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찬가든 작고 슬픈 노래든 그것들은 모두 같은 장소에서 왔어요, 바로 제 마음. 여러 감정이 입가로 가닿아 목소리로 표출되는 거죠."
미국의 음악 웹진 <아이돌레이터>(Idolator)와의 2018년도 인터뷰에서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의 뮤지션 엘피가 한 말이다. 기술 문명과 개인의 소외감 등 사회의 여러 부면을 소재 삼아 노래해온 그는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유독 강해 보이고, 이는 다른 뮤지션들의 히트곡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이력과 묘하게 대비된다. 다양한 스타일을 팝 록에 녹여낸 전작
빌보드 싱글차트 8위까지 오른 리아나의 'Cheers (drink to that)' 와 조 월시의 'Hi roller baby' 등 다양한 질감의 곡을 제공했던 그는 이번 앨범에서 베테랑 작곡가의 능력을 검증했다. 선명한 멜로디의 팝 록으로 대중적 노선을 꾀했지만, 곳곳에 스며든 실험성이 작가주의를 붙들었다. 공간감 있는 편곡으로 몽환성을 극대화한 'Goodbye'와 선율 뒤에 두터운 소리의 벽을 세운 'Angels'가 돋보인다.
본명 로라 퍼골리지에서 눈치챌 수 있듯 이탈리아계인 그는 미국의 컨트리 스타일에 라틴 계열의 리듬감을 엮어 가창이 독특하다. 얼핏 시아나 샤키라가 떠오르지만 트랙을 경유할수록 엘피 고유의 음색이 명징해진다. 구렁이 담 넘듯 박을 타는 유연함과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하는 후렴구가 장기.
터무니없이 솔직한 가사가 때때로 당황감을 안긴다. 느긋한 기타 톤과 알앤비 리듬을 자유롭게 뒤섞는 사이키델릭 팝 'How low can you go'는, '지난번 너를 봤을 때 우리는 함께 코카인을 했지'로 전기 충격을 주고, 루 리드와 티 렉스의 글램 록을 소환하는 'My body'는 '내 몸은 누군가를 원하고 있지, 나는 혼자 만족하는 게 지겨워'라며 몸의 자주성을 주창한다. 임계선 따윈 없다는 양 자유로운 표현법 자체보다 사운드와의 조화로 발현되는 감정 혹은 분위기가 강점이다.
자신을 숨기지 않는 당당한 뮤지션은 18여 년간 다섯 장의 정규 앨범으로 경력을 쌓아갔으나 유럽에서 널리 사랑받은 컨트리풍의 팝 록 'Lost on you'를 제외하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빼어난 멜로디 주조 능력과 감각적인 가창에 거침없는 노랫말이 더해져 '엘피 마니아'를 양산했고 이제는 언성 히어로의 지위에 올랐다. 차트 성적과 관계없이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끌어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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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