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명랑한 교실』은 일반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을 맡아 장애 아동들을 가르치는 7년 차 특수교사의 교단 에세이다. 열정만 활활 불타올랐던 초임 특수교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첫 수업이 망하면서 시작되는 진짜 수업 이야기, 내내 유쾌하지만 문득 눈물이 툭 터지게 하는 특수학급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투명 인간처럼 존재했던 아이들이 “명랑하고 고유하고 사연 많은 존재들”로 우리 앞에 생생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특수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분투하고 있는지 그 면면을 상세히 전달해 특수교육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걷어내고, 비장애인과 우리 사회가 귀담아듣고 눈여겨보아야 할 것들을 차분하고도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다.
선생님은 일반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을 맡고 계시지요. 이 책에는 장애 아동들이 존재감을 뿜뿜 내뿜고 있어요. 선생님이 가르치는 특수학급 학생들은 어떤 아이들인가요?
특수학급에는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어 일반학급 및 특수학급으로 배치받은 아이들이 와요. 지적 장애나 자폐성 장애, 지체 장애와 같이 장애가 있는 아이도 있고, 지금 장애는 없지만 특수교육 지원이 없으면 추후 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도 있어요. 달리 말씀드리면 학습이나 사회성 발달이 조금 느린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누구나 발달 속도가 다르잖아요? 그러니 ‘성장’이라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꾸준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라고 보면 좋겠어요.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친구가 되는 에피소드가 참 인상적이었어요.(「민호랑 같은 반 되고 싶어요」)
자폐성 장애가 있는 민호와 민호를 있는 그대로 보려는 지우라는 학생의 이야기였어요. 심성이 고운 지우의 마음을 민호가 조금씩 느껴가는 것이 저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민호도 또래에게 관심이 있어요. 또래들이 신나게 놀면 뭐 하고 노는지 보고 오곤 하죠. 또래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민호와 민호에 대한 지우의 관심이 딱 맞아떨어진 때가 있었나 봐요. ‘자폐성 장애인’이라고 하면 타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소통이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있어요. 제가 만난 자폐성 장애 아이들 대부분이 선생님과 활동하는 것도 좋아했지만 또래랑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선호했어요. 단지 자기 관심을 사회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거예요. 자폐성 장애 아이는 친구를 사귈 수 없고, 친구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친구를 싫어한다는 편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우와 민호 이야기를 넣었습니다.
책에 “우리 엄마가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어요.” 하며 장애 학생들과 거리를 두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모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줄 텐데요, 비장애 학생 보호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책이 나오고 사인을 해달라는 소리를 자주 들어요. 그럼 꼭 ‘존재로 충분한 세상’이라는 글귀를 써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요.
앞으로는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장애는 나쁜 것, 틀린 것이 아닌 개인의 개성, 사람이 가진 다양성 중 하나일 뿐이에요. 그에 발맞춰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며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가 어디서든 존중받는 아이가 되지 않나 해요. 그러니 가정에서부터 나와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태도와 마음을 가르쳐 주시면 우리 사회가 좀 더 품이 넓어지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지내면서 가장 기쁠 때,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수업하면서 기쁨과 어려움을 모두 느껴요. 소위 말하는 ‘티키타카’가 잘 될 때 희열을 맛봐요. 제가 준비한 수업에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면서 자기 방식대로 기쁨을 표현할 때 가장 신이 나죠. 아이들이 신나서 박수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든지 질문을 한다든지 수업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면 저도 기뻐요.
반면에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힘이 들어요. 아이러니하죠? 모든 아이가 저마다의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개별성을 녹여낸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업 ppt 만들기, 교구랑 학습 활동지도 만들어야 하니 밤늦게까지 준비하는 날이 많아요. 노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겐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제가 열심히 준비한 수업에 아이들이 의미 있게 참여하는 것을 보면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어요.
우리 사회는 장애를 ‘결함’이나 ‘부족’으로 보고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 여깁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비장애인의 편견”이라고 하셨어요.
어릴 때 학교에서 ‘장애인은 우리가 도와줘야 해’라고 많이 배웠어요. 그런 교육이 은연중에 장애는 결함, 결핍, 부족한 것이라고 인식하게 만든 것 같아요. 장애인을 부족한 사람으로 본다면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기분이 썩 좋지 않겠지요. 좋고 나쁨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기도 하구요. 따라서 장애를 개인의 개성으로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도움이 아예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모든 사람마다 강점이 있고 약점이 있듯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강점이 분명히 있답니다.
장애에 따라 비장애인들이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 그중 몇 가지를 말씀해주신다면?
책에 미처 언급하지 못한 것을 말씀드리자면, 먼저 장애인의 반대말은 일반인,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에요. 친근함의 표현으로 ‘장애우’라는 말을 쓰는데 ‘장애인’이 맞는 표현입니다. 대화할 때 무의식적으로 장애를 비하하는 발언을 할 수 있으니 장애인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지니면 좋을 것 같아요. 지체장애인에 관한 예절을 예로 들면,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장애인 전용 공간은 꼭 비우기,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먼저 도움이 필요한지 묻기, 문손잡이 잡아주기,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 누르고 기다리기 등이 있겠어요.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처음에는 장애나 장애인 인권, 특수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인들이 정말 몰랐던 세계에 대해서 알았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장애나 인권, 특수교육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효림 대학에서 유아특수교육과 초등특수교육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아동·청소년 상담심리를 공부했다. 현재는 전북 함열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 참쌤스쿨과 SET-UP 회원. 스무 살 때 우연히 만난 특수교육과 15년간 함께하면서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는 아이들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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