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공부는?
김정순 선생님은 초등학교에서 교사를 시작하고부터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이 사랑하는 선생이 되자’는 마음으로 학급 이름을 ‘다사랑반’으로, 반 아이들을 ‘사랑이’ 또는 ‘개똥이’로 부르며 교실에서 만났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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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누구와 같은 반이 됐을까',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던 새학기도,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고 밥을 나눠먹고 뛰어 놀던 시간들도 모두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이런 때 출간된『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는 코로나19 이전의 학교 모습을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교육 현장에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동안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살아가는 모습이나 학급 운영을 궁금해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는데요.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어서 반갑습니다. 공저로 참여했던 어린이 토론 책과는 다르게 이번 책은 선생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이어서, 느낌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교실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직에 첫 발을 디디고 아이들 앞에 선 지 20년이 훌쩍 넘었으니 아이들과 만나는 게 시들해질 만도 할 것 같은데요.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세심하고도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날마다 같은 일 같지만 수없이 많은 일과 많은 마음들을 마주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교사들에게 ‘노하우’가 생기게 되죠. 그런데 교실에서 아이들을 ‘노하우’로 만나며 사는 건 재미가 없더라구요. 해마다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 삶을 들여다보면 교사인 제 삶도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아이들 삶을 가꾸다 보면 제 삶도 저절로 가꿔집니다.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엔 재미있고 신나는 아이들 이야기가 많아요. 물론 교실에선 아프고 슬픈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건 아이들과 초록샘의 추억으로만 남겨두었습니다. 이번 책을 쓰면서 다짐을 했습니다. 앞으로 더 아이들을 섬기며 아이들 마음을 어루만지겠다고요.

선생님은 2011년만 해도 조금 낯설었던 ‘혁신학교’에 자원했고, 그렇게 8년을 한 학교에서 근무하셨어요.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고, 또 비교적 한 학교에서 오래 근무했는데 책에서는 ‘8년을 학교가 집인지, 집이 학교인지 모르고 살았다’라고 쓸 정도로 즐겁고 행복하게 정말 푹 빠져서 지내신 것 같아요. 혁신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까닭이 있을까요? 

혁신학교가 시작된 것이 2010년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죠. 2021년 지금 그때를 생각하니 학교는 그때보다 많이 변했어요. 2011년 제가 혁신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은 까닭은 ‘가능하겠지!’라는 믿음과 희망을 마음에 품었기 때문이었어요. 학교도 작은 사회이고 조직이다 보니 교육활동을 펼칠 때 눈치 봐야 할 것들이 많았어요. 제가 혁신학교를 선택한 까닭은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수업을 설계하고 펼치는 데 학교 구성원들이 큰 힘을 실어주고, 가능하게 해 줍니다. 옆 반 선생님, 다른 학년 선생님,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 눈치를 보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꿈을 펼치게 됩니다. 덩달아 아이들도 더 큰 상상을 하게 되구요. 때론 마을에 계신 분들까지 도움을 주셔서 정말로 집인지 학교인지 모를 정도로 아이들과 진한 만남을 할 수 있었답니다. 

새 학기 아이들과 처음 만날 때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고 설레어하는 모습에서 저도 덩달아 설레더라고요. 선생님도 ‘사랑이 싹 트는 기분’이라고 표현하셨죠. 그래서일까요? 담임 맡는 반은 ‘다사랑반’으로, 학생들은 ‘사랑이’나 ‘개똥이’로, 선생님만의 애칭을 부르는데 이름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 주세요.

함께 살고 있는 남편도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영근샘이에요. 초임 발령을 받고 영근샘은 참사랑반(지금은 참사랑땀반) 저는 다사랑반이라고 했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이 사랑하는 선생이 되자.’고 다짐했지요. 그러다 보니 반 아이들을 ‘사랑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던 중 보리출판사에서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를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개똥이’라는 이름이 어색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개똥벌레 노래(4월에 부르는 노래)를 부르다가 “개똥벌레(반딧불이)처럼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한 아이가 “우리가 개똥이야! 개똥이!” 이럽니다. 노래를 부르다 모두 엄청 웃었죠. “와! 좋은데 개똥이!” 그런 뒤 다사랑반은 『개똥이네 놀이터』에 있는 ‘하자! 웃자! 놀자!’ 활동들을 교육과정에 많이 녹아내려 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랑이’들을 ‘개똥이’라고도 불렀지요. 

