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잠시 쉬었다 가는 바람의 흔들의자처럼
요가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욕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좋은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고 싶었는데, 점점 그 첫 마음이 변하더군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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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코로나로 인해 집콕 인구가 많아지며 SNS 생활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 못지않게 드러내 과시하고 싶어 하는 욕망 또한 만만치 않다. 아마도 직장생활, 인간관계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달리 해소할 출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짧은 시간 동안 예상치 못한 많은 변화가 일어난 요즘, 견디고 버티는 게 습관이 되어버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일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감정 상하기 전, 요가』는 그런 사람들을 향한 저자 김윤선의 걱정 어린 시선과 함께, 요가를 통해 일상에 쉼을 허락하도록 권하는 따뜻한 에세이집이다. 

요가를 하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조곤조곤하고 다정한 문체로 속삭이듯 적어 내려간 『감정 상하기 전, 요가』 의 저자 김윤선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시인의 요가 생활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요가를 시작하셨고, 언제부터 지도자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셨나요?

요가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욕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좋은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고 싶었는데, 점점 그 첫 마음이 변하더군요. 유명해지고 싶고, 잘나가는 작가들 보면 종종 배가 아파지고 말이죠. 일과 가정, 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 등으로 열심히 살았지만 불면증에 위도 안 좋고 표정도 늘 어두웠죠. 그러던 중 가족과 외국에 나가 살 기회가 생겼고,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집 근처 요가원에서 요가 수련을 시작했어요. 매트 위에 올라가 땀을 흘리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게 신기했어요. 때마침 그해 가을에 요가 지도자 과정을 한다는 공고가 붙었는데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요가를 하는 동안에는 온전히 내 움직임과 호흡 안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며 이것을 소개하고 싶어졌지요. 미국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마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내가 누군가를 돕고 함께 성장하는 요가 안내자가 된다는 게 참 괜찮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제목을 『감정 상하기 전, 요가』 로 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요가 지도자로 살다 보니 ‘살을 빼기 위해서’ 혹은 ‘날씬해지고 싶어서’라는 이유만큼 ‘마음이 힘들어서’, ‘마음을 힘들게 하는 감정 때문에’ 요가 수련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감정’은 ‘요가 자세’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소심하거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들은 ‘후굴 자세’를 어려워하곤 해요. 그럴 때 후굴 자세를 꾸준히 수련하다보면 자세뿐 아니라 감정도 진보하게 되죠. 몸과 마음의 단련을 계속하는 사람에겐 일종의 긍정적인 내성이 생겨요. 수련으로 몸이 부드러워지면 감정도 유연해지고, 그럼 꼬인 감정을 반대로 꼬아 풀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거든요. 이미 감정이 상했다고 느꼈을 때라도 요가 수련을 하게 되면, 그 감정으로부터 거리를 둘 힘이 생긴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런 제 경험과 더불어 많은 수련생들을 만나면서 이 책 제목을 생각하게 되었지요. 

요가를 하면서 몸이 부드러워진 만큼 마음도 유연해진다고 하셨는데요. 감정이 많이 변화되신 것 같은데, 실제로 일상에서 어떤 감정의 변화를 겪으셨는지요?

이 대답은 저를 오래 보아온 분들에게 물어보면 더 정확한 답이 나올 것 같군요. “선생님은 세상 걱정거리가 없는 사람 같아 보여요”라는 말을 회원들에게 자주 듣곤 했어요. 본문에도 나오지만 때로는 도인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지요. 제가 어릴 때 가진 별명 중에 ‘뺑코’, ‘미국 사람’ 이런 별명이 있었어요. 깡마르고 새까만 피부에 크고 뽀족한 코만 보인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 사진들을 보면 저만 혼자 심각한 표정을 지었던 게 많아요. 그런데 지금의 제 사진을 보면 ‘차가울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심지어 반전이라 할 만큼 격의 없고 편안하다네요. 기질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수련을 통해 변화된 것이죠. 물론 나이가 들며 여유로움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이제 웬만한 일로는 감정과 마음이 크게 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마 수련을 놓지 않는 한 우아한 할머니로 늙어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가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한 운동이잖아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요가가 운동의 의미보다 마음을 돌보는 것에 더 집중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이 책을 통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셨는지요? 

