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과 맥주는 둘 다 서양음식이지만 ‘치맥’은 한식이라고? 명란젓은 왜 다른 젓갈과는 다르게 파스타에 쓰일까? 중국 당면을 중국 당면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이유? 미처 알지 못했던 한식의 정체를 탐구하는 도서 『솜대리의 한식탐험』이 출간되었다. 한국인의 일상에서 가장 익숙한 36종 한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어제 저녁, 당신의 식탁에 올라간 바로 그 음식에 숨겨진 놀라운 세계를 맛깔나게 탐험해보자.
한식에 대한 알쓸신잡이라고 이야기해도 될 만큼 책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요, 이 방대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취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많이 찾아 읽었어요. 책, 옛날 기사, 잡지, 논문, 인터넷 등등. 그리고 많이 먹었어요. 이 책은 4년간 연재한 동명의 월간 칼럼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매 달 한 가지 음식을 선정해서 칼럼을 썼고, 그래서 제게는 매달 저만의 주제 음식이 한 가지 씩 있었어요. 그 달의 주제가 정해지면 그 음식을 굉장히 자주 먹었어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 음식에 대해 읽다 보면 자꾸 그 음식이 먹고 싶어 지더라고요. 집에서 해 먹기도 하고 사 먹기도 하고. 그러면서 괜히 시장 상인 분들, 식당 주인 분들께 말을 걸었는데 그렇게 들은 얘기들을 검증하고 재가공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보통 한식을 바라볼 때, 우리나라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음식 문화에 집중하곤 합니다. 그런데 저자님께서는 한식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하면서 한식과 비슷한 음식이 세계에 많다는 점에도 주목하는데요. 이러한 시각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외국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새로운 문물, 그중에서도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 게 좋아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학기 중에는 바짝 돈을 벌고 방학이 되면 외국에서 지내는 생활을 반복했어요. 사회에 나와서도 휴가 때마다 여행을 다녔고, 업무상 해외 출장도 많았습니다. 세어보니 지금까지 30여 개국을 다녔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음식과 닮은 음식, 우리 음식만큼 독특한 음식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우리 음식이 고유하고 독특한 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다른 나라 음식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주 가끔 한식을 널리 알리는데 이런 생각이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한식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 음식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한식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던 치맥, 핫도그, 당면을 다루는 점이 새롭게 느껴졌는데요. 어쩌면 먼 훗날에는 더욱 다양한 음식들이 한식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요소들이 모여야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낼지 생각해보신 적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입니다. 다른 어떤 요인도 이보다 중요하진 않아요.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 음식을 좋아하고, 그 음식에 돈을 쓰고, 이렇게도 먹어보고 저렇게도 먹어보면서 우리 식탁에 녹아드는 거지요. 변화는 이끌어낼 수 있는 어떤 것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 같아요.
『솜대리의 한식탐험』을 통해 총 36가지의 한식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이 중에서 저자님의 “최애 한식”을 고르신다면 어떤 음식을 고르실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음식에 있어서는 박애주의자라 하나를 고르기가 참 어렵네요. 최근에 가장 자주 즐겨 먹은 음식은 비빔밥이에요. 책에도 썼지만, 아이를 낳고 백일 후부터 책을 준비했는데 뭘 차려 먹을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비빔밥은 그릇 하나에 슥슥 비벼서 애를 안은 채로도 먹을 수 있으니까 거의 매끼 먹었어요. 반찬이 같아도 고추장에 비볐다 간장에 비볐다 하면 맛이 달라지고, 반찬이 없으면 장에 참기름만 넣어 비벼 먹어도 맛있잖아요. 변화무쌍하고 먹기 편하고,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에요. 지금은 애도 조금 더 컸고 책도 다 썼는데도 매일같이 먹고 있네요.
저자님은 도서 곳곳에서 한식을 직접 만들어볼 것을 권유하셨는데요. 그중에서도 독자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레시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추장은 꼭 한 번 담가보셨으면 좋겠어요. ‘고추장을 담그라니!’ 싶을 수도 있겠지만 메주를 직접 띄우지 않고 시판 메줏가루를 쓰면 생각보다 쉬워요. 쉽게 만들어도 충분히 맛있고요. 시판 고추장은 너무 짜고 달고, 전분이 들어가서 국물요리에 넣으면 텁텁해지곤 하는데 집 고추장은 그렇지 않아요. 고추장 하나만 바꾸면 고추장으로 만드는 제육볶음, 비빔밥, 닭도리탕 등이 다 맛있어지니까 노력 대비 효과도 좋아요! 고추장은 꼭 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레시피 북이 아닌 이 책에도 고추장 레시피만은 담았습니다.
음식의 맛과 향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데 제격인데요. 한식에 얽힌 저자님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아이가 태어나고 50일쯤 되었을 때 집에서 메주와 청국장을 띄웠던 생각이 나요. 보통 장은 시골 외갓집에서 띄우는데 그때는 저와 아이가 멀리 가기 힘들어서 집에서 했어요. 가능한 아이 방과 가장 떨어진 방에서 메주와 청국장을 띄웠지만 아이가 쿰쿰한 냄새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다 된 청국장을 찧을 때는 아이를 옆에 두고 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냄새가 조금 심했어요. 걱정을 하면서 아이를 보는데 애가 냄새와 소리가 신기해서 그런지 보채지도 않고 까만 눈동자를 뱅글뱅글 굴려가며 제가 하는 걸 지켜보더라고요. 그때 아이가 참 고마운 동시에 너도 이렇게 엄마의 한식탐험에 동참하는구나 싶었어요. 참고로 아이는 그때 워낙 장 냄새를 많이 맡아서 그런지, 만 1살인데도 된장국을 무척 좋아해서 매끼 줘도 항상 다 먹는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음식에 대한 칼럼을 꾸준히 연재하고 계십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사람들이 더 쉽고 재밌게 음식을 즐길 수 있길 바라고, 제가 만드는 콘텐츠가 여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책도 그런 마음으로 썼고요. 책이 나온 직후라 다음 계획은 아직 세우는 중인데요. 이번에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썼으니 다음에는 (이번 책의 Tip 페이지처럼) 음식을 좀 더 재밌고 맛있게 먹는 방법이나, 음식 에세이를 써볼까 막연히 생각 중입니다.
*솜대리 본격 음식 탐험가. 돌 지나서부터 혼자 밥을 먹으며 밥 한 톨 남기는 법이 없었다고 하니 맛있는 음식을 쫓아다닌 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10년 차 직장인이기도 하다. 대리 시절, 나 같은 보통 사람도 재밌게 읽을 만한 음식 이야기를 쓰겠다며 솜대리라는 필명을 짓고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돌입했다. 어느덧 대리는 한참 지났지만 (만약) 부장이 되고 (혹시) 임원이 돼도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음식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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