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배우고, 또 배우고, 또 배우면서, SF9 인성
인성은 배웠다. 늦게 시작한 연습생 생활을 견디는 법을, 팀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 스스로를 지탱하는 법을.
글ㆍ사진 박희아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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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9 미니 10집 콘셉트 포토 (제공: FNC엔터테인먼트)

SF9의 멤버 인성은 요즘 가장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한 명이다. 최근까지 그는 뮤지컬 <레드북>에서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어리숙한 청년 브라운으로 살았다. 그리고 인성은 <레드북> 공연을 하면서 SF9의 새 앨범을 준비했으며, 22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가수 활동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뮤지컬 <잭 더 리퍼> 무대에 서게 된다. 단언컨대, 음악방송은 물론이고, 어쩌면 가수로 활동할 때보다 훨씬 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뮤지컬 무대 중에 지금의 그에게 쉽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개도 없을 것이다.

인성은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시리즈에서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열정과 통찰』 편에 인터뷰이로 참여했다. 그의 인터뷰 타이틀은 “모두가 바쁜데, 제가 어떻게 바쁘다고 말을 하나요?”였고, 실제로 이 인터뷰 안에는 그가 지금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면서, 또 과거에 새로운 일들을 마주하면서 느낀 감정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때, 인성의 인터뷰 안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하나의 키워드는 ‘배움’이었다. 배울 것이 너무나 많아서 바쁜 사람.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잘했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꿔보지 않은 채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기쁨을 알게 됐다는 그만의 역사. 이 역사의 주인공은 뒤늦은 연습생 생활, 데뷔 후 무대 위에서 깨친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고백으로 이어지며 굳세게 생명력을 연장해나갔다. 음악방송에서 느낀 좌절감에 묻혀있는 것이 아니라, 좌절의 순간을 통해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자기 자신을 더 나은 가수로 만들기 위해 연습하는 방법을 익혔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을 지내며 배운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계속되는 시험과 경쟁에 익숙해진 몸의 감각을 알고 있는 아이돌 멤버는 매우 드물다. 인성은 이 시기를 견뎌낸 자신의 모습을 마음에 품고 연습생 생활을 하며 또다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혀나갔다. 새로운 질서가 지배하는 낯선 연예계에서 SF9의 메인 보컬로 노래를 부르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뮤지컬 무대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동안 마냥 즐겁기만 했을 리 없다. 우리 모두가 하루, 한 달, 일 년을 살아나가면서 다음 단계를 위해 낯선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할 때처럼, 때로는 숨이 막히고 때로는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하다 아슬한 경계에서 두려움을 마주하듯, 인성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모두 재미있다”는 그의 말은 분명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우리가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과 아주 닮아있다.

하지만 조금 시선을 달리하면, “재미있다”는 말은 부담과 긴장을 이겨내는 법을 습득한 뒤에 통쾌하게 내뱉는 선언이다. 브라운은 여자 주인공인 안나에게서 눈으로 보이는 세상의 질서가 무조건 옳고, 무조건 우리가 따를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운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깊이를 갖춘 변호사이자 하나의 인간으로 거듭나고, 인성은 그 시간에 브라운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더 무대 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SF9의 무대에서 눈에 힘을 주고 좀 더 강한 소리로 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법과 뮤지컬 무대에서 상대 배우와 관객들을 향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법은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그는 배웠다. 늦게 시작한 연습생 생활을 견디는 법을, 팀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 스스로를 지탱하는 법을, 새로운 장르의 예술에 도전할 때 선배들로부터 울고 웃는 법을.


뮤지컬 <레드북> 캐릭터 포스터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온갖 욕망으로 들끓는 연예계에서 직관적으로 생존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 그러나 생존의 공식에 자신을 대입하는 이들은 많아도, 공식에 들어간 미지수에 계속 다른 숫자를 대입하며 나만의 공식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새로운 걸 배우면 배운 대로 숫자도, 부등호도 내 마음대로 바꿔가며 나만의 공식을 가지고 가는 사람, 그럴 의지가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흔치 않다는 뜻이다. 인성은 그래서 영리하고, 특별하다. “마음만 먹으면 아주 웃긴 인터뷰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인터뷰어로서 “그건 거절하겠다”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이미 진지하면서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툭 던지는 농담이 아니라, 오래, 깊이 배워서 자기도 모르게 대화의 기술을 습득한 사람의 말에 같은 온도로 화답하는 게 맞다 여겼다. 내게도 유쾌한 배움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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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