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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 6주년] 오지은, 윤덕원 "좋은 것을 발견하려는 마음"

『월간 채널예스』 2021년 7월호 특별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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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견디면서 좋은 일에 대한 집착이 생기는 거예요. 저처럼 눅눅한 인간에게 말이죠.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연재를 시작했어요. (2021.07.13)


윤덕원이 2020년 12월호로 ‘읽는 만큼 들린다’ 연재를 마치자, 오지은이 2021년 2월호부터 ‘가끔은 좋은 일도 있다’를 쓰기 시작했다. 마치 바통 터치를 하듯이, 『월간 채널예스』라는 트랙 위를 두 사람은 이어 달렸다. 윤덕원이 속한 브로콜리너마저의 첫 EP 「앵콜요청금지」가 2007년에 나왔고, 오지은이 당시로서는 낯설다는 말로는 부족한 선(先)판매 방식으로 1집 「지은」을 발매한 때도 2007년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트랙 위에서 우리를 위로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어떤 슬픔이나 아픔에는 감히 손을 건네기 어렵다는 사실을. 상대의 처지에 공감했다고 해서 그것을 “괜찮아”나 “잘될 거야”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 없다는 사실을. 그게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리다.”(『한겨레』, 2019년 5월 11일자) 시인 오은의 감상문처럼. “창문 열린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마음이 부글거리던 밤에, 어긋난 가을에, 오후의 홍차를 마시며, 별이 뚝뚝 떨어지는 밤의 소리를 들으며, 웃으면서 때로는 울컥하면서, 오지은을 들었다. 어떤 목소리는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뒤흔든다. 어떤 노래는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삶을 흔든다. 오지은의 노래가 그랬다.”(벅스, 2013년) 소설가 김중혁의 연가처럼. 

더 이상은 팬데믹이라는 아수라장을 견디기 싫은 2021년 여름, 두 사람을 함께 만났다. 오지은은 ‘가끔은 좋은 일이 있다’를 쓰면서 “좋은 것에 집착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고, 윤덕원은 ‘읽는 만큼 들린다’를 쓰며 “세계인의 윤리를 유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갓 뽑은 눈물처럼 따뜻하고 울컥한 위로가 배달됐다. 『월간 채널예스』에 이런 순기능이 있다. 


우리 모두 예기치 않은 변수를 만났어요. 뮤지션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시기였을 텐데, 어떻게 지내셨어요? 

윤: 『월간 채널예스』에 연재한 마지막 글처럼 살았어요. (웃음) 준비했던 연말 공연이 취소됐고, 기적적으로 여름 공연을 했지만, 다른 단독 공연들은 거의 못 했고요. 브로콜리너마저는 공연이 중심인 밴드라서 타격이 더 컸죠. 그 와중에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고, 관객이 없는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중계 카메라로 담아서 송출하는 희한한 경험도 했고요. 부단히 애쓴 시절이었어요. 

오: 저는 태어나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시간이 제일 많아졌어요. 음악을 하기가 여의치 않은 환경이잖아요. 그렇다면 쓰려던 글들을 써보자 했고, 그 결심이 올해 두 개의 잡지(『월간 채널예스』와 『씨네21』)에 연재하는 걸로 이어졌어요. 책도 마무리하고 있어요. 5~6년 전에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했던 편지 형식의 글을 책으로 엮자는 제안을 받고 부지런히 고치고 새로 쓰기도 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당신께』가 될 것 같아요. 제가 마감을 지킨다면 올가을에 출간될 거예요. 

두 분 모두 팬데믹 상황에서 연재를 시작했어요. 

윤: 『월간 채널예스』가 제 생애 첫 연재 매체예요. 이전에도 여러 곳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줄곧 거절해왔거든요.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애쓰는 과정에 들어간 거죠. 그런데 정말 많이 애써야 했어요.(웃음) 오랫동안 가사를 써온 사람이라 호흡이 긴 글에 익숙하지 않았던 거죠. 그 후로 다른 매체에도 연재를 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좋은 기회였어요. 

오: 작년에 남편 성진환 씨랑 같이 책을 냈어요.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이라는. 그 책을 쓰면서 처음으로 긍정적인 글에 마음이 열렸어요. 그전까지는 외면당한, 또는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었죠. 우울, 슬픔, 처참함 같은 감정들. 그런데 성진환 씨 그리고 ‘흑당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살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밝은 마음에 대해 쓰게 됐어요. 성진환 씨는 태양 같은 사람이거든요. 그러면서 알았어요, 나도 밝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다 팬데믹을 견디면서 좋은 일에 대한 집착이 생기는 거예요. 저처럼 눅눅한 인간에게 말이죠.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연재를 시작했어요. 

칼럼 제목이 ‘가끔은 좋은 일도 있다’가 된 데는 그런 이유가 있군요! 

