고력과 문해력을 차곡차곡 키우고, 그렇게 성장한 읽는 중학생은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초등학생 독서교육의 목표는 ‘읽는 중학생’이 되는 것. "부모가 최고의 독서 코치"라고 말하는 『초등 매일 독서의 힘』의 저자 이은경은 초등학교 교단에서 지낸 15년의 시간과 두 자녀의 독서 교육에 매진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서야말로 초등학생 시절에 최우선으로 해야 할 활동이라고 확신했다.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라는 신념 아래 학생들과는 매주 월요일 아침 도서관에 갔고, 읽지 않던 자녀마저 책벌레로 만들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책 읽을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그는 『초등 매일 독서의 힘』을 '서점에 가서 초등학생 자녀를 옆에 세워놓고 문제집을 잔뜩 골라 결제하려는 학부모'에게 권한다. 지금은 마음껏 독서를 할 때다. 



꾸준한 독서로 사고력과 문해력을

초등 독서의 목표를 ‘읽는 중학생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명히 하셨죠. 초등 독서 지도에 있어 이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특히 학습과 관련해서 말이에요. 

중학교에서 얼만큼 했느냐가 고등학교 성적을 좌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초등학생 시절을 보내느냐에 따라 중학교 성적이 달라지거든요. 초등 학부모가 대입까지 바라보기엔 너무 멀죠. 대입은 좌우하는 변수가 너무 많으니까요. 따라서 초등 학부모 입장에서는 일차적인 목표를 공부 잘하는 중학생, 혹은 초등 고학년 때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가지는 것으로 두게 될 거예요. 이때 그 힘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두 가지 있는데요. 바로 사고력과 문해력이고요. 이 두 가지를 충분히 키울 수 있는 게 독서예요. 꾸준한 독서로 사고력과 문해력이 키워져 있으면 학습 능력도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어요.

“’독서를 열심히 하기만 하면 최상위권이 될 수 있다’가 아니라, ‘독서를 꾸준히 하면 안 했을 때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33쪽)라고도 하셨거든요. 

네, 독서를 꾸준히 하면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데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그 사람들의 성적은 다 다르잖아요. 생각할 것은 독서가 바탕이 된 상태에서 얼마나 압도적으로 공부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거예요. 결국은 공부를 해야 공부를 잘하는 거니까요. 다만 독서로 준비되지 않은 아이는 준비된 아이에 비하면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요. 

작가님이 학교 현장에서 목격한 바이기도 하죠? 초등학교 교실 안에서 읽는 학생의 학습 능력은 더 기대해 볼 만했다고도 하셨잖아요. 

맞아요, 제 교직 경력 15년 중에 무척 좋았던 경험 하나가 1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을 6학년까지 봤다는 거예요. 휴직을 했다가 돌아왔더니 6학년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요. 많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특히 석차가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1학년 때 분명히 100점을 받곤 하던 학생들이 6학년이 됐는데 너무나 평범해진 모습인 거예요. 한편 눈에 띄지도 않고, 얘는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했던, 그냥 조용히 구석에 앉아 책 읽고 멍을 많이 때리고 엉뚱한 소리를 하던 몇몇 친구들은 의젓하게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공부하는 힘을 가진 학생으로 성장해 있었고요. 그래서 확신했죠. 학습지와 문제집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요.

공부하는 힘은 역시 독서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겠네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잘하는 학생들은 미리 학습지 문제를 많이 풀어봤던 경우가 많아요. 학부모님들이 7살 때 문제 풀이를 미리 많이 시키면 1학년 때 잘해요. 그래서 점점 더 학습지, 문제집과 학원에 집착을 하게 되는데요. 그렇지만 우리 목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잘하는 게 아니잖아요. 1학년 때 잘한다는 얘기 못 들어도 돼요. 초등학생 때 단원평가 100점을 못 맞아도 되고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 더 많이 생각하게 할지, 어떻게 더 많은 문장을 읽게 할지, 하는 것이에요. 그게 학습 전략이어야 하고요. 거기에 독서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죠.

그래서 작가님은 두 자녀 분의 초등학생 시절에 문해력 문제집도 풀게 하지 않았다고요? 

초등학교 교사들은 다양한 사례들을 본 다음 확실하다고 하는 것을 자신의 자녀에게 시키거든요. 저는 학습지 문제집을 한 번도 시키지 않았어요. 만약 그게 좋으면 시켰겠죠. 하지만 저는 문제집을 미리 풀고, 몇 가지를 더 외워서 단원평가 100점 맞는 게 아이들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요. 그 시간에 사고력과 문해력에 집중을 했죠. 김연아 선수가 기초 체력과 기본기 없이 점프 연습만 했다면 금메달을 딸 수는 없었을 거예요. 독서는 안 하고 문제집만 미리 푸는 건 기본기 없이 점프 연습만 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문제 푸는 기술은 고등학교 때 연습해도 늦지 않는 기술이거든요. 저는 그런 확신으로 저희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문제집을 안 시켰어요.

