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베스트셀러 에세이, 이렇게 만들었어요 (G. 이지은 편집자)
지금 제 옆에 좋은 건 좋다고 크게 외치는 사람, 에세이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를 출간하신 이지은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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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목표가 만족스러운 책을 내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이야기가 탄생하기까지의 시간, 원고가 완성되는 시간, 모든 문장을 세세히 살피고 작가님과 과정마다 의견을 나누는 등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쌓이는 시간 속에서 즐거움을 오래오래 누리는 것. 더불어 이 이야기가 꼭 필요한 독자를 상상하고 찾는 데 게을리하지 않는 것.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정성을 들이는 긴 시간이야말로 내 인생임을 잊지 않기로 다짐하며.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편집자, 이지은 작가님의 에세이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직업이 ‘편집자’라고 하면 편집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되묻는 사람들에게 책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싶었다는 이지은 편집자인데요. 그 마음이 그를 책을 만드는 편집자에서 책을 쓰는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를 출간한 이지은 작가님을 모시고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사람들, 편집자라는 직업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인터뷰 – 이지은 편>

오은 : 처음에 이 질문 드리고 싶었어요. 제 인생도 편집이 될까요? 

이지은 : 맡겨주세요.(웃음)

오은 : 저희 <책읽아웃>에 다녀가신 분들 작가님들이죠. 김민정, 도대체, 임진아, 김민철, 이랑 작가님 등 이 멋진 작가님들의 책을 편집한 장본인이십니다. 오늘은 저자로 이 자리에 오시게 됐는데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이지은 : 일단 마이크 앞에 앉아서 이렇게 시선을 받고 있는 게, ‘이래도 되는 건가’ 싶어요.(웃음) 전과 달리 오늘은 휴가를 쓰고 왔고요. 편집자로 왔을 때보다 부담이 많이 되고, 어떻게 하면 제 책을 많이 팔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조금 더 팔을 걷어붙이게 되는 것 같아요.

오은 : “아침마다 원고를 쓰고 출근하는 일이 매일의 나를 단단하게 붙들어 주었습니다”라고 브런치에 쓰셨어요. 아침잠을 줄이고 글을 쓰셨다고 들었는데요. 아침잠 포기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괜찮았나요?

이지은 : 아침잠을 포기하면서 써야 할 이유가 있었어요. 이 책은 일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출근하기 전에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을 정리하면서 쓰는 것이 좋더라고요. 출근하는 데에도 힘을 더 받게 되고요. 글쓰기의 힘을 느꼈죠. 

오은 : 이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정답 없는 편집자의 세계가 너무 좋다고 말하는 15년 차 편집자. 체구 작고, 내성적인 조용한 어린이였다. 그때부터 이지은은 현실에서 사라져 책이라는 세계로 도망치기를 좋아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가사를 받아 적고, 친구와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듣던 학창시절을 보냈고 그 시절, 잘 모르는 아이를 남몰래 짝사랑하다 하룻밤 사이에 그만둬 버리는 취미가 있었다. 대학에서는 불어불문학을 전공했는데 공무원 준비를 하는 친구들 틈에서 취업을 결심했고, 우연히 신문에서 본 “책이 밥 먹여주냐고요? 네, 밥 먹여줍니다”라는 광고에 눈이 번쩍 뜨여 편집자의 길로 들어섰다. 

2007년 7월 2일, 편집자로 첫 출근을 했다. 처음 만든 책은 『기찬 집 만들기』라는 실용서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약 80권의 책을 만들었다. 일할 때는 한 치 앞을 안 보고 뛰어드는 스타일. 책을 사는 것은 취미이자 일이다. 장바구니에 4만 7000원어치가 있으면 기필코 5만 원 이상을 채워서 구매한다. 출근이 힘들 때는 커피 마시러 회사 가자고 자신을 설득한다. 파주의 더마켓 커피, 공덕의 티오피커피, 일산의 터치 아프리카에 차곡차곡 쌓인 추억이 있다. 여행에 가면 조식에 목숨 거는 타입이고, 빵이나 디저트에 특히 진심이다. 마음이 어두워질 때면 매니큐어를 바르는 습관이 있다.” 소개된 내용을 보면 확실히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둔 사람이라는 게 보여요. 동화 중에서도 뭔가 환상적인 요소가 있는 걸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이지은 : 주로 어린이 탐정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 가방 하나만 들고 갈 수 있도록 나름대로 비상용 가방도 있었어요.(웃음) 거기에 밧줄도 있었고, 나침반도 있었는데 어디를 헤매더라도 찾아갈 수 있게 한 거였어요. 나침반 볼 줄 몰랐는데 말이에요.(웃음)

오은 :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는 어떤 책인가요? 직접 소개를 부탁드려요. 