그리고 아이들을 ‘개똥이’라고 부르면서 제 이름도 ‘초록샘’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사는 이 지구별을 지키면서 살려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색이 초록색이었죠. 그리고 초록은 풀, 나무색을 대표하기도 했지만 평화와 편안함이 제게 더 다가왔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초록샘! 초록샘!” 하고 부를 때마다 힘이 불끈불끈 난답니다.

책을 보면 아이들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신나는 놀이고, 두근두근 탐험이고, 삶을 가꾸는 교육입니다. 모두가 다 소중하고 애틋한 추억들이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녁 7시에 시작해서 늦은 밤 9시를 넘긴 시간까지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남아서 학습발표회를 열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납니다. 흔히 오전이나 오후에 교실이나 강당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학습발표회를 여는데요. 저는 다사랑반 식구들이 모두 하나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녁시간으로 잡았고, 교실을 연극무대로 꾸민 다음,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 동생들까지 불러모아 한 해 다사랑반 마무리를 했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어요. 

아이들이 펼치는 손놀림, 눈빛, 몸동작, 목소리 하나하나가 식구들에게 전달되었고, 식구들이 손을 꼭 잡고 건네는 손뼉, 눈빛, 응원하는 목소리는 한해 배움을 축복하는 잔치가 되었어요. 작은 교실을 가득 채웠던 그 뜨거운 온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져 그립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선생님이 아이들과 교실이나 교실 밖에서 했던 다양한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이럴 때일수록 학교에서, 교사가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코로나19로 교실에서는 책상에 가림막을 해 옆 동무와 이야기고 못 하고 접촉도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손으로 만지고 냄새 맡고 함께 어울려서 배우는 공부는 하기 어려워요. 학교에 오지 않는 날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합니다.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고, 교육격차도 커져 걱정이 많습니다. 학교를 가지 못해 아이들이 제 시기에 받아야 할 교육이 온전하지 않아 군데군데 구멍이 많이 보입니다. 이럴 때 학교나 교사는 이런 구멍을 잘 찾아 더 신경을 쏟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기 삶에 주인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고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도와주어야 합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공부는 아주 큰일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이잖아요. 집에서는 내 이부자리 정리하기부터 내 공부거리 챙기기, 물건 잘 챙기기, 뒷정리하기처럼 내 흔적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내 앞가림의 시작입니다. 이것이 잘 안 되면 구멍이 계속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이 내 앞가림을 할 수 있도록 잔소리보다 격려와 지지로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스무 해 넘게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나오고 계신데요. 요즘 들어 정말로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게 이로운 ‘교육’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돼요. 

‘교육’은 어른 처지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참 많아요. 일부 어른들은 ‘난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키울 거야’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갈팡질팡 고민도 참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 어른 욕심이 들어갑니다. 어른 욕심으로 아이들은 힘들어하기도 하고 어른들(부모, 선생)과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는 힘이 있어요. 어른들이 믿고 기다려 준다면 말이에요. 이 말은 아이들을 방임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들어주며, 서로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펼치는 시간을 함께 합니다. 자기 생각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지도 함께 나눕니다. 그리고 어른도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고 도움을 바랍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이로운 교육이 되겠지요.



이 책은 현직에 계신 선생님들이 많이 보게 될 텐데요. 선배이자 동료로서 교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 제목을 보면 ‘맨날 놀기만 하고 언제 공부하는 거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오덕 선생님께서는 일과 놀이와 공부는 하나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만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몸을 움직이고 손발을 부지런하게 하는 것으로 배움을 얻게 됩니다. 몸으로 하는 공부를 시작하다 보면 점점 그 원리도 찾게 되고 깊이 있는 배움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초등교육의 길을 걷는 선후배,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아이들의 몸을 움직여 아이들의 감각을 깨우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김정순

진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경기도 군포에서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8년 동안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교사’로 둔대초등학교에서 더불어 배우고 성장하며 삶을 가꾸는 학교를 꿈꾸었고, 지금은 당동초등학교에서 다사랑반 아이들과 빛깔 있는 학급운영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들 희문, 딸 수민이 친구들과 함께 ‘우리아이토론’을 하며 어린이 토론교육에 필요성을 느끼고 실천해 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 토론 책 『토론이 좋아요』와 교과별 토론 책 『월화수목금토론』을 썼다. ‘초등 토론 교육 연구회 군포 토론 모임’ 대표로 지역 선생님들과 함께 따뜻한 교실 토론을 실천하고 있다. 도시에서 조금 벗어나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마을 학교 둔대초등학교에서 아이들 마음을 어루만지며 살아온 교실 이야기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를 썼다.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
김정순 저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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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