 


왜 우리 아이는 집중력이 낮을까

앞서 사고력과 문해력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죠. 요즘은 특히 문해력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요. 그게 도대체 학습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궁금해하실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문해력, 왜 중요한가요? 

왜 우리 아이는 집중력이 낮을까요? 왜 우리 아이는 수업 시간에 자꾸 딴 생각을 할까요? 그걸 이해하려면 보통 성인이 지금 의과대학 교실에 가서 앉았다고 생각해보면 돼요. 모르는 어휘로 가득 찬 문장, 그것도 그 한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나 한 편의 글을 읽고 이해한 뒤에 해결해야 되는 과제를 받는단 말이죠. 그런 상황이라고 보시면 돼요. 문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 그리고 글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선생님의 설명이 이해가 되질 않고요. 아무리 집중을 하고 싶어도 못 알아들어요. 마치 외국어를 듣고 있는 것 같겠죠. 결국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미리 문해력을 쌓아 놓아야 해요. 그게 안 된 채로 문제집 풀이부터 하면 설령 문제를 잘 풀어도 교과서는 이해를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요.

지금 초등학생들이 놓인 환경을 생각하면 문해력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죠. 책보다 편하게 학습할 수 있는 도구들이 아주 많잖아요. 그래서 독서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 같고요. 

맞아요, 과거에는 문해력이 큰 이슈가 아니었던 이유가 그거예요. 책 읽고 쓰는 게 별일 아니었고요. 어쨌거나 읽은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질문이나 새로운 내용들을 만나도 읽어낼 수는 있었어요. 그게 지금 학생들은 안 되는 거죠. 이건 아이들 탓이 아니거든요. 태어났는데 벌써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졌잖아요. 울기만 하면 스마트폰을 막 줬잖아요. 이건 얘네가 원한 게 아니고, 그런 환경에 놓였던 것뿐이죠. 그런데 아이들의 문해력이 낮다면서 마치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몰아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만든 건 어른들, 환경인데 말이죠. 지금 아이들 입장에서는 유혹이 너무 크다는 걸 이해해야 해요.

작가님은 또 공부를 덜 시키라는 게 아니다, 학원에 무조건 다니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 보고 결정하라는 말이다, 라고도 했거든요. 우선순위에 있어 독서를 더 먼저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죠? 

저희 아이들도 학원 많이 다녀요. 학원은 필요할 때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더 중요한 걸 결정적인 시기에 놓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저희 동네도 보면 밤 10시가 됐을 때 동네가 막 바글바글하거든요. 그때 학원 수업 끝나고 아이들이 차 타고 집에 가요. 그럼 이 아이들이 그 시간에 셔틀을 타고 집에 가서 책을 읽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거의 없을 거예요. 그러면 안 돼요. 그러면서 아이한테 자꾸 왜 책 안 읽느냐고 하면 안 되죠.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해줘야 해요.



중요한 건 시기가 아니다

다른 학습활동보다 독서를 우선하지 못하는 이유가 불안함 같아요. 공부 안 하고 독서만 해도 될까, 하고요. 작가님은 독서가 그 불안감에 대한 확실한 답이라고 확신하세요? 

네, 제게는 확신이 있어요. 지금 학부모님들이 책 읽을 시간을 빼서 학원을 보내고, 문제집 풀게 하는 이유는 진도 때문이거든요. 더 먼저 배우게 하는 거죠. 저도 시켜봤는데요. 엄청 자랑스럽더라고요. 되게 기분이 좋아요. 우리 아이가 지금 2학년인데 3-4학년 진도를 공부하고 있다는 자체가 학부모님한테 큰 위안이 되는 건 맞아요. 저는 선행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요. 선행이 우리 아이한테 필요한지를 먼저 점검하고 결정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선행을 했을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학생이 있는 반면 선행을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는 학생도 있거든요. 실제로 굉장히 강도 높게 갔을 때 따라가는 아이들이 있어요. 반에 한두 명 정도죠. 그런데 반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그러고 있다는 게 문제고요. 저도 불안해했던 엄마고, 학부모의 불안함을 다 이해하지만 뭐가 유리한지를 고민해야 해요.

