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정체성 가운데 일궈낸 오마이걸의 숲
신록의 계절을 맞이한 음악엔 산들바람 같은 선선함이 감돈다.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자라날 오마이걸의 그늘로 더 많은 지구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글ㆍ사진 이즘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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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트를 지키고 있는 히트곡 'Dolphin'과 '살짝 설렜어'로 7인조 걸그룹 오마이걸은 대세의 반열에 올랐다. 그만큼 팬덤 위주의 케이팝 시장에서 이 일으킨 반향은 엄청났다. 톡톡 튀는 발랄함과 밤하늘을 유영하는 서정적인 이야기로 기반을 다져온 팀에게 전작은 분명 평범한 편이었지만 인지도 상승을 위해 이만한 묘수도 없었다. 은 다시 한번 익숙한 장르를 앞세워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흥겨운 선율의 타이틀 'Dun dun dance'는 세계적인 디스코 유행에 뒤늦게 탑승한 만큼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복고풍 악기 연주 사이의 트랩 비트는 단조로울 수 있는 진행에 반전을 주며 무한 재생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리드미컬한 후렴구와 끝을 올리는 밴딩 처리는 각자의 특색을 도드라지게 하며 무더위를 날려버릴 만큼 청량하다.

펑키(Funky)한 리듬 이후엔 기존 정서를 담아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잡는다. 부제에 걸맞게 꿈에서 뛰어노는 듯한 '나의 인형'은 순수한 어린 시절을 그리는 노랫말과 음향 왜곡 효과가 환상 동화 한 편을 들려준다. 허스키한 음색이 어우러진 보사노바 느낌의 '초대장'도 팬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본인들을 미지 행성의 외계인에 비유하며 특유의 캐주얼한 면모를 뽐낸다.

전곡에 걸친 라이언 전의 프로듀싱은 'Dolphin'의 흥행 공식을 답습한다. 앞선 작품의 게임 세계관을 이어간 'Quest'는 8비트 사운드를 중심으로 단순한 짜임새를 보인다. 간소한 구성과 차분한 보컬이 성숙해진 감성을 조명하는 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나른함을 안기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흐름 때문에 비바람을 뚫고 온 백조들의 피날레 'Swan'이 드라마틱한 전개에 비해 짧은 여운만 남기고 금세 머릿속을 떠난다.

활기차면서도 신비로웠던 가요계 새싹들이 뿌리를 내린 지 어느덧 6년.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트렌드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았고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며 끝내 울창한 숲을 이뤄냈다. 신록의 계절을 맞이한 음악엔 산들바람 같은 선선함이 감돈다.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자라날 오마이걸의 그늘로 더 많은 지구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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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