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일을 하며 제일 설레는 순간은 (G. 제현주 작가)
무엇보다 제가 제일 많이 설렐 때는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 환경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창업자들을 만날 때거든요.
글ㆍ사진 임나리
202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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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써 번 돈이 더 불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어나는 방식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돈에 얼굴이 없고, 투자 행위가 중립적인 것처럼 상상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그렇지 않다. 돈은 표정 없는 금융의 프로세스를 거쳐 현실 세계로 흘러가서 자동차를 만드는 데 쓰일 수도, 풍력발전소를 짓는 데 쓰일 수도 있다.  혹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이중 어디에 자본을 투자하느냐가 세상을 다르게 만든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투자가 만드는 다른 세상을 지향하기 위해 반드시 낮은 수익률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만 수익률 뒤에 숨어 있는 ‘의미’가 있으며, 그 ‘의미’까지 고려할 때 자본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이들은 이야기한다. 이들이 바로 임팩트 투자자다. 

제현주 작가의 책 『돈이 먼저 움직인다』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제현주 작가 편>

오늘 모신 분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 ‘그만큼 뜻을 담아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저희 <측면돌파>와는 구면이시죠. 3년 전쯤 처음 뵀을 때는 <일상기술 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이셨고, 지금은 국내 임팩트 투자의 최일선에 계신 투자사 대표님이십니다. 제현주 작가님 모셨습니다.

김하나 : 너무 오랜만에 뵙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뵙는 것은 3년 만인데요. 그때가 이전에 롤링다이스에 계시다가 지금 몸담고 계신 옐로우독의 대표로 옮겨가신지 얼마 안 됐을 때였던 것 같아요. 

제현주 : 네, 맞습니다.

김하나 : 저는 그때 처음으로 방송 중에 임팩트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들었었어요. 

제현주 : 네, 기억나네요. 

김하나 : 그 임팩트 투자사의 대표로서 오래 계시면서, 벌써 4년차가 되었나요?

제현주 : 5년 차입니다.

김하나 : 회사 이름이 옐로우독입니다. 옐로우독이면 누렁이 아닌가요?

제현주 : 네, 맞습니다.

김하나 : 회사 이름이 옐로우독인 유래 같은 것은 뭐가 있을까요?

제현주 : 옐로우독이라고 하는 이름은 말 그대로 누렁이고, 가장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흔히 볼 수 있는 개인데요. 보통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한다고 하면 ‘유니콘이 될 회사에 투자한다’라고 하는 걸 목표로 내거는데, 유니콘이라고 하는 건 보통 1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들을 유니콘이라고 하는데, 유니콘이 되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으면 굉장히 좋죠. 저희도 그거를 목표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존재의 이유가 1조 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인 것은 아니고 그리고 유니콘이라는 건  그대로 신화 속에 존재하는 동물이잖아요. 그래서 인간에게 가깝고 친근하고 쉽게 볼 수 있는 ‘옐로우독’ 같은 기업을 많이 지원하고 투자하자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고요.

김하나 : 옐로우독은 임팩트 투자사입니다. 저는 3년 전에 설명을 잘 들었기 때문에 알고 있지만, 청취자와 시청자 여러분들을 위해서 임팩트 투자에 대해서 짧게 설명을 해주실까요?

제현주 : 임팩트 투자를 구글에서 찾아보면 ‘재무적인 이익률만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임팩트를 고려해서 투자하는 것’이라고 표현이 되는데요. 저는 사실은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임펙트’라고 정의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가치’라는 말을 쓰는 게 아니라 ‘임팩트’라는 말을 쓰는데,  직접적인 접촉이 일어났을 때 뚜렷하게 감지되는 충격이 있을 때 보통 ‘임팩트가 있다’고 표현을 하잖아요. 그래서 모호하고 뭉게뭉게한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가치가 아니라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그러니까 우리가 확인하고 측정도 할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적인, 말 그대로 임팩트를 함께 추구하는 투자를 임팩트 투자라고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김하나 :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변화를 일으키는데 그 변화가 은근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직접적이고 임팩트를 일으킬 수 있는 투자를 하는 것이 임팩트 투자이다.

제현주 : 네.

김하나 : ‘임팩트 투자는 ESG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다’라는 말도 나와 있는데요. 저처럼 돈 무식자도 이제는 EGS라는 말을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게 되었어요. 책에 설명이 나와 있는데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의 줄임말로 ESG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지금 전 세계 경제계의 화두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로서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제현주 : 제가 임팩트 투자를 시작한 게 2017년인데, ESG라고 하는 큰 범주 안에 임팩트 투자가 있고 ESG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게 임팩트 투자인데요. 사실 저는 ESG를 고려하는 투자라든가 임팩트 투자가 궁극적으로 큰 대세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예상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을 했지만, 올해와 작년의 ESG를 둘러싼 급격한 변화는 저도 좀 놀라울 정도예요. 

김하나 : 올해는 정말 무식자의 눈에도 ‘저게 뭐지?’ 싶을 정도로 ESG가 눈에 많이 들어오는 한 해였던 것 같기는 해요.

