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성장이 멈추지 않는다면?
‘성장이 멈추지 않는다면? 즉 세포가 스스로를 위해서 계속 복제를 한다면?’ 계속해서 성장해서 복제하고 늘어나고 불어나는 것이 질병 상태에 가깝다는 거죠. 지금의 성장 자본주의가.
글ㆍ사진 임나리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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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의 선택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

게랄트 휘터 저 / 이지윤 역 | 매일경제신문사



부제는 ‘뇌가 사랑 없는 행위를 인식할 때 우리에게 생기는 일들’이에요. 저자 게랄트 휘터는 독일의 신경생물학자이자 뇌 과학자고요. 우리가 사랑 없는 상태에서 자라서 성장하는 데 굉장히 익숙해져 있고 그것이 문제라고 이야기를 해요. 

일단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정보를 두 가지 이야기하면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가 두 가지 있다고 해요.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와 자율과 자유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합니다. 이 두 가지 욕구가 좌절되면 우리는 슬픔과 고통을 느끼겠죠. 또 하나는,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고 몸에 이상 반응이 감지되면 뇌에서 면역계라든지 중추신경계에 신호를 보내서 다시 몸을 회복시키려는 작용을 한다고 해요. 자가 치유 능력이기도 하죠.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리고 세포 하나하나도 다 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다른 생명과 인간이 구분되는 건, 인간은 이 능력을 억제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자가 치유 작용을 방해하는 거예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왜 우리는 사랑 없음의 상태에 익숙해져 있는지 이야기 해보면, 일단 어린 시절부터 부모나 보호자나 주변 어른들에게 일종의 암묵적인 강요를 받잖아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네가 따라와 줄 때 보상을 받는다’라는 거죠. 그런데 아이는 그들의 요구와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어른들의 요구와 자신의 욕구가 충돌할 때 좌절하게 되고, 결국 생존의 방법으로 그들의 요구에 맞춰 적응하면서 나의 욕구를 억누르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정보다 더 큰 사회로 나오면 더 심한 압박이 있는 거예요. 저자가 다윈의 이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적자생존에 대한 이론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그것이 보편적인 진리인양 받아들여지면서 우리는 ‘강한 것, 성공한 것이 살아남는다’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든 지금의 상황과 관계 안에서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압박을 받는 거죠. 이런 것이 ‘사랑 없음’의 상태에서 사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저자는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서 이런 삶이 우리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이야기해요. 그 중 하나가 이런 거예요. 욕구가 좌절되면 고통을 느끼는 신경이 있는데, 욕구를 억누르면 그 신경을 억제하는 망이 생긴다는 거예요. 그리고 갈수록 두꺼워지면서 (고통을) 감각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을 거칠게 요약하면 ‘사랑 없음’의 상태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와 타인과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한자(황정은)의 선택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저 / 김현우, 민정희 역 | 창비 



저희가 지난 <삼자대책>에서 기후 붕괴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죠. 그때 걱정만 하다가 얘기를 끝냈는데, 그렇게 끝내서는 안 될 이야기인 것 같아서 방송 이후에 기후 붕괴나 생태계 붕괴에 대한 책들을 좀 읽었어요. 그 중에 두 권을 남겼고, 먼저 읽은 책이 이 책이라서 오늘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제이슨 히켈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생태계 붕괴 그리고 기후 붕괴의 근본적인 원인을 GDP 성장 위주의 자본주의 자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보통 자본주의를 설명할 때 시장, 교환, 이런 걸 얘기하잖아요. 그게 마치 자본주의 때부터 생긴 것인 것처럼. 그렇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시장이라든지 교환 자체는 자본주의 이전에 이미 천년 이상 존재해 왔던 시스템인데 그렇게 인류에 해가 되지도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자본주의가 인류의 다른 경제 시스템하고 구별되는 지점이, 지속적인 팽창 그리고 성장 자체가 목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산업적으로 대규모로 추출하고 생산하고 소비 수준을 끊임없이 계속 증가를 시키는 건데요. 이것을 측정하는 기준이 국내 총생산, 즉 GDP입니다. 'Gross Domestic Product'라는 영어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해 동안 한 국가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총 가격이에요. 자본주의에서는 세계 GDP의 목표가 매 해마다 2~3% 성장이라고 해요. 대기업이 한 해 동안 낼 수 있는 최소 성장률이라서 그렇게 산정이 돼 있는데, 3% 성장이라는 것은 23년마다 경제가 두 배로 확장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GDP라는 것이 상품의 가격이잖아요. 그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합니다. 세계 경제가 지구의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하면서 쓰레기도 엄청나게 쏟아내잖아요. 이런 과정에서 아주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고 기후 붕괴, 생태계 붕괴, 다양한 생물종의 멸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GDP에는 이 비용이 계산되어 있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GDP 성장을 목표로 하는 성장 자본주의에서의 성장이란 목적이 없어요. 성장 그 자체를 위한 성장이라서, 모든 산업 그리고 모든 국가 경제가 항상 성장을 해야 된다는 거예요. 실제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성장을 자연스러운 개념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자연 상태에는 성장을 제한하는 원리와 논리가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를 해요. 이런 질문을 합니다. ‘성장이 멈추지 않는다면? 즉 세포가 스스로를 위해서 계속 복제를 한다면?’ 계속해서 성장해서 복제하고 늘어나고 불어나는 것이 질병 상태에 가깝다는 거죠. 지금의 성장 자본주의가. 그래서 저자는 ‘인간의 과도한 경제 활동으로 지금 생태계와 기후가 너무나 붕괴되어 있어서 GDP 성장 위주의 자본주의가 이제 더는 가능하지 않다, 더는 미래의 시스템이 될 수 없다’라고 거의 선언에 가깝게 이야기를 해요. 어떤 분들이 읽으시기에는 좀 급진적일 수도 있다 라고 생각하는 그런 제안들도 하거든요. 결국은 포스트 자본주의로 가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우리가 자본주의 이후, 그 너머를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기 때문에.