불안하거나 실망하는 일이 생길 때 기준으로 갖고 있어야 할 질문으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아이가 책을 더 좋아하게 만들고 더 자주 읽게 만드는 것일까?”(293쪽)를 꼽으셨잖아요. 여기에 핵심이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아이들은 학부모의 태도에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아요. 잔소리 안 한다고 생각하시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의 일거수 일투족을 계속 감시받는 것만으로 계속 잔소리를 듣는 느낌일 수밖에 없어요. 책을 건성으로 읽든 천천히 읽든 빠르게 읽든 읽던 책만 계속 읽든 ‘그래도 되나?’ 싶은 순간에 어쨌든 생각하셔야 될 것은 그 질문이에요. 우리의 목표는 계속 읽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시고요. 책을 읽을 때마다 간섭하고 잔소리해서 뭔가를 바꾸려고 하다 보면 결국 책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작가님은 어떤 고민을 하셨었나요?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궁금해요. 

저희 아이들이 글밥을 늘려가는 건 좋았는데요. 자꾸 전쟁, 총, 판타지, 탐정, 추리, 살인 같은 키워드에만 빠져들더라고요.(웃음)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들을 가지고 글밥을 늘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결론적으로는 그 시기를 개입하지 않고 지나왔는데요. 솔직히 되게 참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개입하면 아예 책을 안 볼 아이들이라는 걸 알았고요.(웃음) 개입하는 순간 얘네들은 책과 멀어지겠다, 그건 얘네들한테 불리한 거다, 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너무 자극적이거나 봐서는 안 되는, 성인이 봐야 되는 책들은 제가 미리 검열을 한다거나 해서 괜찮으면 보여줬죠.

중요한 건 어쨌든 읽는 것에 재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이겠네요. 

글밥이 늘어난다는 건 단순히 글자수가 많다는 게 아니고 서사가 복잡해진다는 뜻이잖아요. 등장인물이 갑자기 확 쏟아져 나오는데 인물들이 어떤 개성을 가진 사람들인지 하나 하나 기억하지 않으면 읽어낼 수가 없어요. 두꺼운 책 한 권을 다 읽어낸다는 건 그 서사를 기억하고 이해한다는 뜻이고요. 그걸 해봐야 고전이든 더 어려운 단계 혹은 더 복잡한 내용의 책들도 읽어낼 수 있으니까요. 복잡한 서사가 있는 재미있는 글을 경험해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은 학습 만화도 권장한다고 하셨어요. 

만약 저에게 만화책이라도 읽기만 하면 좋은 거냐고 물으시면 저는 ‘예스’라고 답하고 싶어요. 만화책도 그렇고, 편독도 그렇고 한 시기가 있는 것 같거든요. 어떤 아이들은 몇 달 안에 빨리 끝나고, 어떤 애들은 몇 년 동안 가기도 하죠. 이때 중요한 건 시기가 아니고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여기서 다른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학부모라는 거죠. 그래서 학부모는 일종의 독서 코치여야 해요. 만화 다음에 어디로 가라고 코치해주지 않고 자꾸 만화 보지 말라고 하면 안 돼요. 만화만 보고 있다면 “이건 어때?”라면서 새로운 걸 보여주시면 돼요. 



버스에서 내리지만 말자

책에 정리된 ‘초등 5단계 독서법’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학년별 독서법’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고학년이어도 2-3단계일 수 있고, 저학년이어도 3-4단계일 수 있으니까 지금 아이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정도의 독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한 다음 이 독서법을 따라가라고 하셨죠. 

독서 단계를 학년으로 제한하지 말자고 생각한 건 아까 말씀드린 1학년 때 봤던 아이들을 6학년 때 다시 만난 경험 때문이었어요. 1학년 때는 아이들이 다 그림책과 만화책을 읽고 있었어요. 그런데 6학년이 되어서 만난 아이들을 보니까 어떤 아이는 계속 만화책만 보고 있었고요. 어떤 아이는 이미 성인 책을 읽더라고요.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각자 아주 다른 시간을 보낸 거겠죠. 그래서 독서는 경험이 너무 중요해요. 어떤 책과의 만남이 있었는지 말이죠. 6년 동안 단계를 올려가면서 재미있는 책과의 만남이 많이 있어야 하는 거고요. 그래서 학년에 매이지 말고 지금 아이의 단계에서 어떻게 다음 단계로 올라갈 것인가를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하루도 빠짐없이 세끼를 정성껏 차려 먹지 않아도 되지만, 굶지는 말자' 정도면 충분합니다."(84쪽)라고 하신 부분도 의미가 컸어요. 조금은 여유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요. 

