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의 종이집』은 시를 품은 이야기이자 이야기가 있는 동시집으로, 하나의 이야기 안에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과 사건들을 동시로 풀어 놓고 있다. 지각대장 진규는 어느 날 새로 전학 온 티나를 마주하게 된다. 늘 놀리기만 하는 친구들과 달리, 티나는 반갑게 인사해 주고 웃어 준다. 진규는 그런 티나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제 감정이 무언지 모른 채 진규는 티나를 졸졸 뒤따르게 된다.
누군가에게 관심이 갈 때 우리는 그의 모든 게 궁금해진다. 그 사람의 한마디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김개미 작가는 ‘귀가 자꾸 커져요’라는 문장으로 표현해 놓았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으로 치환하여 전달하는 솜씨. 『티나의 종이집』을 통해 아이들은 감정을 이해하고, 동시를 통한 감정 표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티나의 종이집』은 각각의 동시가 읽는 재미는 물론,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동시로 풀어낸 것 같아요.
『티나의 종이집』도 동화나 소설처럼 주요 인물이 있고, 사건의 진행이 있어요. 동화나 소설이 사건을 드러내고 주요 인물들이 그걸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티나의 종이집』은 주요 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고, 그걸 통해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유추하게 하는 방식이에요. 그러니까 『티나의 종이집』은 독자가 이야기를 구성하며 읽어야 하는 책인 거지요. 제가 공간이나 사건을 드러내지 않으면 않을수록 독자는 더 다양하고 멋진 공간과 사건을 상상할 수 있는 거죠. 누구를 좋아한다고 해도 한결같은 마음일 수는 없잖아요. 변화무쌍한 마음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그것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어요.
『티나의 종이집』에서 ‘티나’는 외모가 좀 다릅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데, 그런 자신의 외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해요. 아주 매력적인 ‘티나’는 어떻게 탄생된 걸까요?
티나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기보다는 우리가 흔히 흑인으로 알고 있는 아프리카계 아이예요. 제가 6년째 동두천에 살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나에게 이웃이란 누구일까 생각하게 됐죠. 동두천에서는 문만 열고 나가면 미군과 외국인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을 마주쳐요. 마트나 식당, 거리, 어디서든 매일요.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웃이었죠. 저는 특히 아프리카계 아이들에게 마음이 갔어요. 제가 사는 골목에도 여자아이가 살았는데요. 오후에는 그 애가 친구들과 노는 소리가 들리곤 했어요. 노래를 좋아하고 자전거를 좋아하고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였죠. 그 아이가 티나라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해줬지요. 조금 다르지만 또 조금도 다르지 않는 당차고 재미있는 아이를요. 티나는 이미 출간한 동시집에도 나와요. 『오줌이 온다』(토토북, 2019)에는 박정섭 작가님의 티나가 있죠. 그때도 티나를 아프리카계 아이로 그려달라고 부탁했었어요. 이번에 민승지 작가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티나를 그려주셨어요.
‘티나’와 함께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티나를 좋아하는 진규의 모습이었습니다. 외모가 조금 남다른 티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린이들이 『티나의 종이집』을 통해 어떤 점을 느꼈으면 하고 바라시나요?
양주 동두천 등지에서 기간제 교사를 한 적이 있는데요. 아이들은 외국인 아이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정말 잘 놀아요. 따돌릴 거란 생각은 어른들의 편견인 것 같아요. 아이들에겐 누가 주입하지 않는 한 선입견이 없어요. 진규도 그런 아이 중 하나죠. 진규를 지각하는 아이로만 보지 말고, 구김살 없는 따뜻하고 다정한 아이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진규가 티나를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 건 다를 게 없기 때문이에요. 『티나의 종이집』을 쓰면서 소수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사람은 틈만 나면 외로움을 타니 사람은, 사람이라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수자가 아닐까 하는…. 아이들이『티나의 종이집』을 읽으면서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벌써 코로나 시국 2년이 되어가는데요. 이 책이 조그만 환기창이 된다면 너무 감사하죠.
