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를 유혹하는 방법은 쉽습니다.” 보이그룹 더보이즈의 멤버 선우는 평소에 다람쥐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큐에게 커다란 도토리 모형을 내밀었다. 큐는 그가 내미는 도토리를 보자마자 달려오는 시늉을 하면서 팬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귀엽고 애교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그만 얼굴에 긴 목,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큐의 이목구비는 사실 다람쥐뿐만 아니라 사슴, 기린, 햄스터 등 여러 가지 조그만 동물들을 연상시킨다. 아이돌 시장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활용해 멤버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큰 장점인 셈이다.
2017년의 ‘소년’이 2020년에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The Stealer’가 되기까지, 더보이즈 멤버들은 실력적으로도 성장했지만 동시에 물리적으로도 성장을 거듭했다. 유독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멤버들이 많은 이 팀의 멤버들은 조금 더 터프하고 조금 더 격렬한 퍼포먼스를 소화할 수 있는 성인 남성의 느낌을 풍기기 시작했고, 팀의 색깔 또한 이전보다 세련되고 멋진 청년들이라는 콘셉트에 가까워졌다.
이런 멤버들 사이에서 큐는 여전히 앙증맞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다람쥐, 혹은 햄스터로 남아있다. 어쩌면 물리적인 성장이 멈춰버린 듯, 언제나 귀엽고 예쁜 피터팬 같은 소년의 모습. 더보이즈 멤버들 중에서도 유난히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큐의 모습은 거꾸로 다른 멤버들과 그를 구별할 수 있게 만드는 장점이 된다. 늘 동그랗고 빛나는 눈동자와 장난기가 걸린 듯한 입꼬리는 명랑하고 활달한 그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 주면서, 자신의 의견을 확고하게 밝힐 줄 아는 그의 단정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을 또 다른 매력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무기다. 나아가 눈에 띄게 몸과 얼굴의 선이 굵어진 더보이즈 멤버들 사이에서 여전히 귀여운 큐의 외모와 성격은 팬들이 그를 마음껏 귀여워할 수 있게 만듦과 동시에 더보이즈가 잃지 않고자 하는 소년의 캐릭터를 유지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성장이 멈춰버린 피터팬이 아니다. 생김새는 그대로일지언정, 데뷔 연차에 걸맞게 그는 무대 퍼포먼스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보컬리스트로서의 능력치를 키우겠다고 말하며 더보이즈의 넥스트 스텝을 긍정적인 눈길로 보게 만드는 메인댄서가 되었다. 또한 리얼리티 쇼의 카메라 앞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더 능청맞게 응수하며 “아직도 귀여운데 전보다 더 웃기다”는 평을 듣는 아이돌 멤버로 자리 잡았다. 이런 변화는 큐가 소년의 자리에 그대로 있기를 선택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러니까, 큐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그는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으면서 오늘보다 내일 더 특출한 무언가를 만들어내 팬들 앞에 내놓을 것이다. 자신의 노래 파트가 늘어날 수 있도록, 더보이즈의 메인댄서로서 누구와 견주어도 아쉽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키워가면서 말이다. 동화의 환상에 취해 있지 않고, 때로는 악바리처럼 무대에 달려들면서, 때로는 순순히 멤버들의 장난에 응하면서. 이제껏 그래왔듯 단호하고 당당하게, 피터팬도 자란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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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