같은 맥락에서 제가 또 많이 쓰는 표현이 “버스에서 내리지만 말자”는 거예요. 너무 잘하려고 해봤자 어차피 못해요.(웃음) 특히 초등에서 뭔가를 시도할 때는 독서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일단 시작하면 결과를 보는 건 최소 3년이라고 생각을 해야 해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면 “그럼 5학년이면 늦었나요? 6학년이면 늦었나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거든요. 안 늦었어요. 고등학교 학부모한테 물어보세요. 초등학교 6학년은 완전 아기예요.(웃음) 오늘 하루, 이틀 만에 아이의 대학 간판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시고요.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하시면 좋겠어요. 

책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보호자 분들도 많으실 것 같거든요. 작가님의 ‘대화하기 꿀팁’이 있으세요? 

일단은 아이와 대화가 계속 있었어야 해요. 대화의 소재 중 하나로 책이 들어오는 것뿐이죠. 어쨌든 대화가 되고 있어야 드라마 얘기를 하든지 연예인 얘기를 하든지 할 수 있고요. 그렇다 해도 “오늘부터 책에 대한 대화를 할게요”라는 아이는 없어요. “이거 재미있다” 그 정도 딱 던질 거예요. 혹은 “지루해” 정도로요. 그때도 “왜 지루해? 그 책 베스트셀러야.” 하면서 강요할 필요 없어요.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는데 왜 꼭 재밌어야 하나요? 그냥 “왜 그렇게 느꼈어?” 정도만 해도 좋아요. 책에 대한 대화를 열고 싶으면 그냥 먼저 던져보세요. “여기 코끼리는 왜 코가 빨간색이야? 아파?” 정도만요. 그러면 아이가 이 대화를 하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말하기 싫은 애들은 “몰라요” 하고 끝나요. 괜찮아요. 꾸준히만 시도하면 말이 나와요. 편안한 질문 하나 정도만 던졌으면 일단 우리 대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하세요.

책을 잘 읽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잖아요. 

책에 대한 대화에서 학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책에서 아이가 알게 된 것들을 말하게 만드는 걸 목표로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내용인지, 누가 나오는지, 줄거리가 뭔지 물어요. 사실 줄거리는 성인들도 잘 못 간추려요. 그러면 안 돼요.

책 좋아하는 성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길러줄 수 있다고도 하셨어요. 둘째 자녀 분의 사례가 그랬죠. 

뭐든 타고난 건 초등학생 때까지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에서 100점 받는 애들 중에 연습해서 점수 받는 애들도 있지만 공부 안 해도 100점 계속 나오는 애들이 있거든요. 얘는 똑똑한 애들이에요. 타고 나는 거예요. 그렇지만 딱 초등학생 때까지예요. 그 이후부터는 초등에서 어떤 경험을 가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죠. 초등학생 때 100점 맞았다고 공부 안 해도 좋은 대학 가는 거 아니잖아요. 그 이후에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책 좋아하게 타고난 애들이 많지 않아요. 거의 극소수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렇게 녹록하거나 흔쾌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싫어하던 것을 좋아하게 하는 일을 초등학생 때 해주자는 거죠. 놀랍게도 그렇게 조정을 해주면 그런 줄 알고 따라와요. 그게 어린이들의 유연함인 것 같아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보호자 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뭘까요?

저는 엄청 교육열이 높아요. 과하다 싶을 정도죠.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을 바라봤고요. 고학년 때는 중학교를 계속 염두에 두었어요. 지금 아이들이 중학교 1학년, 2학년 되는데 저는 계속 고등학교 정보를 모으고 있거든요. 그런 엄마가 왜 문제집 살 돈이 없던 것도 아니고, 로드맵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교육에 몸 담았던 사람인데 왜 문제집을 안 풀렸을까 꼭 생각을 해보시면 좋겠어요. 얼마나 책이 유리하길래 책을 저렇게 읽혔을까를 말이에요. 또 부모님이 책을 읽으면 애들이 따라 읽는다는 것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 학부모님들이 부담을 되게 많이 가지세요. 근데 영어 못하는 부모가 애가 영어를 못하면 나 때문에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너무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책이 안 맞는 부모들도 많아요. 그건 그것대로 인정을 하고요. 다만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아이들의 독서의 길을 열어주시면 좋겠어요. 




*이은경

15년간 초등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이자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20년 가까이 쌓아온 교육 정보와 경험을 나누기 위해 글을 쓰고 강연을 한다. 지난 2년간 초등공부, 학교생활, 부모성장을 주제로 한 600편에 이르는 강연을 유튜브와 네이버오디오클립에 공유해왔다. 현재 ‘슬기로운초등생활’이라는 이름의 4개 채널은 총 10만 명이 믿고 보는 초등교육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지은 책으로 『초등 매일 글쓰기의 힘』, 『초등 자기주도 공부법』, 『초등 완성 매일 영어책 읽기 습관』 등이 있다.




초등 매일 독서의 힘
초등 매일 독서의 힘
이은경 저
한빛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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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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