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인문 MD 손민규 추천] 질병과 인간의 역사를 다룬 책들
코로나 19로 감염병, 질병에 관한 책이 다수 출간됐습니다. 이미 소개되어 있던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가 재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질병과 인간, 끝나지 않는 싸움에 관한 책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손민규(인문 PD)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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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감염병, 질병에 관한 책이 다수 출간됐습니다. 이미 소개되어 있던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가 재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질병과 인간, 끝나지 않는 싸움에 관한 책을 소개합니다.



『죽음의 청기사』 

로라 스피니 저 | 유유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코로나 19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페인독감입니다. 최대 추정치로 1억 명까지 사망했다는 스페인독감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일단 스페인독감은 스페인에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스페인독감으로 불릴까요? 이 책은 스페인독감의 발생에서부터 종말까지를 다룹니다. 스페인독감으로 진단받은 첫 환자에서부터, 이 병에 걸린 유명인들, 스페인독감이 바꾸어놓은 풍경까지 다양한 장면을 기록했습니다. 읽다 보면 100년 전 일이지만,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풍경처럼 다가옵니다.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스페인독감도 2년 유행한 뒤 지구에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듯 코로나 19도 종식되지 않을까요.

스페인독감은 지구상에서 3명당 1명, 그러니까 모두 5억 명의 사람을 감염시켰다. 1918년 3월 4일 첫 환자가 나온 이후 1920년 3월 어느 땐가 마지막 사례가 있기까지 모두 5000만 명에서 1억 명 가까이가 이 병으로 숨졌다. 세계 인구의 2.5퍼센트 내지 5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추정치의 범위가 이만큼 크다는 것은 그 수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대규모 인명 손실을 낳은 단일 사건으로는 제1차세계대전(1700만 명 사망)과 제2차세계대전(6000만명 사망)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어쩌면 두 전쟁을 합친 것보다 더 클 수 있는 규모였다. (25쪽)




『전염병의 세계사』 

윌리엄 맥닐 저 | 이산

그간 역사학계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감염병이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윌리엄 맥닐의 문제작입니다. 한국에 소개된 지도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관점은 코로나 19 팬데믹에도 유효합니다. 감염병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층층이 연결된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수이며 이 상수가 중요한 국면마다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요소를 종합하여 살펴보는 역사학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살아있는 고전입니다.

축적된 기술과 지식 덕분에 대부분의 인간집단이 겪어야 했던 질병의 양상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게 인간을 공격하는 미시기생체와 특정 인간집단이 다른 집단 위에 군림하는 거시기생현상의 틈바구니에서 헤어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략)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지역에 따라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으며, 다양한 의도에서 시작된 전쟁과 혁명은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을 기아와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301쪽)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저 | 미래의창

이 책에서 다뤄지는 대상은 특정 개인입니다. 레닌, 히틀러, 윌슨과 같은 권력자가 그 주인공이죠. 최고의 권력을 지녔지만, 예상하지 못한 병에 걸린 이들의 운명으로 역사도 바뀌었습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이들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인류사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하는 물음이죠.

베토벤은 꽤 젊은 시절에 이미 매독에 걸렸다고 한다. 음악 거장들의 삶을 다룬 어느 전기작가는 “베토벤이 매독에 걸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10명이 있다면, 베토벤이 분명 매독 환자였다고 말하는 학자도 10명이 있다”라고 말했다.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당시 빈곤층에 속하는 젊은이들이 으레 그랬듯 천재 음악가 슈베르트 역시 매독이라는 운명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76쪽) 




『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 

나가야 마사아키 저 | 사람과나무사이

앞서 소개드린 3권과 달리 이 책이 다루는 건 감염병은 아닙니다. 영웅과 리더의 뇌에 이상이 생겨, 그 영향이 세계사를 바꾼 에피소드를 소개했습니다. 단순한 가십성 야사가 아니라 역사학계에서 검증된 사실을 기반으로 썼습니다. 게다가 의학 지식에 정통한 저자가 설명하는 다양한 의학 정보를 통해 뇌에 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입니다.

신앙의 힘에 의지해 프랑스를 백년전쟁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한 잔 다르크와 『죄와 벌』『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의 수많은 주옥같은 명작을 써내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에게 칭송받는 도스토옙스키. 한번 가정해보자. 그들이 만일 뇌 질환, 좀 더 구체적으로 측두엽뇌전증을 앓지 않았다면 프랑스 역사와 유럽사, 그리고 러시아 문학사와 세계 문학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나는 ‘위대한 인물, 잔 다르크와 도스토옙스키의 병든 뇌가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세계 문학사의 수준과 품격을 한 차원 높였다’고 생각한다. (42쪽)



죽음의 청기사
죽음의 청기사
로라 스피니 저 | 전병근 역
유유
전염병의 세계사
전염병의 세계사
윌리엄 맥닐 저 | 김우영 역
이산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로날드 D. 게르슈테 저 | 강희진 역
미래의창
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
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
고나가야 마사아키 저 | 서수지 역 | 박경일 감수
사람과나무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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