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윤덕원 칼럼] 우물쭈물 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 (Feat. DJ Soulscape)

구병모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 ‘일탈충동(feat. Seven)’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사실 문신을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다. 몸에다 글씨나 그림을 새긴다는 것은 왠지 두렵기도 하지만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2020.09.29)

언스플래쉬


사실 문신을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다. 몸에다 글씨나 그림을 새긴다는 것은 왠지 두렵기도 하지만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건 문구가 크게 프린트된 티셔츠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말과 그림을 더욱 확신을 가지고 몸에 걸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글귀를, 그림을 몸 안에 갖고 싶은지 생각하면 하염없이 망설이게 된다. 물론 나중에 레이저 시술 등을 통해서 지울 수도 있다고 하지만, 쉽게 바꿀 수 없고 벗어 둘 수도 없다고 생각하면 그 내용을 정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름을 짓는 일과 비슷한 무게감을 갖는 게 아닐까.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정말 혼자일 때도 함께 있어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너무 큰 의미 부여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때문에도 그렇고, 내 스스로가 결정해서 나의 신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니만큼, ‘나’ 자신을 인지하는 데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신을 한 나와 그렇지 않은 나는 정말 많이 다를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몸에 그려진 문신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하면 앞으로 나이가 들어갈 육신의 변화들도 함께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다. 아무튼 이런 생각으로 벌써 몇 년을 보내고 결정을 하지 못한 채 가족들이 생기면서 왠지 이제는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인데, 여전히 문득 생각이 나기는 하다. 

문신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오늘의 책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구병모 작가의 중편 소설이다. 중년 여성인 시미는 타투 시술을 받고자 직장 후배인 화인의 소개로 문신술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간판도 없는 타투샵을 찾는다. 하지만 과연 시술을 받을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사이,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기 시작한다. 여기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면 길지 않은 이 소설의 비밀들을 너무 많이 언급하는 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내가 타투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고민들을 주인공인 시미 역시 하고 있었고, 그런 고민들이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는 점이다. 

많이 생각해 봤는데, 이런 건 오히려 생각을 할수록 더 못하게 되는 걸까요. 한번 충동에 의존해서 확 질러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세상에는 많은가 봐요.”

늘 충동적으로 질러버린다는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 편이다.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솔직하게 마음이 끌리는 대로 충동에 몸을 맡김으로써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그래서인지 시미의 선택과 고민, 결정들이 마음속에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소설에서 환상적으로 묘사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조금 충동적인 결과였겠지만 그 속에 있던 어떤 간절함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늘의 추천곡은 DJ Soulscape 의 ‘일탈충동’을 골라보았다. 2000년 발매된 ‘180g beats’ 수록곡으로 감각적인 비트에 철학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 음반이 발매되고 한참이 지나서 들어보게 되었는데, 좀 더 어렸을 때 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역이기는 하지만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유명한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라는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충동에 대하여 더 이상 망설이지 마

순간의 충동 순간은 충동

그 순간 결정을 못 내리면 지는 것이지

어쩌면 갈등하는 순간 패배를

인정해야 할는지도 모르지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구병모 저
arte(아르테)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윤덕원

뮤지션. 인디계의 국민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1대 리더. 브로콜리너마저의 모든 곡과 가사를 썼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구병모> 저9,000원(10% + 5%)

숨 쉬듯 벌어지는 은밀한 폭력 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판타지를 선사하는 ‘스토리텔러’ 작가 구병모의 새로운 소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가 아르테 ‘작은책’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춘 독특..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ebook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구병모> 저8,000원(0% + 5%)

숨 쉬듯 벌어지는 은밀한 폭력 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판타지를 선사하는 ‘스토리텔러’ 작가 구병모의 새로운 소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가 아르테 ‘작은책’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DJ Soulscape - 180g Beats

11,000원(19% + 1%)

dj soulscape의 존재를 각인시킨 은근한 비트의 속삭임 데뷔 앨범 "180g Beats" 리마스터링 재발매 2000년 6월 발매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앨범 "MP Hip Hop 2000" 이후 많은 이들은 MP를 통해 가장 먼저 정규 앨범을 낼 아티스트가 누가될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