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간 한국문학 특집] 숫자와 키워드로 본 오늘의 K-LIT
영어권의 핵심인 미국 출판 시장에서 해외 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한국문학의 최근 성과는 이런 각축의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굴착한 결과다.
글ㆍ사진 정다운, 문일완
20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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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의 핵심인 미국 출판 시장에서 해외 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출판계에서 언급하는 ‘3%의 딜레마’란 바로 이 수치를 말한다. 이 난공불락의 허들을 뛰어넘은 작품만 미국 시장에서 독자를 만나게 된다. 중요한 건, 번역된 해외 문학의 비율은 거기서 2%를 뺀 1% 안팎이라는 사실이다. 통계만 보면 통곡의 벽으로 부를 만하다. 그마저도 경쟁 상대가 유럽 중심의 메이저 언어권 문학이다. 한국문학의 최근 성과는 이런 각축의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굴착한 결과다.

2019년 2월, 『82년생 김지영』이 도쿄 기노쿠니야 신주쿠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1500엔 유료 이벤트였음에도 500명의 독자가 좌석을 채웠고, 입장하지 못한 독자를 위해 모니터로 중계를 했다. 진지한 자세로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한 독자들 중 일부는 작가 사인을 받고 눈물을 보였다. 일본 유명 신문사와 NHK가 작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서 20만 부 넘게 팔리는 중이다.


 

2003년 이후 한국 작가가 해외에서 수상한 문학상은 총 25개, 작가는 17명이다. 떠들썩했던 한강 작가의 맨부커 국제상 수상 외에도 여러 나라의 문학상에서 괄목할 성과를 보여온 것. 지난해의 성과는 더욱 곱씹을 만하다. 기존의 시와 소설 외에 장르소설, 만화 등 수상작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김이듬 시인이 『히스테리아』로 전미 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김금숙 작가가 그래픽노블 『풀』로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 김영하 작가가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독일 추리문학상 국제부문과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을 손에 쥐었다. 이렇게 거머쥔 지난해 해외 문학상은 총 6개. 지금까지 수상한 작가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한강, 손원평, 김영하, 김혜순, 황석영, 편혜영, 김탁환, 신경숙, 오정희, 이혜경, 고은, 김애란, 박민규, 반디, 이정명, 김금숙, 김이듬.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언론에서 만들어낸 말일까? 아무튼 실체가 없진 않다. 국내 베스트셀러였던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이 영미권에 계약된 후, 1년 사이 20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2인 3각을 뛰듯, 김언수 작가의 『설계자들』, 편혜영 작가의 『홀』, 서미애 작가의 『잘 자요 엄마』,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등 어두운 분위기에 스릴러 장르를 차용한 작품들이 해외 시장에서 높은 선인세로 계약됐다. 이 성과에 붙은 이름이 ‘K-스릴러’였다.

 2020년 9월까지 해외 출판사와 먼저 저작권 계약을 진행한 뒤 한국문학번역원 지원 사업에 공모한 건수다. 2014년 11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문학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 특히 해외 출판사가 먼저 계약할 경우, 출간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시차 없는 작품 소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숫자다.  


지난해 빼놓을 수 없는 한국문학의 성과 중 하나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다.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는데, 아시아권 작품이 번역소설 부문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한 최초의 사례다. 수상자가 발표되면 일본 전역의 서점에 ‘서점대상’ 코너를 만들기 때문에 수상작들의 판매 부수가 급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까지 『아몬드』는 일본에서 1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 중이며,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5개국으로 수출됐다.



『The Disaster Tourist』  

Yun Ko-eun | Serpent’s Tail

“기후변화와 세계 자본주의의 압력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조명하는 흥미로운 에코-스릴러.”(『가디언』)


『UN-TOLD NIGHT AND DAY』 

Bae Suah | Jonathan Cape

“배수아의 당혹스럽지만, 아름답게 절제된 소설은 분신과 그림자, 평행 세계를 다룬 책.” (『파이낸셜 타임스』)


『THE PLOTTERS』 

Un-su Kim | 4th Estate

“독서광과 괴짜, 청부살인업자를 뒤섞어 풍성하면서 심란한 혼합물을 만들어낸 소설.”(『워싱턴 포스트』)


『BORN 1982』 

Kim Ji-young | Liveright

“한국의 베스트셀러 소설의 주인공 ‘김지영’은 너무 평범하다. 그것이 핵심이다.”(『뉴욕 타임스』)

 


2019년 한국문학의 총 수출 건수. 2014년 119권과 비교하면 5년 사이 3배 가까이 성장한 결과다. 양적인 성장도 눈여겨볼 대목이지만, 또 하나 눈길이 가는 건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 사업을 통하지 않은 수출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다. 2014년 34권(30%)에서 2019년 210권(70%)을 차지했다.

*자료 제공 : 한국문학번역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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