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록 교수 “코로나19로 하루 아침에 인생이 바뀌었죠”
저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독자들이 코로나 환자들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시고, 또 우리 사회에 차별과 배제, 낙인을 당하는 소수자들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시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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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으로 수년간 일하다, 한국인 최초로 UN 자유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인권전문가 서창록 교수. 그는 UN 체제학회 참여차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그는 코로나 확진의 경험이 인권전문가로서도,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말한다. 확진 순서로 넘버링된 번호로 분류되고 처리되고 차별받으며 신상과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던 코로나 초기의 확진자에서, 다시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찾기까지 이 책은 코로나 시대 우리가 바이러스를 잡는 데만 몰두하고 감염자들의 동선을 집요하게 쫓느라 놓쳐버린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감염되었다』 띠지에 '코로나19로 인해 예기치 않게 인생이 바뀐 사람의 기록'이라는 카피가 눈에 띕니다. 왜 코로나19에 대한 기록을 남기셨는지, 코로나19가 어떤 식으로 작가님의 인생을 바꾸었는지 간단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겪었던 개인적인 느낌, 감정, 경험이 매우 특별했습니다. 그런데 이 특별한 경험이 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또 인권학자, 활동가로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는데 이번에 좋은 계기가 되어서 제 경험을 통해서 드리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제 인생을 바꾼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첫째는 저 개인의 활동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야 할까 하는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깊이 깨닫게 된 것이 큰 선물입니다. 

둘째는 인권침해를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인권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권학자로서 활동가로서 20년을 살아왔지만, 저도 진정으로 인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자신이 갖고 있었던 잘못된 인식과 편견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 제 인생에서 인권 활동을 제대로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성북구 13번 확진자로 분류되었습니다. 성북구 13번 확진자로 알려지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나요? 

사실 당시 가장 힘든 것은 육체적인 아픔과 죽음에 대한 공포였어요. 성북동 13번이라는 숫자로 넘버링된 환자로 분류되면서 느낀 어려움은 나중에 회복이 되어가면서 차차 생각하게 된 것이고요. 아파서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차별, 낙인, 배제, 혐오 등에 대해 생각할 여유는 솔직히 없었습니다. 

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동안에 교수와 유엔전문가로서의 서창록은 없어지고 코로나바이러스를 해외에서 유입한 성북구 13번의 나쁜 사람으로 취급되는 느낌이 좀 허탈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제 신상이 털리고, 가짜뉴스가 나돌아 부모님께도 염려를 끼치게 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어보니 이렇게 낙인찍히고 사회에서 배제당하고 살아가시는 분들의 심정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개인정보가 방역을 목적으로 이렇게 침해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요.

작가님께서는 오랫동안 인권학자로 활동하셨습니다. 『나는 감염되었다』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차별과 배제를 말씀하셨는데요. 특정 집단과 인종을 낙인찍고 차별과 배제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차별과 배제는 코로나19로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고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지속해왔고, 또 일정 부분 인간의 본성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권 개념이 진보하고 있음에도 역사 속에서 해결해오지 못한 오랜 숙제이지요.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 문제가 더 심하게,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는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고,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보니 서로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리게 되고 따라서 차별과 배제, 혐오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이 문제가 팬데믹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가장 큰 문제로 우리 사회에 상처를 남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갑자기 더 부각되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볼 수 있겠죠.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배제, 낙인 등의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부단히 노력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일수록 지식인들의 참여와 양심 있는 대중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함께 성찰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누구나 피해자, 또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연대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하지요.



코로나19 초기에 가짜뉴스는 끊임없이 생산과 재생산되었습니다. 팬데믹 상황이 낯설다보니 지금 보면 터무니없게 생각되는 내용도 진실로 둔갑되기 일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가짜뉴스를 구별하여 피해받는 사람들을 줄일 수 있을까요? 

가짜뉴스도 사실은 역사 속에서 늘 있어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디지털 기술의 활용으로 더욱 쉽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구별이 불가능할 경우가 많게 되고, 기존에 신뢰할 수 있는 정부, 언론, 지식인 등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면서 가짜뉴스를 구별해내는 사회의 자정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형국이예요. 팬데믹으로 공포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들이닥치면서 더욱 심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가짜뉴스를 법적으로 금지시키는 것도 문제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요.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구별해낼 수 없는데, 그것을 누가 판단해서 처벌을 하느냐의 문제가 있지요. 예를 들어, 진실을 말한 사람이 거짓을 말한 사람으로 둔갑해 피해를 본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궁극적으로 사회가 그런 것을 분간해낼 수 있는 자정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능을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 보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짜뉴스가 다른 사람의 존엄성을 해칠 때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잣대를 놓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짜뉴스로 인해 존엄성이 짓밟힌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이 우리의 가족과 이웃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뉴스를 퍼트리지 않겠죠.

음압병실에서의 생활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두통으로 인해 타이레놀을 복용하려는 순간, 간호사가 확성기를 통해 그 약을 먹지 말라고 소리쳤다는 부분에서 놀랐는데요.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라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환자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24시간 감시당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음압병실에서 환자를 24시간 감시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지요. 그 자체를 제가 비판한 것은 아니고요, 그런 경험을 해보니 우리나라에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한 장치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이레놀 사건은 개인적으로 깜짝 놀란 해프닝이고요, 우리 사회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매우 둔감하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병원 어디에나 감시카메라가 있고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범죄자를 찾아내기에는 최적화된 나라이지요. 반면에 그로 인해 사생활이 침해되고 고통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면 선생님의 사생활은 침해되고 그 정보가 악용되어 더 큰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유엔 자유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코로나19를 비춰보았을 때, 인권 교육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예정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엔 자유권 위원으로 선출된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자리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인권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제가 오랫동안 강조해왔고, 그를 실천하기 위해 인권NGO도 만들고 다양한 방향으로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험을 통해 인권교육도 방향을 약간 달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로 합의해나가기 위해서는 감수성 증진을 위한 교육, 교과서에서 배우는 교육이 아니라,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경험을 통해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니 인권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힘들수록 인권도 자기중심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인권만 보고 주장하게 되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들의 인권도 생각하고 그들도 배려해야 답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보면서 시민사회 운동도 차원을 좀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국가, 시민사회, 기업, 국제기구 등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협력을 통해 이루어가는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인권교육은 효과가 없고, 시민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인권교육도 한계가 있습니다. 통합적인 제도개선도 필요해요. 이런 차원에서 유엔인권기구들도 개혁이 필요하고요, 그런 제도개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개인이 겪은 이 정도의 경험이 더 힘든 상황에 놓인 분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렇게 절체절명의 위기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정말 운 좋게 회복되고 다시 일상생활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저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독자들이 코로나 환자들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시고, 또 우리 사회에 차별과 배제, 낙인을 당하는 소수자들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시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 제가 그러했듯이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배려할 때 진정한 자유가 찾아온다,” 인데요, 그 의미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나중에 이 질문의 답변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책을 써보고 싶은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이 책을 많이 읽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창록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인권 NGO ‘휴먼아시아(Human Asia)’ 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UN 시민적, 정치적권리위원회(자유권위원회) 한국인 최초 위원.

그리고 ‘성북구 13번 확진자’로 보도된 사람.

지은 책으로 『국제기구: 글로벌 거버넌스의 정치학』, 『북한 인권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 평화적 개입 전략과 국제 사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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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