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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원 칼럼] 우물쭈물 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 (Feat. DJ Soulscape)

구병모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 ‘일탈충동(feat.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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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신을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다. 몸에다 글씨나 그림을 새긴다는 것은 왠지 두렵기도 하지만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2020.09.29)

언스플래쉬


사실 문신을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다. 몸에다 글씨나 그림을 새긴다는 것은 왠지 두렵기도 하지만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건 문구가 크게 프린트된 티셔츠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말과 그림을 더욱 확신을 가지고 몸에 걸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글귀를, 그림을 몸 안에 갖고 싶은지 생각하면 하염없이 망설이게 된다. 물론 나중에 레이저 시술 등을 통해서 지울 수도 있다고 하지만, 쉽게 바꿀 수 없고 벗어 둘 수도 없다고 생각하면 그 내용을 정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름을 짓는 일과 비슷한 무게감을 갖는 게 아닐까.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정말 혼자일 때도 함께 있어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너무 큰 의미 부여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때문에도 그렇고, 내 스스로가 결정해서 나의 신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니만큼, ‘나’ 자신을 인지하는 데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신을 한 나와 그렇지 않은 나는 정말 많이 다를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몸에 그려진 문신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하면 앞으로 나이가 들어갈 육신의 변화들도 함께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다. 아무튼 이런 생각으로 벌써 몇 년을 보내고 결정을 하지 못한 채 가족들이 생기면서 왠지 이제는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인데, 여전히 문득 생각이 나기는 하다. 

문신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오늘의 책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구병모 작가의 중편 소설이다. 중년 여성인 시미는 타투 시술을 받고자 직장 후배인 화인의 소개로 문신술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간판도 없는 타투샵을 찾는다. 하지만 과연 시술을 받을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사이,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기 시작한다. 여기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면 길지 않은 이 소설의 비밀들을 너무 많이 언급하는 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내가 타투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고민들을 주인공인 시미 역시 하고 있었고, 그런 고민들이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는 점이다. 

많이 생각해 봤는데, 이런 건 오히려 생각을 할수록 더 못하게 되는 걸까요. 한번 충동에 의존해서 확 질러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세상에는 많은가 봐요.”

늘 충동적으로 질러버린다는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 편이다.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솔직하게 마음이 끌리는 대로 충동에 몸을 맡김으로써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그래서인지 시미의 선택과 고민, 결정들이 마음속에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소설에서 환상적으로 묘사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조금 충동적인 결과였겠지만 그 속에 있던 어떤 간절함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늘의 추천곡은 DJ Soulscape 의 ‘일탈충동’을 골라보았다. 2000년 발매된 ‘180g beats’ 수록곡으로 감각적인 비트에 철학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 음반이 발매되고 한참이 지나서 들어보게 되었는데, 좀 더 어렸을 때 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역이기는 하지만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유명한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라는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충동에 대하여 더 이상 망설이지 마

순간의 충동 순간은 충동

그 순간 결정을 못 내리면 지는 것이지

어쩌면 갈등하는 순간 패배를

인정해야 할는지도 모르지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구병모 저
arte(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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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덕원

뮤지션. 인디계의 국민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1대 리더. 브로콜리너마저의 모든 곡과 가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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