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양식 맛집을 찾아다니는 피아노 조율사의 이야기 『경양식집에서』, 바다의 삶과 풍경이 담긴 호아킨 소로야의 화집 『바다, 바닷가에서』, 사생활이 보여주는 한 사람의 여러 단면들을 담은 『사생활들』을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조영권 저/이윤희 그림 | 린틴틴
『중국집』이라는 책이 있어요.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조율을 하는 피아노 조율사가 있는데, 이 분의 취미가 맛집 찾아다니기예요. 그 중에서도 중국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그 내용을 블로그에 계속 올리다가 이윤희 만화가님의 만화와 같이 에세이로 나왔는데요. 그 책이 소위 대박이 났습니다.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했고 저도 그 책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이 책은 같은 피아노 조율사와 만화가가 모여 비슷한 느낌으로 경양식집을 찾아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요새는 사람들이 경양식집을 잘 안 가죠. 예전의 느낌이라면 스프를 주고, 스프에 후추 뿌려 먹고, 돈가스 같은 걸 우아하게 칼로 썰면서 먹다가, 후식으로 커피나 오렌지주스가 나오는 그런 가벼운 느낌의 코스집인데요. 지금은 돈가스집, 함박스테이크집, 양식집이 많기 때문에 굳이 경양식집을 찾아갈 필요가 별로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작가님이 경양식집을 좋아해서 찾아다니는데 그 내용들이 쌓이니까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저자인 조영권 조율사는 이 에세이에서 자신이 어떻게 조율하는지도 언급을 해요. 예를 들면 조율을 하는 순간이 돈가스 맛이라면, 그 뒤에 나오는 경양식집 이야기는 크림스프 같은 느낌이에요. 단짠단짠한 느낌이 있어요. 직업에 대한 에세이를 읽으면 느껴지는 맛이 있잖아요? 이 책에는 직업 에세이의 맛과 음식 에세이의 맛이 붙어있어요. 돈가스집에서 김치볶음밥을 팔고, 돈가스집에서 김치찌개를 파는 맛이에요. 너무 충격적이고 ‘이게 된단 말이야?’ 하는데 ‘맛있어!’ 하는 느낌인 거죠.
전작 『중국집』과 다른 점은, 경양식집의 셰프들을 인터뷰한 섹션이 따로 있어요.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책이라 경양식 한 판 같아요. 저는 매우 만족한 한 끼였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호아킨 소로야 저 | 에이치비프레스
오늘 제가 가지고 온 책은 화집입니다. <삼천포책방>에서 한 번도 화집을 소개한 적은 없잖아요. 팟캐스트에서 이야기를 하려면 스토리, 문체, 작가 소개 등을 하는 게 더 형식에 맞으니까 우리가 책을 읽는 형식도 그에 맞춰서 좁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제가 몇 달 전에 사서 집에 세워놓고 오가면서 오랫동안 즐겁게 보던 화집을 가지고 왔습니다.
호아킨 소로야라는 화가를 제가 언제 알게 됐냐 하면, 2010년에 남미에 갔을 때 처음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두 달을 있었는데요. 그때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 미술관에 가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한참 보다가 화가의 이름을 보면 ‘호아킨 소로야’라고 적혀있고는 했어요. 이 화가를 찾아봤더니 꽤나 유명한 사람이더라고요. 스페인 사람이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 미술관에 소장품이 많았는데, 특히 제가 탄복하면서 좋아했던 그림들은 바닷가 풍경들 그리고 명암 대조가 강렬하고 빛을 쓰는 게 아주 인상적인 화가였다는 게 제 마음속에 남아있어요.
책의 첫 챕터의 제목이 “잊혀진 ‘세계 최고의 화가’”이고요. 첫 문장이 “2019년 영국 내셔널 갤러리는 ‘소로야:스페인의 빛의 거장(Sorolla:Spanish Master of Light)’전을 열었다. 111년 만에,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영국에서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의 대형 전시가 열린 것이다”예요. 이 사람은 당시에 세계 최고의 화가라는 수식어를 받기도 했던 사람이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현대미술의 사조가 바뀌면서 존재가 잊혀졌던 거죠. 그러다가 2019년에 내셔널 갤러리에서 크게 재조명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바닷가 장면을 보고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을 떠올린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많이 회자가 됐어요. 저는 이 책을 작년 연말에 샀던 것 같은데 ‘호아킨 소로야의 화집이 우리말로 나와 있어?’ 하면서 산 거죠.
호아킨 소로야는 다양한 그림을 그렸지만, 스스로가 그리기 가장 좋아했던 것은 발렌시아의 바닷가입니다. 책에 실린 작품을 보시면, 물과 물에 젖은 몸이 햇빛을 받아서 빛나는 것 그리고 물 아래에서 빛나는 몸이 일렁이는 모습들을 순간적으로 잘 포착을 해놨어요. 구도 같은 것도 아주 특이하고, 잘그랑 거리는 햇빛과 물의 물성, 휘도 같은 것을 너무나 포착을 잘 해서 책을 넘기는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냥의 선택
김설 저 | 꿈꾸는인생
김설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이에요. 지난해에 첫 책이 나왔는데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라는 에세이였어요. 우울증을 앓게 된 딸과 함께 극복하면서 보낸 시간을 담은 책이었습니다. 김설 작가님은 쉰이 넘어서 첫 책을 내셨어요. 이번 책의 제목이 『사생활들』인데, 정말 정직한 제목이에요. (웃음) 사적이고 사사로운 작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걸 통해서 김설이라는 사람의 세계를 조금 엿보고 짐작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분에게도 많은 정체성이 있잖아요. 엄마이기도 하고, 쉰이 넘어 등단한 작가이기도 하고, 20년 동안 일하다가 은퇴한 여성이기도 하고, 긴 시간 투병한 경험을 갖고 있는 한 사람이기도 해요.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첫 부분에는 책과 작가,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저는 이 이야기가 생경하고 흥미롭게 느껴졌는데요. 작가라는 이름 안에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잖아요. 어린 나이에 재능을 칭찬받으면서 등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 중에는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두 작품 이후에 스르르 사라져버리는 사람도 있고, 대기만성형도 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요. 우리는 대부분, 재능을 인정받고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김설 작가님은 쉰이 넘어서 첫 책을 냈고, 자신이 앞으로 계속 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고, 쓰고 싶은 마음이 있고 계속 노력을 하지만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인 거죠. 이런 이야기는 별로 들은 적 없는 것 같아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요. 어떤 작가들은 글을 쓰기 위해서 다른 일을 하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그걸 위로하기 위해서 ‘그게 작가에게는 다 글감이 된다, 경험이 최고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글감이 필요해서 체험을 하는 것과 먹고살기 위해 벌이를 하는 건 엄연히 다르잖아요. 그 점을 이야기하시면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신이 나서 글을 쓴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글을 쓰겠다는 의욕도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아무리 쓰고 싶다고 한들 당장 이번 달 공과금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라면 글이 써질까?”라고 쓰셨어요. 이제 두 번째 책을 내는 사람으로서, 다른 작가들은 창작에 따라오는 삶의 팍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너무 궁금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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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