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작가가 된 지 어언 16년, 이제는 산문과 소설을 주로 쓰지만 애초에 저술업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연재 칼럼’이었다. 문학소녀나 작가 지망생이었던 적은 없었지만, 재미있는 연재 칼럼을 즐겨 읽어왔던 나는 고정 칼럼을 연재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바람이 이루어져서 지금 이렇게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처음 <채널예스>를 (온라인으로) 애독하게 된 것도 양질의 고정 연재 칼럼들 때문이었다. 새로 나온 신간을 두루 살피는 것도 재미있긴 했지만 짱짱하고 밀도 높은 칼럼들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었다. 징검다리 건너듯이 여러 필자의 칼럼을 오가며 읽거나 한 필자의 이전 칼럼들을 지긋이 역주행하기도 했다. 사실 이곳보다 더 저명한 외부 필진들의 칼럼을 싣는 매체는 많다. 한데 『월간 채널예스』 칼럼을 읽는 것이 훨씬 더 즐거웠다. 책과 글을 사심 없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난 생각한다.
다른 매체였다면 내 직업에 요구되는 전문적인 견해를 제시하거나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진지한 발언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독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유혹에 지거나 반대로 의식적으로 자체 검열을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자신이 원했든 아니든 ‘각을 잡게’ 되는 것이다. 반면 『월간 채널예스』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안도감 때문인지 필자들은 의무감이나 명예욕, 인정 욕구가 작동하지 않은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신나서 썼다는 게 느껴진다. 그러한 기쁨과 애정이 깃들어 있으니 독자도 정겹게 읽게 된다. 책이라는 공통분모가 우리를 순하게 만드는 것이다.
『월간 채널예스』의 또 다른 축인 ‘인터뷰’도 유사한 맥락으로 타 매체와 차별화된다. 저자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이 역시도 그들이 어깨 힘을 빼고 다른 곳에서는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음을 알 수 있다. 이곳이라면 자신이 이해받고 싶은 방식으로 독자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인터뷰란 어쩔 수 없이 얼굴 사진도 찍혀야 하는 것. 책 저자들은 대개 사진 찍히는 일을 두려워하는 종족인데 희한하게 『월간 채널예스』 인터뷰 사진에선 다들 무방비 상태로 편안해 보인다.
인터뷰들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균형’의 미덕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선 신인 작가와 기성 작가,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 등 다양한 위치에 놓인 저자들을 두루 만난다. 신인 작가는 자신의 첫 책이 설레면서도 부끄럽다. 여러 권 책을 낸 기성 작가는 내심 정체기를 겪으며 향후 뭘 써야 할지 아득하기만 하다.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비해 한없이 취약한 자신을 마주하며 ‘여기서 안주하면 끝이다’ 같은 절박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다.
기계적인 구색 맞추기나 균형 잡기가 아니다. 글을 쓰고 책을 냈다면 우리는 누구나가 한때 신인이었고, 중간에 막히기도 하고, 남들 보기엔 성취가 도리어 자신에겐 족쇄가 되기도 한다. 크게 보면 작가는 그 어떤 위치에 놓여 있든 각자의 투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월간 채널예스』 인터뷰는 독자들에게 알려주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작가들을 소중히 지켜봐준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모두 비슷한 입장이라는 사실, 그리고 세상에는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이의 너그러운 시선일 것이다.
그렇다.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다. 책은 점점 안 읽히고 안 팔린다는 풍문으로 가득하니 이러다 진짜 어느 날 갑자기 책이 사라져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하지만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의 조지 오웰도 에세이 「책 대 담배」에서 ‘어쩌면 이렇게 책이 안 팔릴 수가 있는 것이냐!’며 한탄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난한 출판 환경 속에서도 책과 독자를 꾸준히 연결해주는 『월간 채널예스』가 있다. 온라인으로 즐겨 보던 글들을 매달 한 권의 잡지로 읽을 수 있게 되어 반가웠던 것이 불과 어제 일 같은데 무려 발행 6주년을 맞이했다. 무모하고 대단하다!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함께 영원을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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