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엠, 케이팝 어벤저스의 도전장
의 시작은 창조의 개념이 아니다. 과거를 갈무리하여 현재와 미래의 SM에게 새로운 문법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충격 전술로 그 의의가 있다.
글ㆍ사진 이즘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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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의 세계화 전략은 자본과 물량, 그리고 자신감이다. 캐피톨 레코즈와 손을 잡고 스스로를 '케이팝 어벤저스'라 자청하는 슈퍼엠(SuperM)은 긴 시간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한 그룹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자의식을 한껏 부풀린다. 그렇기에 이들은 반드시 거대해야 한다. 샤이니, 엑소, NCT, 웨이브이로부터 차출된 일곱 멤버들에게는 미국 시장에 기획사의 성격과 지향점을 분명히 각인해야 할 임무가 주어진다.

'무한대'와 '괴물'을 한 데 융합한 'One (Monster & Infinity)'은 제목부터 비장하다. 2012년 샤이니 '셜록'에서 선보인 바 있는 두 곡의 조합 전략을 가져와 지각 충돌을 벌인다. 거친 워블 베이스로 꿈틀대는 'Infinity'에서 부드러운 후렴 멜로디를, 'Monster'에서는 긴장감 있는 메인 베이스 리프를 추출하여 이식한 결과물이 매끈하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과한 것이 SM 사가(Saga)의 대표작에 알맞다

이 '대표'라는 의무 아래 앨범은 SM 남성 아이돌의 계보를 압축한 프로토타입이 된다. 다채로운 멤버들이 뭉쳤으나 엑소, 샤이니, NCT의 성공 사례들을 집약하여 미국 시장 친화적인 변주만을 더했기에 각각의 개성보다는 일관된 익숙함이 먼저다. 사이버펑크 풍의 싸늘한 무드와 현대적인 사운드 소스로 일관되게 달려 나가는 '100'은 NCT 프로젝트에 백현의 폭발하는 보컬을 더했고, 정적인 무드에 꿈틀거리는 베이스와 오리엔탈 무드를 얹은 '호랑이'는 엑소 '으르렁'의 유니즌 코러스에 NCT의 랩 멤버들을 추가한다. 'Ko ko bop'을 간결하게 다듬어낸 'Wish you were here'도 유사한 경우다.

개별 그룹에서도 가능했을 운용을 콜라보레이션으로 확장한지라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외 수록곡들은 팝의 규격에 적응하는 과정인데 여기서도 태민과 카이의 퍼포먼스, 마크 태용 루카스의 신진 랩 세력, 백현의 알앤비 무드는 파편화된 면모로만 존재한다. 교통정리의 어려움도 있다. 보컬 라인의 매력이 드러날 때 랩 멤버들이 등장하고, 랩 멤버들이 저돌적으로 나아갈 때 섬세한 보컬이 더해지는 식이다. 가령 'Drip'의 경우 곡을 이끌어가야 할 마크의 랩이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보컬 멤버들에게 바통을 넘기며, 'Step up'은 반대로 태민과 백현의 보컬 라인 호흡이 랩 멤버들의 개입으로 불규칙하다는 인상을 준다.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만큼 완성도에 소홀하진 않다. 유니즌 코러스로 시작하는 두 곡 중 'Big chance'는 차분한 딥 하우스로 확장되고 'Dangerous woman'은 트랩 비트 위 선 굵은 포인트를 심으며 2010년대 후반부의 팝 트렌드를 정확히 겨냥한다. 선 굵은 베이스와 신스 리프, 피아노 연주를 교차하며 후렴부 합창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Together at home'도 근사하고 선명한 기타 리프 위 하우스 트랙 'With you'도 군더더기가 없다. 그룹의 첫 발라드 곡 'Better days' 같은 곡은 근래 저스틴 비버의 차트 히트곡이라 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다.

슈퍼엠을 바라보는 시각은 복합적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야심작이나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 시간까지 소모해가며 기획한 작품치고 '모였다'는 상징성 외 새로움이나 흥미 요소는 부족하다. 그러나 소속사의 정수를 반복 노출하여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에는 충실하다. 따라서 슈퍼엠의 '케이팝 어벤져스'는 영웅 군단의 시작보다 마무리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 더 가깝다. 의 시작은 창조의 개념이 아니다. 과거를 갈무리하여 현재와 미래의 SM에게 새로운 문법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충격 전술로 그 의의가 있다. 일대일 대결구도보다 다대다의 장기전을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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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