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출신 래퍼 빈스 스테이플스의 신보가 발매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꽤나 낯설다. 여러모로 빈스 스테이플스처럼 들리지 않는 작품이다. 날 선 감정과 냉소적인 통찰로 게토 현장을 보고하던
가장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지점은 프로덕션이다. 스타일리쉬하고 억센 사운드를 기반으로 짜릿한 청각적 쾌감을 자아내던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미니멀한 비트를 속속 채웠다. 직전작
래핑 역시 이전과 궤를 달리한다. 특유의 강성 플로우와 타격감 있는 발성이 자취를 감추고 나른한 분위기에 맞춘 힘을 뺀, 웅얼거리는 랩이 대신 청각을 겨냥한다. 유행과 상업성으로의 편승이라는 의구심은 그 완성도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첫 곡 'Are you with that?'은 선명한 팝 멜로디를 지녔고 'The shining'의 랩과 노래 병렬은 안정적이며, 전염적인 훅의 'Mhm' 역시 새 국면의 그를 멋지게 장식하는 피날레다.
특히 메시지에 귀 기울이다 보면 생경한 변화의 의도를 십분 납득할 수 있기도 하다. 과거 빈스 스테이플스는 모든 것에 날카로웠다.
도처에 '죽은 녀석들!(Dead homies!)'이라 옛 친구들을 소환하거나, 친모의 법정 일화를 녹음한 스킷 'The apple & The tree'가 사실성을 부각하는 장치로 기능할 때는 실재적인 현장감이 정면에 펼쳐진다. 알앤비 가수 포우쉐(Foushee)가 피쳐링한 'Take me home'의 '내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꿈을 꾸고 싶지 않다'라는 구절이 상처받은 영혼을 압축한다. 그러면서도 확고한 긍지만큼은 여전해서, 'Lil fade'에서는 죽음의 위협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놓치지도 않는다.
이전 그의 까칠한 스탠스나 'Big fish' 같은 중독성 강한 뱅어를 원했다면 심심하게 다가올 수도 있으나, 음반은 특정 관습으로의 매몰을 견제함과 동시에 반대표를 던지기 어려운 수준급의 응집력과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