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출신 3인조 신스팝 밴드 처치스의 등장은 화제에 가까웠다. 이 신인의 주 화법은 과거 라 루로 시작해 당시 퓨리티 링과 그라임스에게서 방법론적으로 계승되던 '정제되지 않은 과잉의 신시사이저'와 그 위로 얹히는 '카랑카랑한 여성 보컬'의 조합이었지만, 폭발적 인기의 정확한 근원은 독창적인 멜로디 메이킹으로 점칠 수 있었다. 선율과 청량감을 무기로 내세운 데뷔작
정규 4집
날선 각오는 콘셉트에서도 극명히 나타난다. '스크린 폭력'이라는 제목처럼 수많은 공포의 단면을 다루는 앨범은 절대악과 같은 개념이 아닌 여러 익숙한 형태로 우리 곁에 만연한 두려움을 포착한다. 매일 밤 악몽의 모습으로 찾아오거나(Violent delights), 공포 영화의 클리셰처럼 조여오고(Final girl), 때론 사회적 기준과 고정관념으로 당신을 옥죄어오는(Good girls) 것들. 역설적이게도 여기에는 명랑하고 직선적으로 설계된 멜로디가 자리를 잡는다. 기분 좋은 의외성을 선사하며 듣는 재미를 배가하는 반전적 요소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초기작의 아성에 미치지 못한다. 'How not to drown'에 참여한 큐어의 보컬 로버트 스미스는 비교적 불안한 무드인 크리스탈 캐슬의 'Not in love' 경험에 초점을 맞춘 듯 뻗어나가야 할 곡 분위기와는 어그러진 합을 낳는다. 완급을 위해 안정을 도모한 후반부 구간은 초반부 강하게 휘어잡은 기세에 비해서나, 또는 곡 자체로도 변화의 메리트를 크게 주지 못한다. 동일 재료를 이용한 작법과 파격적인 노랫말은 앨범의 주장과는 일치하지만, 공격성을 줄이고 환기의 효과를 가져온 전작들의 'Recover'나 'Afterglow'와 비교하면 다소 무던하게만 다가올 뿐이다.
관계에 관한 고뇌와 군상을 밝게 열창하던 처치스가 어둡고 무거운 주제 선택을 통해 다른 활로를 개척했다는 점은 괄목할만하다. 'California'나 'Good girls' 등 번뜩임이 가득한 킬링 트랙의 존재 역시 뚜렷하다. 비록 꿈을 거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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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