이지은 : 책의 곁에 처음부터 끝까지 서 있는 편집자가 하는 일, 편집자의 세계에 대해 안내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독자님들께서는 한 권의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을 텐데요. 그 일을 하고 있는 편집자인 제가 일을 하면서 느낀 기쁨과 슬픔을 곁들여서 책장 너머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오은 : 특히 좋았던 부분은 편집자로서의 자부심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함께 일하는 작가님들에게 의례적으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하잖아요. 그런데 작가님은 그런 호칭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히시더라고요. 

이지은 : 이 질문을 받고 뭔가 푹 찔렀다는 생각을 했는데요.(웃음) 혼자 조용히 하고 있는 운동이었거든요. 사실은 편집자도 처음에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뭐라고 작가님이 써온 문장에 손을 대지? 대야 하나?’ 하고요. 그런 와중에 또 저자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일을 하기 시작하잖아요. 더구나 사회 초년생일 때는 거기에서 약간의 권력 관계 같은 게 생기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마음이 다치는 일도 있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편집자랑 저자가 같은 위치에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자리 잡고 갈 것인가 고민을 했고요. 결국 우리는 책을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 일을 하기 위해서 만난 사이니까 글 쓰시는 분은 ‘작가님’으로 부르기로 했죠.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버리고 나서 동등하게 의견도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오은 : 편집자의 업무를 과소 평가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책을 쓴 저자의 노고가 책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이 책을 보면 편집자의 어려움도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또 과거와는 달리 편집자의 업무 자체가 엄청나게 늘어서 ‘이게 내 업무야?’라고 자문하는 순간도 많다고 하셨죠. 

이지은 : 편집자라고 하면 원고랑 싸움할 것 같고, 맞춤법 박사일 것 같잖아요. 정적인 업무일 것 같다고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사실 기획을 하기 위해서 저자 미팅을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럴 때는 보따리 장사 같은 느낌이에요.(웃음) 또 지금은 책 만드는 일 외에 책을 알리는 일도 너무 중요한 시대라 출간 이후에도 저자 옆에서 늘 소통을 담당하고, 책 홍보 활동을 하실 때도 늘 저자 옆에서 매니저처럼 있어주는 역할도 편집자에게 요구되기도 해요. 

오은 : 이지은 편집자님이 기획해서 나온 책 중에서 이 책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기획하고 펴낼 때까지의 이야기도 책에 담겨 있는데요. 마치 영화 같더라고요. 이 책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을 것 같아요. 

이지은 : 책을 처음 시작한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2017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이었어요. 자려고 누웠다가 트위터에서 박막례 크리에이터가 청춘들의 고민 상담을 하신 것이 엄청 화제가 되고 있는 걸 본 거죠. 그걸 보는데 너무 신이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 분 너무 궁금하다, 생각했어요. 그 호기심 하나로 인스타그램에 김유라 PD님을 검색해서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 DM을 보냈죠. 놀랍게도 바로 답장이 왔어요. 그렇게 2018년 1월에 마주 앉았어요. 

오은 : 또 기억나는 이야기가 그럼에도 일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오롯이 텍스트와 나만이 남는 시간이라고 하신 대목이었어요. 역시 가장 좋을 때는 원고 보실 때인가요? 

이지은 : 맞아요, 어쩔 수 없이 활자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요. 활기차게 사람들 만나고, 서로 마음 맞아서 박수 치고 좋아할 때도 굉장히 좋지만 한편으로는 고요하게 한밤중에 스탠드 켜고, 혼자 앉아 문장의 뜻을 하나하나 유추하면서 흐름을 잡아가는 시간이 꼭 필요해요. 그게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어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을 드릴게요.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지은 : 이 추워진 계절에 생각난 책이 있었습니다. 고수리 작가님의 『고등어 :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인데요. 그 책을 읽었을 때가 작년 이맘 때였어요. 이 책 읽고 된장 미역국 한 솥 끓여서 챙겨 드시고 따뜻한 겨울 나시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오은 : 한 가지만 더 여쭐게요. 지금까지 편집하신 책들 중에 연말에 읽기 좋은 책 한 권만 추천해 주신다면 어떨까요? 

이지은 : 연말에 읽기 좋은 책, 방금 나왔습니다.(웃음) 뮤지션 이랑 작가님과 『보노보노』의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님이 1년이 넘도록 편지를 주고받으셨어요.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책 제목이고요. 코로나 시절에 겪은 일들에 대한 얘기도 많아서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이지은

호기심과 좋아하는 것이 많고 언제든지 쉽게 반할 준비가 되어 있는 편집자. 돌잡이 때 책을 집더니 운명적으로 책 만드는 사람이 되어 국내/해외문학, 에세이, 만화, 실용 등 분야를 넘나들며 15년째 편집일을 하고 있다.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책을 핑계로 인연을 이어가고 책을 앞세워 독자를 만나는 매일이 즐겁다. 일 이야기를 좋아하다 못해,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에서 본격 편집자 인터뷰 ‘에디터리의 커피타임’을 진행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하루냥, 하나냥과 다정한 반려인 'Koo'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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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이지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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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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