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이별 시즌이라도 있는 걸까? 올 여름은 몇 가지 헤어짐을 동시에 맞이해야 했다.
글ㆍ사진 김상훈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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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시즌이라도 있는 걸까? 올 여름은 몇 가지 헤어짐을 동시에 맞이해야 했다. 회사에서, 또 일상에서. 잠깐이지만 연을 맺은 사람들과 같은 방식의 관계 맺기를 계속할 수 없다는 사실은 감정에 작지 않은 진동을 일으킨다.

몇 년 전 다른 일터에서 일 성향 검사라는 것을 받아본 적 있다. 나는 지극한 관계지향형의 인간으로 나타났다. 무엇인가를 할 때 함께하는 사람이 너무 중요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 하며, 그를 통해 일의 성과도 끌어올리고자 하는 사람이란 것. 평소 고양이 같은 유형, 단호박 같은 유형을 좋아하고 스스로에 대한 판타지 속에서 그런 사람이길 소망하지만, 실은 그와 정반대임을 알았을 때 조금 서운했다.

그래 뭐, 난 사람을 좋아한다. 좋아하고 싶은 사람을 열렬히 좋아하고 곁에 두고 싶어한다. 동시에 그런 나를 싫어한다. 관계를 둘러싼 감정 소모가 커서 자주 피곤하고, 누군가에게 실망하거나 우리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만 같을 때 혼자 끙끙 앓는다. 그러한 감정이 일을 할 때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 관계에 휘둘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 그 못난 사람이 바로 나다.

가장 큰 아픔을 남기는 것은 역시 이별이다. ‘회자정리’라는 말 너무 싫다. 만난 사람은 왜 헤어져야 해? 곁에 있다 없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기가 어렵다. 미워하던 사이, 뜨뜻미지근한 사이, 잠시 스친 사이였어도 마찬가지다. 

책읽아웃의 김하나 작가님이 하차하게 되었고, 팀장님이 퇴사하게 되었으며, 깊은 연을 맺은 친구와 사랑했던 동물과 조금 멀어지게 되었다. 모두 8월에 일어난 일이다. 각각의 관계를 정리하고 지난 시간을 곱씹으며 마음을 다독이기도 쉽지 않은데 한꺼번에 다가 온 이별 앞에서는 그저 무력한 마음이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누군가 자꾸 이 노랫말을 부르는 통에 내 귓가에도 맴돌게 되었다. 그 뒤의 가사는 모르겠어서 검색해 보았다.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아니,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더니 서로 갈 길 찾아서 떠나야 한다고? 회자정리였다.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슬픔을 최대한 덜기 위한 끝인사 같은 걸 떠올려 본다. “우리는 이제 이전과 같은 관계로 지낼 수 없겠지. 자연스레 멀어지게 될 거고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거야.”라고 냉정하게 말할 수는 없으니까. “다음에 좋은 기회로 또 뵐게요. 언젠가 또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하며 잠시 아쉬움을 달래는 인사. 헤어지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끝인사가 필요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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