제현주 : 그렇죠. 사실은 ESG라고 하는 건 말 그대로 환경적인 측면, 사회적인 측면, 그리고 거버넌스는 보통 기업의 지배구조라고 표현을 많이 하는데 저는 의사결정 구조라고 표현을 하는 게 조금 더 명확하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 부분을 투자에서 고려한다고 하는 게 ESG 투자인데. 아까 임팩트 투자가 환경적이고 사회적인 임팩트를 추구하는 투자라고 말씀을 드렸다면, ESG는 넓게 봐서 ‘재무적인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ESG라고 하는 비재무적 요소가 함께 고려되어야만 한다’라고 하는 원칙 안에 있는 투자를 말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사실 ESG 투자는 ‘어떤 비즈니스에 투자해서 그 비즈니스가 장기적으로 잘 되려면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리스크를 잘 고려해야 되고 의사결정 구조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만 한다’라고 하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전제 위에서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투자를 하겠다라는 취지라면, 임팩트 투자는 그것보다 아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 안에서 기회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그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추가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겠다’라고 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겠죠.

김하나 : ESG는 전체적인 체질 개선에 관련한 거라면 임팩트 투자는 거기에 주사를 딱 놓는 그런 느낌 같이 느껴졌어요.

제현주 : 맞습니다. 굉장히 정확하시네요.

김하나 : 이 책을 읽으면서 저를 압도했던 감정은 설렘이었어요. ‘내가 돈에 관한 책을 읽고 이렇게 가슴이 설렐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임팩트 투자자로 4년간 일한 지금, 여전히 설레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책 안에 보면 ‘doing well by doing good’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렇게 하고 계신 것 같으신가요?

제현주 : 제가 설렐 때가 굉장히 많고요. 그 설렘의 감정을 책을 읽고 느끼셨다고 하니까 제가 굉장히 기쁘고요. ‘doing well by doing good’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하나 : 처음에 이 일을 시작 하실 때와 4년간 이 일을 해오시고 난 뒤에는 ‘실제로 겪어보니까 이런 차이가 있다’라고 하는 것도 있을 법한데, 어쨌든 그 설렘은 계속 유지가 되고 있는 거군요.

제현주 : 저는 처음보다 더 설레는 것 같아요. 

김하나 :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제현주 : 당연히 언제나 설렐 수는 없고, 가끔은 불안할 때도 있고 회의감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일을 하면서 설레는 순간이 많다는 거는 그 자체로 되게 축복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설레는 마음보다는 ‘될까?’ 이런 마음이 더 컸고요. ‘임팩트 투자라고 하는 철학이자 전략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가까웠고, 지금은 ‘잘 될 수 있겠다,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세상이 처음보다 훨씬 더 많이 그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니까, 오히려 처음보다 더 설레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제가 제일 많이 설렐 때는, 책에도 에필로그에 쓰기도 했지만,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 환경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창업자들을 만날 때거든요. 문제가 있다는 거는 우리가 언제나 많이 다들 느끼잖아요. 그런데 그거를 실제로 ‘내가 그 문제에 대해서 뭔가를 해보겠다’라고 생각하는 용감한 사람들이 이 창업자들인데, 그런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제일 많이 설레요. 그게 저는 이 직업의 제일 좋은 점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김하나 : 책 안에 보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외 회사들의 사례가 다양하게 나와 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이를테면 ‘브리지스벤처스’ 같은 경우에, 이 사람들은 영국 사회의 당면한 문제를 찾아서 그 문제가 있는 곳을 투자 아이디어로 바라보잖아요. 이 책에 나와 있는 예로는, 영국의 조금 더 고소득층은 헬스클럽에도 접근하기가 용이하지만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헬스클럽이 일단 비싸기도 하고 잘 없기도 하고, 그것을 ‘더짐’이라고 하는 체인을 만들어서 헬스클럽의 문턱을 낮추는데 이것이 말하자면 대박이 나면서 아주 많은 지점을 열게 되고 성공 사례가 되잖아요. 

제현주 : 네.

김하나 : 결국 그것에 따라오는 효과는 헬스케어의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돈을 적절한 곳에 넣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투자와 함께 가지고 간다는 건데, 저는 돈이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사례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리프레시가 되고 좋았어요. 그러니까 (작가님은) 그런 기업가들을 실제로 만나실 때 그런 걸 더 직접적이고도 강력하게 전달을 받으시겠죠.

제현주 : 네.

김하나 : 투자를 위해서 새로운 회사를 찾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궁금하거든요. 갑자기 어딘가를 찾아가서 ‘얘기 좀 나누시죠, 돈을 좀 투자하고 싶습니다’ 이건 아닐 거잖아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또 어떤 것을 발굴하고 공부하기 위한 시간이 확보가 되는지, 그런 것도 궁금해요.

제현주 : 사실 찾아가서 ‘좀 만나주세요’ 이런 일을 실제로 굉장히 많이 하고요.

김하나 : 아, 진짜요? (웃음)

제현주 : (웃음) 일단은 저희한테 먼저 연락 오시는 창업자들도 많이 있고, 그래서 ‘우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옐로우독의 투자 철학과 잘 맞는 것 같으니 우리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해 봐 달라’라는 연락이 굉장히 많이 오고요.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는 투자들이 있고, 사실 저희가 더 좋아하는 것은 후자이기도 한데요. 후자가 뭐냐 하면, 저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이 있거든요,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이런 문제들이 있고, 이 문제들이 크고 중요하고, 비즈니스라고 하는 접근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처럼 보이는 영역들을 내부적으로 공부하고 정의하는 작업들을 많이 하거든요. 그 안에서 ‘이런 문제는 근미래에 꼭 해결해야 하고, 잘 되면 큰 시장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 거를 정의하고 나면 그 영역과 연결될 수 있는 기업들을 찾습니다. 그래서 찾아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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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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