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 특집] ‘좋은 태도’라는 아이덴티티 - 차우진
“내가 쓰는 글이 문제를 지적하고 해석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음악산업평론가 차우진은 지속 가능한 브랜딩의 핵심으로 ‘태도’를 말한다.
글ㆍ사진 문일완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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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댓글 원칙 중 하나는 ‘쌍욕에도 답글을 한다’예요.
그게 커뮤니케이션이니까요.”
“모든 사람에겐 일하는 사람의 정체성과 자연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있는데, 나는 일하는 사람으로선 어떤가, 자연인으로선 어떤가를 놓고 키워드와 문장으로 정리하려고 고민을 많이 해요.” 차우진에게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답변마다 공통 단어가 하나씩 박혀 있다. ‘고민’이라는 단어. 자신의 크레디트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글쓰기 툴에 대한 고민, 무엇을 팔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자신의 세계관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그 고민들의 빌드업 결과가 지난해 4월 오픈한 ‘차우진의 TMI.FM’이다.


‘밤레터 #01’이라는 제목을 달고 ‘차우진의 TMI.FM’ 첫 뉴스레터를 발신했더군요. 

맞아요. 처음 페이스북에 뉴스레터 모집 공고를 올렸는데, 아마 300명에서 400명 정도 구독 신청을 했던 것 같아요.

‘구독형 뉴스레터’라는 구상은 언제 시작한 건가요? 

좀 더 독립적인 형태로 글을 쓰면서 지속 가능성, 수익화를 고민한 건 2012년일 거예요. 패트리온이라는 사이트를 접하고 구독형, 후원형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거든요. 텀블벅이 등장했을 때는 직접 찾아가기도 했고요. 유료 뉴스레터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 그러다 이슬아 작가가 잘하는 걸 보고 협업도 하고 질문도 하고 리서치도 하다가 결심했어요.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들은 익히 알지만, 사실 쉽지 않은 모델이잖아요. 

국내 메이저뿐 아니라 개인, 팀 단위의 뉴스레터는 거의 다 구독한 거 같아요. 석 달 동안 40개 정도의 뉴스레터를 영역에 따라 분류하고 체크하면서 다 읽었어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했던 시간이에요. 결론은 ‘시작할 거라면 제대로 하자’였어요. 결국 ‘TMI.FM’이라는 브랜드 네이밍, 도메인 신청, 브랜딩하는 친구들을 찾아가서 컨설팅까지 받고, 브랜드 플랜 세우는 과정까지 꼼꼼히 진행했어요.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컨설팅까지 받았다는 건 의외네요. 

처음엔 혼자 해보려다가 코파운더를 만나고 컨설팅까지 맡기게 됐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다 등을 쭉 얘기하면 그쪽에서 숙제를 내고, 과제를 제출하는 커뮤니케이션 기간을 3개월 정도 가졌어요. ‘TMI로 뭘하고 싶냐’, ‘브랜드 메시지는 뭐냐’라는 질문을 받으면서 뉴스레터에 무슨 얘길 담을지 정리했고요. 그 과정에서 컨설팅을 맡은 정영우, 황다희 디자이너가 포맷과 디자인 로고, 폰트, 키 컬러까지 브랜드 가이드를 만들어줬어요. 개인적으로 디자인 작업물을 보면서 디자이너의 생각을 유추하는 걸 좋아하는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면서 디자인 아웃풋은 제대로 하는 사람들, 좋은 사람들이 하는 게 맞다는 확신을 했어요.


콘텐츠와 비즈니스, 테크놀로지를 분리해 얘기할 수 없는 시대다.
영역의 경계를 타고 넘은 경험들이 TMI.FM에 담겨 있고, 그것이야말로 최고 강점이다.
IT 기획자,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자, 콘텐츠 기획자, 대중음악 평론가라는 커리어를 경유했잖아요. ‘TMI.FM’이라는 브랜드는 그 모든 경험이 녹아 있는 목적지로도 보이네요. 

맞아요. 그 경험들을 살려 기획, 섭외, 제작 진행, 설문지 작성, 원고까지 모든 걸 혼자 해요. 반면 의견을 구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막힌 게 있을 때 물을 수 있는 사람도 많아요. 얘기를 가장 많이 나누는 건 코파운더예요. 제 경우 지속적으로 어떤 일을 진행하는 걸 어려워하는 편인데, TMI는 지속 가능하게 키워보자는 생각이거든요. 

본격적인 퍼스널 브랜딩 영역으로 넘어오게 된 모멘텀이 있을 것 같아요. 

최근 5년 동안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평소 IT나 테크놀로지에 관심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새로운 걸 꽤나 좋아하는 캐릭터더라고요. 앞서 가고, 빨리 경험한 것들이 많았는데, 몰랐던 거죠. 그걸 제 관점으로 정리한 것이 최근이에요. TMI가 그 결과물이 된 거고요. 

구독자 혹은 팬덤 관리 차원에서 숫자 하나를 더 언급해도 될까요? 첫 레터의 조회수가 82였는데, ‘밤레터 #41’에서 갑자기 몇 배로 뛰더군요. 

솔직히 조회수는 신경을 많이 안 써요. 그것보다는 공유되는 숫자, 댓글, 구독자가 늘어나는 포인트, 구독 이탈 포인트가 더 중요해요. ‘밤레터 #41’의 제목이 ‘크리에이터를 위한 도구가 되고 싶은 마음’인데, 그 글을 쓸 때의 마음은 또렷이 기억나요. 내가 쓰는 뉴스레터가 누군가에겐 써먹을 수 있는 뭔가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뭘 써서 보내야 할까라는 마음. 나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거다, 당신과 비슷한 사람이 여기 있다, 기뻐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차우진’이라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구독자에 대한 신뢰가 생긴 장면이 있다면요? 

티는 안 내지만 이름 검색을 엄청 해요.(웃음) 얼마 전 읽은 댓글에 이런 문구가 있었어요. ‘랜선 선배’ 같다는. 아마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 같은데, 자기가 고민하는 걸 짚어준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지향하는 부분이에요.

브랜드를 지속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 생각 중인 게 있나요? 

콘텐츠로 신뢰를 구축한 다음엔 커뮤니티예요. 사람 중심으로 모인 커뮤니티. 현재 TMI 뮤직 인더스트리라는 단톡방에 모인 사람이 775명이에요. 지금까지 잡지 에디터, 기자, IT 서비스 기획자, 광고, 영화, 뮤지션, 음악 레이블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정말 폭넓게 만난 셈인데, 서로 하는 일에 대한 교집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을 이어주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생길 거고요. 이런 가능성을 기반으로 나중엔 비즈니스 기반의 커뮤니티까지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요즘 세대라 불리는 MZ세대에겐 퍼스널 브랜딩이 디폴트 값으로 여겨지잖아요. 반 발 앞선 브랜더로서 귀띔할 게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세대를 나누는 건 요즘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보다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것’, 그리고 ‘달라질 것’을 귀띔하고 싶어요. 결국 태도의 문제인데, 태도가 모든 걸 설명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취향, 좋은 관계보다 우선하는 게 좋은 태도다! 결국 눈에 띄고 오래 알고 싶은 사람은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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