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는 현직 기자인 송경화 작가의 소설 데뷔작으로, 언론사 ‘고도일보’의 열혈 초짜 기자인 송가을이 은폐된 진실을 추적하며 벌이는 흥미진진한 취재 분투기다. 작가는 생생한 취재 경험에 상상력으로 조각을 메운 이야기를 통해 부정부패로 가득하고, 선의와 악의가 뒤섞인 지금의 대한민국을 겨눈다. 사회부 경찰팀에서, 법조팀, 탐사보도팀으로 이어지는 16개의 에피소드는 종횡무진 세상을 누비는 초짜 기자 송가을의 성장기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기자들의 생활상을 엿보는 재미와 함께 지난 10여 년 우리 사회를 관통한 여러 사건들도 실감 나게 보여준다.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는 작가님의 기자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인데요. 만약 기자가 아니었다면 다른 소재로 소설을 쓰셨을까요? 언제부터 소설을 쓰려고 하셨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면 그것을 소재로 썼을 것 같아요. 어떤 경험이든 소설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무한한 이야기로 펼쳐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자는 좀 더 다양한 경험을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더 최적화한 직업인 것 같고요. 그런데 ‘기자가 아니었다면’이란 전제는 사실 잘 와닿지는 않네요. 다시 직업을 선택하라 해도 기자를 택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소설은 어릴 때부터 쓰고 싶었는데,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기자가 된 뒤예요. 취재하면서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일’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기사엔 극히 일부밖에 담지 못했죠. 육하원칙 위주로, 딱딱한 팩트만 실어야 하니까요. 취재하면서 느낀 감정, 맺게 된 관계를 자유롭게 풀어내고 싶었고 그런 글쓰기가 꼭 해야 할 과제처럼 마음에 자리 잡았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 13년 차가 됐을 때 첫 장을 쓰게 됐고요. 기자 중에 저처럼 취재 경험을 살려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데 아마도 비슷한 심정일 것 같아요.
기자 출신 소설가라고 했을 때 독자들이 생각하는 문체가 있는 거 같아요. 혹시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를 쓰면서 너무 딱딱한 문체가 될까 봐, 염려되는 부분이 있으셨나요?
오랜 시간 기사를 쓰며 습관이 된 게 있어요. 미사여구를 잘 쓰지 않고 수식어를 최소화하는 거예요. 형용사를 쓰기보단 직접적인 묘사를 선호하죠.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를 쓰면서도 그 습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요. 문체가 너무 딱딱할까 봐 걱정됐지만 건조한 문장이 주는 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촉촉한’ 문장 쓰기는 애초에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포기한 측면도 있고요. 이 소설은 송가을이 맞닥뜨린 사회의 단면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는데요. 제가 구사한 문체가 나름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이 소설이 대박이 나면, 전업 작가로 인생 후반전을 살아갈 계획도 혹시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작가님의 인생 후반전은 기자와 작가 중 어떤 게 더 비중이 높을까요?
대박요? 하하.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을 거라 계획은 생각해보지도 않았어요. 지금 이만큼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정말 감사해요. 출간하며 목표가 2쇄를 찍는 거였는데 2주 뒤 목표는 이뤘거든요. 지금은 기자로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아직 못 쓴 기사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취재 경험이 쌓일수록 소설로 풀어낼 이야기는 더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돼요.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는 현재 드라마화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대본도 작가님이 직접 쓴 걸로 아는데요. 어떤 부분이 같고, 어떤 부분이 다른지 살짝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소설과 대본의 서로 다른 매력도 궁금합니다.
소설에선 송가을이란 인물이 전체를 끌고 가는데요. 극본에선 등장인물이 더 다채로워졌어요. 주인공이 송가을인 건 여전하지만, 그 외에도 재밌는 기자 군상들이 여럿 상세하게 나와요. 에피소드는 양쪽이 같지만, 문체는 극본에선 좀 더 발랄해졌어요. 둘을 대조해 읽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번에 극본 작업을 처음 해봤는데요. 한 장면 한 장면 빠르게 시각화해야 하기 때문에 더 압축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소설보단 템포가 더 빨라요. 소설 쓰기 못지않게 극본 쓰기도 재밌는 작업 같아요.
출간 작업 중에 아이를 출산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집필 중에 임신 중이셨을 거 같은데요. 아이가 이 책에, 그리고 송가을이란 캐릭터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가 궁금합니다.
초고 집필은 임신 전에 마무리됐었고요. 임신 중에 본격적인 수정을 했고, 만삭일 때 교정 작업을 했어요. 아이를 가지니까 마음속에 뾰족했던 게 조금 수그러들고 세상이 전보다 막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초고에서 송가을이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각을 세웠던 것을 교정하면서 누그러뜨린 게 많았어요. 이해심이 좀 커졌달까요? 물론 「위안부를 위한 눈물」 등 몇 에피소드에선 각을 그대로 유지했고요. 마음이 넓어져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계선 같은 게 있더라고요. 소설을 보시면 공감하실 거예요.
그간 <허쉬>, <피노키오> 등 여러 드라마에서 기자의 모습이 많이 그려졌었어요.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에서 그리고자 했던 기자는 어떤 모습인가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기보단 눈앞의 사람, 바로 옆의 사건에 집중하면서 세상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는 기자요.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가고 겨우 기사 하나를 마감하면서도 ‘좋은 기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붙잡고 있는 기자요. 그게 바로 송가을인데요. 그렇게 하다 보면 팩트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기레기’가 기자의 대명사가 된 시대지만 소설 속 송가을 같은 기자가 많아지면 무엇이라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일단 저부터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저는 송가을이 되려면 아직 멀었거든요.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를 읽는 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작가로서의 올해 계획도 궁금합니다.
직접 송가을 기자가 되셔서 취재 현장에 달려가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을 유추하는 재미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송가을의 이야기는 사회부에서 끝이 났는데요. 정치부 취재로 이어질 예정이에요.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2편을 잘 마무리하는 게 올해 가장 큰 계획입니다.
*송경화 1984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지리학, 언론정보학을 배웠다. 2007년 [한겨레] 입사로 기자 생활을 시작해 15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에서 기사를 썼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노란색을 좋아한다. 기사 마감할 때 Backstreet boys 노래를 듣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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