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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최고의 브랜드 전략은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김병규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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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기업의 노력을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들은 어떤 기업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2021.05.12)


플라스틱은 인간의 삶을 쉽고 편리하게 해준 가장 획기적인 소재다. 그런데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2020년 한 해에만 923톤의 플라스틱이 버려지면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플라스틱이 되레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우리는 플라스틱 폐기물 더미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이를 막기 위해 전 세계는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유럽은 면봉, 일회용 식기, 빨대 등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10대 품목의 시장 진출을 전면 금지했고, 미국은 주별로 비닐봉지 사용 제한, 매장 내 스티로폼 사용 금지, 빨대 사용 금지 등 플라스틱 정책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의 20%를 차지하는 중국도 2021년부터 음식 용기와 면봉 등에 대한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플라스틱 제한 정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MZ세대 사이에서도 환경을 위한 소비가 대세다. 그린슈머, 가치소비, 제로웨이스트, 슬로 패션 등 이들에게 환경은 브랜드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는 진실한 마음으로 환경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만이 최고의 브랜드 전략임을 알리고,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는 기업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에 이어 두 번째 브랜드 전략서인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몇 년 전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인한 문제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몇 편을 보게 되었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별 생각 없이 쉽게 구입하고 쉽게 버렸던 저 자신이 무척 부끄럽게 느껴졌죠. 그때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들고 다니고,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는 플라스틱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환경 오염 문제를 비용 내지는 위험이라고 생각해 환경 오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들어 다행스럽게도 환경 오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브랜드가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고 사랑받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업에서 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에게 환경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최고의 브랜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환경 오염의 주범이자 정부 규제로 인해 기업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된 플라스틱을 브랜드 전략으로 삼았다는 점이 무척 신선했습니다. 플라스틱 줄이기나 대체재 등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그중에서도 ‘재활용’을 강조한 이유가 있을까요?

플라스틱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저렴하고 튼튼하며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도 쉬워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인 소재죠. 그렇기 때문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분명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의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대체재도 현실적으로 모든 플라스틱을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유엔 환경계획의 과학자들도 아직은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대체재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대체재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지금 당장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최대한 수거하고,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해서,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소비재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 즉 플라스틱을 최대한 순환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플라스틱의 순환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소비재 기업이 자신들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제품, 가장 인기 있는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브랜드 전략으로 앞으로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라벨을 없애고, 무색병을 사용하고, 빨대를 제거하는 등 기업들이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는데, 책에 소개된 브랜드들을 선택한 기준이 있을까요? 

요즘 젊은 세대의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진심’입니다. 아무리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그 활동 속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면 소비자들은 외면하게 됩니다. 플라스틱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많은 소비재 기업들이 용기와 포장재 등을 변경하고 있지만 단지 규제에 따르는 활동만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규제에 따른 변화는 모든 브랜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브랜드에 차별성을 부여해주지도 못합니다. 제가 환경 문제에 있어서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은 자발성과 적극성입니다. 규제가 만들어지기 전에 자발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했는지, 규제가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브랜드들은 이러한 기준에 맞는, 모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브랜드로, 환경을 생각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린워싱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셨는데, 이를 구분할 방법이 있을까요? 

그린워싱의 정확한 정의와 기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린워싱의 기준은 환경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가 있는지, 그리고 환경 보호 활동을 과대 포장하고 있지는 않는지 입니다.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하고 있는 환경 보호 활동의 상당수가 그린워싱에 해당합니다. 환경 문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보다는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되는 활동인 것이죠. 그러므로 소비자들은 기업이 환경 보호 활동을 홍보할 때 환경 보호 활동을 ‘했다는 것’ 자체에 주목하지 말고, ‘구체적인 수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플라스틱 재활용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했는지, 얼마나 많은 재활용 플라스틱이 제품에 사용되었는지, 이런 제품들이 얼마나 판매되었는지 등을 세심히 확인해야 합니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 언론, 환경단체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들 각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들이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환경에 대한 기여도를 브랜드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야만 기업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더 열심히 분리 배출에 참여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충분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업을 움직이는 일입니다. 지난해 화제몰이를 했던 ‘스팸 뚜껑 반납하기 운동’ 사례가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환경단체도 기업의 변화를 직접 움직이려고 하기보다는 소비자를 움직여 기업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환경단체가 기업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소비자를 자기편으로 만들고 소비자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기업의 변화를 이끄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언론의 적극적인 역할도 중요합니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기사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보도돼야 하고, 기업의 경영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도 더 많이 공유되어야 합니다. 이런 기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더 증가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혹시 다음 책으로 세 번째 브랜드 전략서를 계획하고 있는지,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플라스틱 순환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껏 제가 해왔던 일이 연구하고 논문 작성하는 것밖에는 없어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 막상 창업하려고 하니 필요한 절차도 많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더군요. 그래도 이번 기회에 플라스틱 문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 책은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에서는 PB 제품을 만드는 플랫폼에 대해 다루면서 이에 대한 브랜드 생존 전략으로 ‘팬덤 전략’을 제시했고, 이번 책에서는 ‘플라스틱 시대의 브랜드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책은 ‘독점 플랫폼 기업 시대의 브랜드 전략’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가진 문제를 다루고 이들에 대항하는 경쟁 전략을 다루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지금의 아이들이 제 나이가 되었을 때의 환경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쓰레기로 가득 찬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서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누군가 자신의 생각에 공감해주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늘 행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더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 늘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김병규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 /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 마케팅 박사

(전) USC마셜경영대학 교수 / (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경영학자이며, 마케팅, 심리학, 뇌과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마케팅 분야의 최고권위지인 Journal of Marketing,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심리학 분야의 최고귄위지인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등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였고, 뇌과학 분야 저널인 Journal of Neuroscience에도 논문을 게재하였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마케팅협회에서 부여하는 최우수 논문상인 Paul E. Green Award를 수상하였으며, 역시 한국인 최초로 미국 마케팅협회에서 지난 5년간 마케팅 이론, 방법론, 실무에 가장 중요하고 오랜 공헌을 한 논문에 수요하는 상인 William F. O’Dell Award를 수상하였다. 이 밖에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서 박사논문에 기초한 논문 가운데 최우수 논문에 수여하는 상인 Robert Ferber Award의 한국인 최초 수상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감각을 디자인하라』,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이 있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김병규 저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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