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고요한 "제목이 파격적인가요?"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의 도시, 뉴욕에서 스너글러로 일하는 데이비드 장이 뉴요커 할머니인 마거릿을 만나 생긴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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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북부에 사는 소수민족인 사미족의 전설에 따르면 오로라는 여우가 북극의 산지를 달리며 꼬리로 눈을 휘저어 일으킨 불꽃으로 하늘에 불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오로라를 직접 본 경험은 많은 사람에게 일생일대의 기억이 되고, 어떤 사람들은 그 타는 듯한 하늘의 색깔에서 평생 헤어나지 못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역시 그렇지 않을까.

가을이 시작되는 절기인 입추에, 깊은 오로라 빛의 여운을 남기는 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로 돌아온 소설가 고요한 씨를 만났다. 전작에 비해 한층 더 넓어진 스펙트럼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보여준 작가는 무르익은 필력만큼이나 다양한 소재로 독자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제목 자체가 파격적인데요. 제목이 탄생하기까지 얽힌 일화가 궁금합니다.

일단 결혼은 한 번이면 족하다는 논란이 있었죠. 게다가 제목이 너무 센 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저도 조금 난감했어요. 왜냐면 이 제목을 뽑고 나서 대단히 흡족했는데 반대 의견에 부딪친 거죠.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이 제목 어떻냐고 물었죠. 친구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좋은 제목이라고 했어요. 제 생각과 다르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이 제목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고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제목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죠.

전작이었던 소설집에 수록된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는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대리부를 고용해 아내와의 잠자리를 계획한 남편 이야기였잖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70대 여성과 30대 남성이 주인공입니다. 한국 소설로선 꽤 파격적인 설정인데요. 주로 사회적 이슈를 염두에 두시는 편인가요?

꼭 그렇진 않아요. 물론 단편에서는 사회적 이슈를 건드려 보기도 했지만요. 이 장편을 쓰게 된 건 스너글러에 대한 기사를 보고 난 후였죠. 대체 뉴욕은 어떤 도시이기에 돈을 받고 여자를 안아주는 스너글러가 등장했는지 궁금했거든요. 게다가 그 무렵 국내에서 불법 체류자에 관한 기사가 많았어요. 한 친구의 부모님이 의류공장을 하는데, 거기에 있던 불법 체류자가 누군가의 신고로 잡혀간 일이 있었죠. 본 적도 없었지만 그 불법 체류자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이번 소설에 집어 넣었죠. 

작품 속 두 주인공 '장'과 '마거릿' 모두 용기 있는 선택을 했는데요. 만약 작가님이 '장'과 같은 상황이라면, 마거릿에게 같은 제안을 하실 건가요? 

난처한 질문을 눈 하나 깜짝 않고 하는군요. (하하). 노코멘트라고 하면 재미없겠죠? 재미있는 건 저를 아는 한 친구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저를 스너글러로 생각하고 읽었더라고요. 순간 그렇게 읽으면 더 재미가 있을 법도 하구나, 하고 웃었죠. 만약 제가 그 상황이라면 마거릿에게 결혼 거래를 할 것도 같아요. 기댈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낯선 도시에서 장이 불안하지 않게 살 방법은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가난하고 불안정한 신분과 노년의 외로움 중에 어떤 결핍이 더 힘들 것 같으세요?

가난하고 불안정한 신분이 더 힘들 것 같아요. 왜냐면 젊음만 있고 미래가 없으니까요. 왜 우리들도 한때 그런 나날을 보냈잖아요. 취업을 앞두고 얼마간의 공백을 가질 땐 사는 게 막막하거든요. 이 막막함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아 불안감에 사로잡히잖아요. 그리고 노년의 외로움은 요즘 많이 기사화되는데요. 그걸 볼 때도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게 꼭 마거릿의 모습 같아서요. 

아인슈타인, 피타고라스, 뉴턴, 갈릴레오, 스티븐 호킹, 그리고 소크라테스까지 최고의 석학들도 끝내 해답을 찾지 못했던 질문, “대체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작가님만의 정의를 내려주신다면? 

계속 난처한 질문을 하는군요. 밤새 난처한 질문을 만들어서, 흡족해하며 준비해 온 것 같아요. 제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즐기려는 사람처럼요. (웃음) 페이스북에서 한 분이 제게 결혼이란 무엇인가 하고 물었어요. 고민하다 원론적인 말을 해줬습니다. 결혼은 사랑이다, 라고요. 그랬더니, 페이스북 친구가 실망이라고 했죠. 물론 실망할 게 뻔했죠. 그런 대답이라면 저라도 실망할 테니까요. 

하지만 저도 결혼에 대한 정의를 쉽게 못 내리겠더라고요. 사람마다 각자의 처한 상황이 너무 다르니까요. 굳이 내려야 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결혼은 오직 두 사람만 착륙할 수 있는 2인용 달나라.”라고. 이 말은 이 책을 만든 왕편집자가 삼 일을 고민해서 뽑은 말이라고 해요. 이 제목을 뽑은 왕편집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군요.

더불어 편집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편집자들이 아인슈타인과 뉴턴과 소크라테스를 직접 찾아가 결혼 추천사를 받아왔으니까요. 코로나 시대에 그걸 보고 얼마나 감동을 했는지 모릅니다.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살짝만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 소설과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번 소설이 뉴욕이 배경이라면 다음 소설은 서울 서대문 일대가 배경인 이십 대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취업을 못해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밤이 되면 맥도날드에서 밤을 새우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거죠. 서대문과 광화문의 밤 풍경이 이 소설에서 펼쳐집니다. 환상적인 묘사와 함께요. 



진정한 사랑의 기로에 놓여 있는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질문이 일곱 개인데 칠십 개는 한 것 같은 기분이네요. (웃음). 사랑에 있어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실패하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단, 실패하더라도 사랑을 하는 게 미련이 없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미련이 남지 않도록, 후회가 남지 않도록, 사랑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큰 후회가 몰려올 테니까요. 사랑에 대한 생각도 세 번쯤 하는 게 좋겠죠. 



*고요한(소설가)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됐다. 2020년 첫 소설집인 『사랑이 스테이크라니』가 출간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고요한 저
&(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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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