오: 네, 좋은 일을 의식하겠다는 마음과 그걸 기록하겠다는 결심이 동시에 일어난 건 처음이었어요. 뮤지션으로서는 절망적인 상황인데, 역설적으로 그 상황 덕분에 인생의 좋은 면을 보게 됐어요. 

‘읽는 만큼 들린다’는 심야 라디오를 듣는 느낌이었어요.

윤: 세상 이야기나 타인의 이야기를 내 글에 얹는 걸 못해요. 그래서 내가 제일 잘 아는 음악 이야기를 해보자 했던 거죠. 책과 노래가 뜻밖의 시너지를 내주기를 바라면서. 예를 들어 『미생물 전쟁』의 BGM으로 청년실업의 ‘미토콘드리아’를 추천했는데, 결국에는 세계 평화에 이르는 두 창작물이 만나 강력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상상하며 노래를 골랐어요.



독자들의 반응은 연재의 소중한 동력이죠. 때론 창작에 개입하기도 하고요. 

오: 가장 기뻤던 반응은 “웃기다”였어요. 6월호에 ‘정리’를 주제로 글을 썼어요. 나는 아침마다 기운 복권을 한 장 받는데, ‘꽝’인 날들이 대부분이어서 스스로를 ‘꽝사람’이라고 여기고 살아왔다. 그러다 집 안 정리를 하고는 기운이 나서 식기세척기를 두 번이나 돌리고 ‘나는 영원한 꽝사람이 아니야’를 알게 되는 에피소드예요. 이 한심한 나를 주인공으로 쓴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웃어주기까지 하다니! 글로 사람을 웃기는 게 목표인 저에게는 대단한 응원이었죠. 

윤: 유머의 힘이죠. 마냥 가벼울 수 없는 상황을 제시하고 생각의 단계로 이끌어주는 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나요? 저는 독자는 아니고, 아들의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좀 전에 말씀드린 『미생물 전쟁』은 아들 때문에 여러 번 읽었어요. 만화 읽어주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거든요. 지문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하고, 의성어와 의태어를 밋밋하게 읽었다가는 큰일나죠. 아이와 함께 읽다가 진가를 발견한 책이 제법 많아요. 이 책도 그랬어요. 거듭해서 읽으면서 전쟁의 결과가 승리와 정복이 아닌 고통이라는 걸 아이도 저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죠. 

『월간 채널예스』가 창간 6주년을 맞았어요. 이 시대에 꿋꿋하게 종이 잡지를 만든다고 칭찬을 듣지만, 때로는 시대와 엇나가는 건 아닌가 고민이 되기도 해요. 

오: 스피커 역할을 할 10대와 20대가 책을 안 읽고, 밴드 음악을 듣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닥칠 어두운 운명을 종종 떠올려요. 한편으로는 세상이, 특히 산업이 지나치게 10대와 20대 취향에 집중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에 엄마에게 『씨네 21』 정기구독을 시켜드렸어요. 엄마는 제가 칠순에 해드린 책상 위에서 막 도착한 잡지를 읽는 시간이 너무 즐거우시대요. 잡지만큼 양질의 큐레이션이 함축된 매체도 드물다고 생각해요. 그걸 아는 세대가 아직은 이렇게나 많은걸요. 

윤: 저희 아이의 가장 큰 오락거리가 보리출판사에서 나오는 『개똥이네 놀이터』예요. 좋아하는 꼭지가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면 그걸 또 사서 볼 정도로 팬이죠. 이렇게 다양하고 흥미로우며 신뢰도 높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매체는 지금도 흔치 않아요. 

내년에 데뷔 15주년을 맞이해요. 뮤지션으로서, 콘텐츠 생산자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라졌을까요? 

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는 당면한 고민이에요. 너무 뻔한 건 아닌가? 지나치게 필터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미성숙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거든요. 한편으로는 자극적으로 가고 싶은 욕구도 있어요. 바야흐로 ‘어그로’의 시대니까. 하지만 결론은 ‘하던 대로 하자’예요. 곧 EP가 나와요. 이미 발표한 ‘2020’과 ‘바른생활’에 두 곡을 더하고, 히든 트랙을 넣을 계획이에요. 태그를 붙인다면 좌절, 애쓰기, 어떻게든 뭐라도 정도일 거예요. 늘 그랬듯이 오늘의 우리를 기록하기로 한 거죠. 그게 브로콜리너마저다우니까. 

오: 30대 이후 여성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 쓰려고 해요. 지금은 마치 어린 여자 창작자와 70대까지 버틴 여자 창작자, 둘만 각광받는 시대처럼 보여요. 20대에 하던 이야기를 30대에도 하면 주책이고, 성숙해지면 재미없는 사람이 되죠. 나이 들어서 아이콘이 되려면 윤여정 선생님만큼은 해야 해요. 허들이 엄청나게 높죠. 제가 깡마른 20대 여자 창작자로 산 기간이 길어서 더 편차를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녀들의 이야기가 저와 세상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써보려고요.



월간 채널예스 202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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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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