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의 결혼을 앞두고 오랜 세월 층층이 쌓아왔던 말들을 풀어낸다. 엄마로서, 며느리이자 아내로서, 그리고 또 딸로서 지내온 날들에 비춰 전하는 말들은 처음엔 당부나 조언 같았다가 점차 무한한 애정이자 한 여자의 삶 그 자체가 된다.
딸의 인생엔 늘 엄마의 삶이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 (중략) 그래서 최대한 그 그림자의 정체를 밝혀주는 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인지, 폭력적인 것인지 말이다.
목차만 보고도 글썽인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다. 목차를 훑으며 눈에 잡힌 문장들에 그 내용을 읽기도 전에 맘이 아리다. “파출부가 얘만큼 하겠니?”, “사부인, 쟤가 씀씀이가 헤퍼 걱정입니다.” 그늘이자 폭력일 것 같은 이 제목 뒤엔 그만큼 가감 없이 솔직한 경험들이 이어진다. 너무나도 가부장적인 시어머니와의 일화들에 독자들은 자신이 딸이든 아들이든, 아내이든 남편이든 속상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작가는 자길 힘들게 한, 가부장제에 물든 이를 힐난하거나 악인으로 규정짓지 않고 오랜 기간 곱씹어 여러 면을 들여다보며 이해한다. 책망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타협하지도 않으며 딸에게 분명한 말을 건넨다. 며느리든 딸이든 뭐든 다른 어떤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온전한 너로 살아가라고.
이야기는 그늘에서만 이어지지 않는다. 햇볕으로 나와 딸의 어린 시절 추억들, 부모님과의 애틋함과 배우자의 든든함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온마음을 감싼다. 이 책은 한 권의 일기장 같다. 작가의 인생이 느린 파도처럼 담담하게 밀려온다. 엄마의 삶과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책을 받아 든 딸. 어떤 감정이 들까?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의 어여쁜 딸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를 외면한다면, 나의 고단한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100번이라도 그리하라 하겠다.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133쪽
딸의 감정을 헤아리기도 전에 나는 이 막대한 애정을 목격한다. 한 권 가득 흘러넘친다. 딸에게 전하는 조언 역시 보탬이 되겠지만, 무한정적인 사랑 그 자체가 앞으로의 나날에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
엄마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결혼을 앞두지 않았거나 결혼 생각이 아예 없을 수 있다. 일화는 아주 구체적이고 어찌 보면 한 사람 또는 한 가족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성스럽게 담긴 마음은 읽는 이 모두에게 가닿을 거라 확신한다. 그건 우리가 공통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겠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주 보편적으로 확장되는 이 이야기는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등을 도닥이고 따뜻한 위로와 힘찬 응원을 두 손 가득 쥐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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