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상상력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려는 시도 아래 제정된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은 발굴되지 않은 목소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며 이종산, 정지향, 임솔아, 이희주 등 현재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해왔다. 상이 운영될 당시 심사과정에서 이례적인 순간이 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제2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선정할 때였다. 다양한 응모작들이 저마다의 장점을 빛내며 치열하게 경합하는 가운데 당선작이 정해지는 일반적인 심사와 달리, “당선작 선정에 이견이 없어서 싱겁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만장일치”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은 작품이 있었던 것이다.
당선작은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 능력, 학원가와 대학가 인근 등을 섭렵하는 공간감, 자기 세대의 문제를 포착하는 시선 모두 남달랐다”라는 평을 받으며 특목고 입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을 그려낸 『브라더 케빈』으로, 작품을 쓴 김수연 작가는 당시 스물세 살의 젊은 극작과생이었다.
김수연 작가가 자신의 전공을 십분 살려 오랜 기간 매만진 끝에 선보이는 두번째 장편소설 『여름이 물러가고』는 한때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지게 했지만 현실의 무게에 압도당해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연극’을 향해 다시 한번 뛰어드는 두 명의 청년과,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 때문에 그 두 사람의 삶에 얽혀들게 된 한 고등학생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브라더, 케빈』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장편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계속 소설을 썼습니다. 미완성인 작품들도 몇 편 있고요. 『여름이 물러가고』는 2018년부터 작업했습니다.
『여름이 물러가고』는 어떻게 해서든지 ‘연극’을 만들기 위해 ‘규남’과 ‘태성’이 일종의 ‘사기’를 쳐서 고등학생인 ‘한솔’을 끌어들이며 시작되는 이야기인데요, 소설을 읽고 있으면 이 모든 상황 자체가 연극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작가님께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21살 무렵, 실제로 연극제에 참가했던 대학교 동기들과 안양의 어느 제지공장에서 모의고사 OMR 카드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에서 규남이 연극에 빠져들게 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대학로를 거닐다 우연히 보게 된 연극 포스터에 이끌려 연극을 관람하게 되고, 그 경험이 규남의 삶을 뒤흔들어놓지요. 작가님의 학부 전공이 연극이지요. 혹 작가님도 규남과 같은 이런 강렬한 경험을 통해 소설쓰기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일지요. 좀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규남 같은 강렬한 경험은 없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그곳에서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대학 전공을 ‘극작과’로 선택한 것은 문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좀더 공부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물론 대학에서 다양한 장르를 공부했다고 하기에는 제가 너무 불성실한 학생이었지만…… 어쨌든 대학을 다니며 나는 문학을 제일 좋아하는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브라더, 케빈』도 그렇지만, 『여름이 물러가고』 또한 학원가 풍경이 무척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취재를 하시기도 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지요.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는데요, 다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공간을 걷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천천히 그곳을 걷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사 먹고,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창가에 앉아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그게 전부였습니다.
『여름이 물러가고』의 특이한 점은 세 남자가 연극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한쪽에 놓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극이 전개된다는 점이 아닐까 해요. 특별히 다빈치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초고에는 다빈치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인물들이 연극을 만드는 이야기가 전부였죠. 그러다 복학 후 교양수업 때 다빈치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서 다빈치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서양예술사를 공부하는 강의였는데, 교수님이 다빈치의 그림이 다 녹아내렸다는 사실을 짧게 언급했었어요. 녹아내리는 그림과 막이 내리면 사라지는 연극이 무언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후 다빈치의 작품들과 다빈치라는 인물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다빈치는 그림뿐만 아니라 도시설계, 음악, 연극 등 여러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예술가 지망생인 규남에게 그런 다빈치는 닮고 싶은 존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규남의 이야기와 더불어 다빈치의 이야기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쓰면서 특별히 자주 들었던 노래나 읽었던 책이 있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당연히 힙합. 매일 힙합을 들었습니다. 지금도 듣고 있네요. 그리고 책의 경우, 다빈치와 관련된 책들과 예술서들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밖에 후안 마요르가와 아리엘 도르프만의 희곡을 읽고 감탄한 기억도 나네요.
앞으로 당분간은 드라마 대본 작업을 하게 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계획인지 살짝 귀띔해주신다면요.
2000년대 출간된 어느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대본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스무 살 청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성장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
*김수연 『브라더 케빈』으로 제2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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