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과 타는 불의 결정, 샤이니 태민
태민은 늘 끓고 있는 물이었고, 늘 타오르는 불이었다. 만일 끓는 물과 타오르는 불에서 어떤 결정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결정들이 모여 이태민이라는 사람의 형체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글ㆍ사진 박희아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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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제공

“누가 뭐라든 My way / 틈이 없는 My face.” 지난 5월 18일에 발매된 태민의 스페셜 앨범 의 타이틀곡 ‘Advice’에서 태민은 이렇게 노래한다. 2008년, 1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데뷔한 이후, 스물일곱 살이 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쉰 적 없이 바쁘게 달려온 사람. 그런 태민에게는 아마도 조언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뒤따랐을 것이다. 그리고 입대를 위해 잠시 쉼표를 찍고 가려는 순간, 태민은 그들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고 말한다. ‘Advice’의 가사가 단순히 음에 붙은 글이 아니라 태민이 대중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어린 나이에 데뷔를 준비했고, 그 당시의 오디션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가 “좋아하는 음식은 스테이크”라는 말하는 모습을 본 많은 팬들에게서 귀여움을 샀다. 하지만 막상 데뷔 무대에서 그는 노래 실력이 부족한 탓에 팬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없었고, 오로지 뛰어난 춤 실력 덕분에 센터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는 메인댄서인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사실,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미 그는 춤을 잘 추는 아이돌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후였고,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매사에 무덤덤한 모습을 보여주며 ‘막내’라는 말에 담긴 고정관념을 부수고 충분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러나 샤이니가 발표하는 앨범이 한 장 한 장 늘어갈수록 태민의 목소리도 트랙 하나하나에 걸쳐 서서히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누구도 겹치지 않는 다섯 명의 개성 있는 목소리가 샤이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꼽히면서, 태민 또한 자연스럽게 보컬리스트의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부단한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재능이었다. 당시의 성과는 이제껏 태민이 만들어낸 가장 큰 성취였다. 그의 솔로 앨범 발매부터 ‘MOVE’로 일으킨 커다란 대중적 열광까지 가능케 한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신체를 활용하는 댄스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데 충분히 능숙했던 그가 보컬리스트로 자리를 잡은 뒤부터 그의 솔로 앨범들은 늘 발표와 동시에 대중에게 인상적인 순간들을 남겼다. 그리고 이런 태민의 발자취는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는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나누는 데에 혈안이 돼 있던 대중과 전문가들을 한순간에 당황하게 만들어버렸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상당한 가치를 갖는 일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31일, 이제 막 입대를 앞둔 그는 또 한 번 누구도 하기 힘든 독특한 콘셉트의 앨범을 내놓았다. 샤이니의 멤버들 중 가장 늦게 입대를 하게 되었지만, 그전까지 음악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신의 역할과 자신의 가치를 각인시킨 덕분에 500일이 넘는 공백의 시간 동안 그의 빈자리를 느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에도, 명절에도 쉬는 적 없이 늘 연습실에만 있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늘 태민을 롤모델로 꼽는 후배 아이돌들과 함께할 것이다. “태민은 정말 프로페셔널하고 멋지다. 그만의 아우라가 있다”고 말하는 수많은 관계자들의 칭찬 또한 잊힐 리 없다. 태민은 늘 끓고 있는 물이었고, 늘 타오르는 불이었다. 만일 끓는 물과 타오르는 불에서 어떤 결정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결정들이 모여 이태민이라는 사람의 형체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저 그의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어디서든 끓고, 어디서든 타오르고 있을 그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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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