2부에서는 포스트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다섯 단계로 제안을 해요. 1단계는 ‘계획적 진부화’를 끝내기이고 2단계는 광고 줄이기인데요. 저자가 성장 중심 주의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 중에 크게 두 가지 대응이 중요한데, 첫째가 소비를 줄이자는 거예요. 소비를 줄이려면 광고의 자극을 덜 받아야 되는데 적어도 옥외 광고만이라도 없애자는 이야기이고, 너무 어린 나이에 아이들이 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3단계가 ‘소유권에서 이동권’으로입니다.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사는 게 아니라 공동체에서 공유해서 사용을 하는 거죠. 4단계가 ‘식품 폐기 없애기’이고 다섯 번째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산업의 규모 줄이기’입니다. 이런 단계들이 거창한 내용들이 아니에요. 충분히 생활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안나의 토성』

마스다 미리 저 / 이소담 역 | 이봄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쓴 소설입니다. 도쿄 변두리의 작은 집에서 살고 있는 가족 이야기인데요. 주인공은 안나예요. 안나는 중학생이고 농구부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안나의 오빠는 천체 관측을 엄청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달을 보는 걸 좋아하고 우주관에 가서 보고 공부를 하다가 이제는 대학에서 우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안나의 아버지는 회사원인데요. 야근을 엄청 합니다. 집에 들어오는 법이 없어요. 

하지만 어릴 때는 오빠랑 안나를 데리고 천체투영관에 가는 걸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나의 엄마는 요리를 좋아하고 전업 주부라고 불리는 분이신데 요리를 약간 대충 해요. 그래서 안나는 엄마의 요리가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하지만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거창한 티 파티 같은 걸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엄마가 이렇게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걸 좋아하고 파티용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마이홈’이기 때문인데요. 우리말로 하면 ‘자가’인 거죠. 그런데 문제가 뭐냐 하면, 35년 동안 대출 상환을 해야 되는 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가 야근하느라 집에 없어요. 

이 소설을 읽고 제 중학생 시절이 떠올라서 갑자기 어린 시절의 기억을 헤엄치고 다니는 경험을 했거든요. 당시에 저는 굉장히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고민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매우 큰 고민이었어요. 친구 관계 같은 것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안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나는 정말 친구 관계가 신경이 쓰여요. 매일매일 스트레스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재밌는 게 뭐냐 하면 오빠가 매번 등장해서 매번 별 얘기를 해요. 갑자기 뜬금없이 명왕성 얘기를 하고 ‘올해 보름달이 제일 잘 보이는 날이야’ 하면서 신나서 망원경을 보여주고 그런 오빠입니다. 그런데 오빠가 하는 말과 안나가 처한 상황과 약간 맞아떨어지면서 안나가 ‘지금 내 상황도 우즈와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이게 이 소설의 재미인 것 같아요.

안나의 학교 생활은 마치 은하계 같은 구성이에요. 우주에는 매우 많은 은하계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 반에도 여러 개의 은하가 있어요. 안나는 미즈호랑 친구인데 이건 둘만의 작은 은하예요. 안나는 늘 미즈호랑 함께 있는데 너무 붙어 있다 보니까 ‘서로가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긴장감이 늘 있는 관계예요. 그런데 혼자 다니는 친구 중에 노닷치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안나는 늘 노닷치가 신경이 쓰여요. 왜냐하면 초등학교를 같이 나왔고,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고, 같은 무리였던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신경이 쓰이지만 자기는 이미 미즈호와 은하를 형성했어요. 그 상황에서 노닷치를 끼울 수 없어요. 왜냐하면 이 은하는 이미 완성되어 있고 노닷치가 끼기에는 이 은하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안나가 최대한의 용기를 내서 하는 일이, 나갈 때 ‘노닷치, 바이바이’ 이야기하는 거예요. 노닷치가 명왕성처럼 이제는 태양계에서 방출된 존재라고 할지라도. 그래서 안나가 마지막에 이야기를 합니다.

“명왕성은 보이지 않게 된 것도 없어진 것도 아니고 분명히 우주에 존재한다.”

그 외에도 안나가 살아가면서 스트레스의 관계라든지 스트레스 상황을 맞부딪히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사소한데, 사실 안나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우주가 파괴되고 다시 붙어지는 과정인 거죠. 그 시절 우리가 마주하는 고민들이 잘 그려진 소설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우주 이야기가 양념으로 굉장히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마스다 미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소설도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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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