요즘은 다양한 운동이나 놀 거리가 많기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 요가는 참 재미없는 움직임에 불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요가는 골프나 축구 등 경쟁과 협조가 필요한 여타의 운동과는 달리, 혼자 매트 위에 올라가 움직인다는 것이죠. 오롯이 매트 위에 혼자 서서 자세를 취하고, 머물고, 그 안에서 호흡을 유지해야 합니다. 부모에게서 비롯되어 세상에 왔으니 결국은 혼자 이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숙명과도 닮아 있습니다. 자칫 다람쥐 쳇바퀴 같다 여겨질 수 있는 관계지향적인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자기 혼자의 시간을 마련한다는 건 귀한 일입니다. 바쁜 일상 속 쉼표를 찍듯 맞이하는 혼자만의 시간 안에 차오르는 자유로움과 수련의 호흡 안에서 점점 더 가볍고 강건해져가는 경험은 특별합니다. 이 점이 운동과 요가수련이 다른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가를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명상이나 산책 등으로 이어졌다고 하셨는데, 요가의 한 부분이라고 보면 될까요? 아니면 요가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부분인가요? 

보통 요가 수련을 할 때면 맨 먼저 가부좌를 한 채 눈을 감고 가벼운 명상으로 시작합니다. 명상을 하고 안 하고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같은 자세이고 며칠 전에는 완벽하게 잘했어도, 잡념이 생기면 몸과 마음의 자세를 심하게 흔들어버리죠. ‘명상’의 과정은 이런 방해 세력으로부터 마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자주 천변 산책을 합니다. 자세를 바로하고 천천히 걷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이 사라지고 온전히 ‘걷는 사람’만이 존재하게 되거든요. 요가(Yoga)의 어원은 ‘얽어매다, 결합하다’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Yuj(유즈)’에서 유래되었어요. ‘Union(연합하다. 조화를 이룬다)’라는 뜻과도 통하죠. 즉 몸과 마음, 자세와 호흡, 인간과 자연, 조화롭다는 것은 완벽을 지향해 가는 과정이기에 산책과 명상 등의 일상 속 행위가 요가 수련에 도움을 줌과 동시에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제목 ‘마음이 숨 쉬는 하루를 위하여’처럼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치는 게 당연합니다. 요가원에서 수련을 하거나, 집에서 혼자 수련할 때 웬만하면 휴대전화를 꺼주세요. 외부와의 연결을 끊고 온전히 내 시간 속에서 내 움직임과 호흡과 기운 안에 존재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쉼표를 찍듯 자기 주도하에 몸과 마음이 좋아하는 완전한 숨을 불어넣으세요. 혹시 요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그저 온몸에 힘을 다 빼고 요가 매트 위에 누워 천장을 보다가, 천장 너머의 하늘도 보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 보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더 좋고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정 상하기 전, 요가』를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실 시인이기도 하고 10년 이상 요가 지도자로 살았지만 그리 유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기질만큼은 타고나서 이 책을 쓰며 매 순간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이 책에 또 하나의 부제를 붙인다면 ‘이상하고 진지한 수련 이야기’가 어울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수련을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온전히 수련할 수 있는 ‘마음자리’라고 여기기에, 책에서는 일부러 요가의 전문적인 용어를 자제하려고 했습니다. 

우선 이 책을 이제 막 읽기 시작했거나, 읽다 말았거나, 끝까지 읽은 독자분들께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끝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책장을 덮은 후,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작정하고 궁리해보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확장되어가는 더 큰 사랑을 알아차리게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마스테. 




*김윤선

지구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함께 공존하기를 바라는 고양이 집사. 2004~2008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수련하다가 요가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뒤 본격적으로 요가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00~2008년에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으로, 2009년부터는 채식인의 가장 엄격한 등급인 비건(Vegan) 생활 방식으로 전환했으며 그 후 명상과 요가 지도자로서 살고 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문학예술을 공부했고, 2006년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비상구」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절벽수도원』과 요가 시집 『가만히 오래오래』가 있다. 2008년부터 ‘니콜의 흐름 요가(Nicole’s Vegan Flow Yoga)’ 스튜디오에서 요가 클래스를 운영해오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휴업 중이고, 현재는 소소하고 지속적인 심신 단련을 통해 지치지 않는 산책자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감정 상하기 전, 요가
감정 상하기 전, 요가
김윤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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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