『티나의 종이집』을 읽다 보면 티나를 좋아하는 진규의 마음이 워낙 잘 표현되어 있어서 금세 동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혹시 작가님께서 진규처럼 누군가를 남몰래 좋아하고, 끙끙 고민한 적이 있으셨을까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어린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진규의 마음이 잘 표현되었다면 제 전공과 관련이 있어서일 거예요. 짝사랑이 제 전공이거든요. 저를 좋아한 사람보다 제가 좋아한 사람이 많죠. 제가 좋아한 사람들은 대부분 제가 좋아한 줄도 모르죠. 누굴 좋아한다면 고백하라고들 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런 말은 못하겠어요. 지나고 보면 몰래 좋아한 것도 굉장히 귀한 거거든요. 분명한 건, 사랑은 자기를 써버리는 소모가 아니며, 짝사랑은 실패가 아니란 거죠. 사랑을 통해 성숙할 수 있다고 믿어요.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있다면 더 많이 받으려고 하지 말고 더 많이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나의 사랑’인 거잖아요. 나는 나의 사랑을 해야죠.
『티나의 종이집』에 나온 모든 동시가 재밌고 사랑스럽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작가님이 특별히 더 즐겁게 썼던 원고를 고른다면 어떤 것일까요?
어쩐지 제 자식을 차별하는 기분인데요. 그래도 굳이 답변을 하자면「민들레를 봅니다」예요. 이 작품이 특별한 건 이 작품을 쓰면서 알았다는 거예요. 맨 마지막에 들어가겠구나, 이건 변하지 않겠구나, 하는 것을.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작품 쓰면서 아련하고 따뜻하고 담백한 느낌이 좋아서 잠깐 울었던 것 같아요. 네, 제가 좀 잘 울어요. 깔끔한 여운을 남길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민들레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겐 꽃이 주는 특별함이 있잖아요. 누군가와 관련이 있고요. 그래서 어떤 꽃은 혼자 보면서도 혼자 보지 못하잖아요. 이 시가 그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작가님의 동시는 상상력은 물론 생활 속 작은 부분들을 잘 잡아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동시를 쓰기 위해서 평소에 훈련을 하시는 걸까요? 동시를 잘 쓰려면 어떤 연습이 필요한지 작은 팁을 주실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런 팁이 있을까요? 있다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평생 저만 알고 있고 싶은데요. 일단 저는 머리 쓰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설계를 하지 않고 써요. 감당할 수 있는 단어, 문장, 흐름 정도만 가지고 쓰는 것 같아요.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힘을 빼는 거죠. 피곤하기 싫어서 비틀지 않고요. 가볍게 툭툭 치면서 농담도 섞어가면서 하죠. 그렇게 써요. 농담 좋아하는 사람한테 말하듯이.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성공을 맛보면 대범하게도 해보고요. 그리고 일상을 소재로 쓸 때는 쩨쩨함, 이걸 많이 이용해요. 우린 대체로 그다지 착하지도 그다지 악하지도 그다지 잘나지도 그다지 못나지도 않았잖아요. 그러나 대체로 쩨쩨하지 않나요? 저는 그렇거든요. 그런 제가 일상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했던 생각들을 시로 가져오는 것 같아요. 이건 제 방식이고요. 누구나 잘하는 게 있을 거예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잘 안 되는 걸 고치려 하지 말라는 거예요. 잘하는 걸 확장시키면 좋겠어요.
『티나의 종이집』은 열린 결말의 이야기입니다. 진규가 고백을 하면서 끝이 나니까요. 과연 티나는 진규의 고백을 받아들였나요? 이후 이야기가 무척 궁금합니다.
진규가 “너, 좋아해!”라고 소리쳤을 때, 티나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야, 좀 들리게 말해!” 하고는 손을 흔들고 뚜벅뚜벅 가던 길을 갔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진규가 누굴까요? 또 티나는 누굴까요? 저도 진규고 티나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진규고 티나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여러분이 이 책을 마무리 지어줘야겠는데요. 여러분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마 이 책의 결말일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의 첫사랑은 바로 당신입니다!
*김개미 2005년 《시와 반시》로 등단. 시집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앵무새 재우기』, 동시집 『오줌이 온다』『레고 나라의 여왕』『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커다란 빵 생각』『어이없는 놈』외 그림책 및 산문집 등 다수 씀.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제1회 권태응 문학상 수상. 고양이 달리와 싸우지 않고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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