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원 칼럼] 조금 덜 용의주도해도 괜찮아, 에도가와 란포! (Feat. 불독맨션)
새롭게 한편의 추리 소설을 읽기 전에 듣는다면 완벽한 오프닝이 될 것이다.
글ㆍ사진 윤덕원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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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간 조금 무거운 주제를 읽어온 탓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보기로 했다. 별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 마침 에도가와 란포의 ‘악마의 문장’ 이 추천에 올라온 것을 보고 선택하게 되었다. 추리 소설은 다른 장르보다도 특히 읽을 때의 쾌감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내 마음이나 생각을 크게 흔들어 놓는 것은 아니지만 눈앞에 닥친 미스터리를 해석하고 함께 문제를 고민하면서 두뇌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좋다. 머릿속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는 느낌이다. 잠시 책을 멈추고 내가 탐정이 된 것처럼 상황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은 같은 추리 소재의 내용이라도 영화나 드라마와는 또 다른 몰입감을 준다. 



'악마의 문장'에서 H 제당 주식회사의 대표인 가와테 쇼타로는 신원 불명의 인물에게 살해 협박을 받는다. 법의학자이자 탐정인 무나타카 류이치로 교수가 이 사건을 추적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사 중이던 조수가 악당의 손에 독살당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와테와 두 딸을 해치겠다고 공언한 살인범은 세 개의 소용돌이가 있는 독특한 3중 소용돌이 지문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주인공들을 점점 더 괴롭히며 마수를 조여온다. 그리고 그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는데, 그 과정에서 저지르는 대범한 악행들과 그 묘사가 섬찟하면서도 다음 내용을 기대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물론 최근의 정교한 추리 소설에 비하면 ‘악마의 문장’ 은 엄청나게 정교한 트릭으로 독자를 감탄하게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결말을 알게 된 이후에 다시 도입부를 읽어보게 되면 논리적으로 허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야기의 결말이나 중요한 트릭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에 대한 의문과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밝혀지는 사실들을 따라가는 과정은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범인은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트릭으로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었나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문을 스크린에 거대하게 확대 시켜주는 최신 장비’, ‘일곱 가지 탐정 도구가 든 가죽지갑’ 같은 시대를 짐작케 하는 묘사들이 좋았다. 이 시기에는 탐정을 더욱 신비롭고 멋진 존재로 만들어주는 최첨단의 기술과 도구들이었겠지만 지금은...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어린이 신문 아래에 탐정 대 백과사전과 각종 탐정도구 광고를 볼 수 있었는데,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때는 탐정이 정의의 편이면서 지적이고 강한 데다가 심리학과 과학에도 능한 인물로 오늘날 슈퍼 히어로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도 다시 떠올랐다. 

이 책을 쓴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소설가로 본명은 히라이 다로. 그의 필명은 미국의 소설가 ‘에드가 앨런 포’ 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할 만한 인물인 만큼 일본 탐정물에는 그의 이름을 딴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유명한 탐정만화인 ’명탐정 코난‘ 의 주인공 ’에도가와 코난‘ 역시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명탐정 차차차’이다. 밴드 ‘불독맨션’의 두 번째 정규앨범 ‘Salon De Musica’ 수록곡으로, 전형적인 탐정물의 주인공들을 묘사하고 있는 가사가 재미있다. 범인을 쫓느라 헝클어진, 시가 담배를 즐겨 피우는 애연가인 탐정의 모습이 1절이라면 2절에서는 거기에 대응하는 신비스러운 범인의 입장으로 노래한다. 새롭게 한편의 추리 소설을 읽기 전에 듣는다면 완벽한 오프닝이 될 것이다.   



악마의 문장
악마의 문장
에도가와 란포 저 | 주자덕 역
아프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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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원

뮤지션. 인디계의 국민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1대 리더. 브로콜리너마저의 모든 곡과 가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