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언택트 시대는 눈치와 센스의 시대”
10년 넘게 여러 청중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나름대로 일타강사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줌으로 하는 수업은 기존의 강의와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어요. 그때 ‘앞으로는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ㆍ사진 성소영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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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하나가 세상을 바꿨다.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던 기본소득이 논의되고, 사무실을 떠나 일하는 리모트워크가 일상이 된 사회. 인생의 기쁘고 슬픈 일이 생겼을 때도, 만나지 않는 게 미덕처럼 여겨지는 슬픈 현실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하나가 가져온 변화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관계 맺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할까. 

KBS 뉴스특보 앵커로서 코로나19 소식을 최전선에서 전하고, 기업의 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는 김은성 저자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들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언택트 시대에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의 책 『사장을 위한 언택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은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다. 책에는 김은성 저자가 좌충우돌하며 겪은 언택트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기술을 담았다. 마스크 너머로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팁부터 영상으로 소통하는 법, 실시간 영상 회의와 재택근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 등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업무적 기술이다.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빠른 시일 내에 완성된 책이었을 것 같아요. 

온전히 책을 쓰는 작업은 3주 정도가 걸렸어요. 하지만 원고를 다 썼다고 해서 책이 바로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출간까지는 시간이 걸렸는데, 좀 더 빨리 나왔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요.(웃음)

어떤 고민에 맞닥뜨려 책을 쓰게 됐나요? 

출발하게 된 질문은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제가 코칭했던 임원 분들이 코로나19 이후로 급변하는 비즈니스 분위기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셨고요. 다른 하나는 제 개인적인 경험 덕분이었어요. 제가 올해부터 언론정보대학원의 객원교수로 강의를 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연초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공교롭게도 줌(ZOOM)으로 처음 강의를 하게 된 거죠. 2006년에 스피치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0년 넘게 여러 청중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나름대로 일타강사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줌으로 하는 수업은 기존의 강의와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어요. 아무리 유머를 던져도 참여자들이 웃지 않고, 강의 또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를 않더라고요. 그때 ‘이제는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언택트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SERI CEO’에서 강의를 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더라고요. 더 많은 분들께 이 기술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강의 내용을 구체화시켜 출판을 하게 됐죠. 

책을 쓰면서 특히 신경을 쓴 점은 무엇인가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트렌드를 이야기하는 책은 시중에 많잖아요. 저는 트렌드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명확한 솔루션을 드리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언택트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그 기술을 전달하는 데 방점을 찍었죠. 실제로 책을 읽은 독자들이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좋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KBS 뉴스특보 앵커로서, 코로나19 소식을 최전선에서 전하고 계시잖아요. 처음 특보를 전하던 순간이 여전히 생생할 것 같아요. 

제가 앵커 경력만 20년이고, 특히 뉴스특보를 많이 담당했는데요. 처음에는 중국의 우한이라는 도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왔으니, 우한을 방문하는 국민들에게 조심하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는 정도였어요. 그후로 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아 보였는데 3월 4일 경부터 코로나19 통합뉴스로 체제가 바뀌었던 기억이 납니다. 앵커 3명이 돌아가면서 오전, 낮, 저녁 시간에 코로나19 특보를 담당했죠. 저는 사스와 메르스 특보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 달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요. 처음 특보를 담당했던 세 명의 앵커 중 두 명은 이제 각자의 프로그램으로 복귀를 했지만, 저는 여전히 특보를 전하고 있는 마지막 앵커입니다.(웃음) 오늘도 중대본 발표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30분 특보를 마친 뒤에 인터뷰하러 온 거예요. 

작가님도 일상의 변화가 많으시죠? 

방송은 늘 하던 일이라 비슷한데, 강연에서 변화가 많아요. 일단 언택트에 관련된 강연 요청이 좀 많아졌죠. 그래도 작년 달력과 올해 달력을 펼쳐 놓고 비교하면 일이 많이 줄어서 마음이 아픕니다.(웃음) 대신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평소에는 잘 못 했던 산책도 하고, 읽고 싶었던 책도 찾아 읽고, 이렇게 새 책도 쓰게 되었고요.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대의 언어를 한 발짝 앞서 배워 둘 시간인 거죠. 




언택트 시대의 필수 스킬, 센스와 눈치

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자주 하시잖아요. 기업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제가 조만간 한 대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줌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요. 강의를 준비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크게 네 가지 정도의 질문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첫째, 회의에서 심도 깊은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실시간 영상으로 하다 보니 ‘아무 말 대잔치’가 되는 느낌이다. 둘째, 리모트 워크를 할 때, 리더로서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구성원들에게 일을 분배해야 할 지 고민이 된다. 셋째, 다양한 언택트 비즈니스 관련 플랫폼이 생기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넷째, 지점 혹은 대리점 등을 관리해야 하는 직종의 경우, 자주 만날 수 없다 보니 관계가 서먹서먹해지는 것 같다’였어요.

CEO와 임원들도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굉장히 당혹스러워하고 있어요. 또 전염병이 사라진다고 해서 다시 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느끼다 보니까,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요. 

책에서 언택트 시대에 꼭 필요한 건 센스와 눈치라고 강조했어요. 

오늘 저와 처음 만났을 때, 기자님이 “마스크를 벗고 인터뷰해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셨잖아요. 만나자마자 서로 눈치를 본 거죠.(웃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마스크를 벗고 싶었고 기자님도 그러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벗고 하자고 답했어요. 이게 센스인 거죠.(웃음) 

실시간 영상으로 소통하든, 만나든 이 모든 걸 관통하는 건 센스라고 생각해요. 책에도 언급했지만, 빅토리아 여왕이 만찬을 열었는데 거기에 참석한 외국 사신이 핑거볼에 든 손 씻는 물을 마셔버렸어요. 그러자 빅토리아 여왕이 그를 따라 같이 핑거볼의 물을 마셨죠. 이건 굉장한 센스잖아요. 눈치가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고 매너 있게 행동해요. 만약 함께 있는 사람이 마스크를 벗기 싫은 것 같다면, 이를 재빨리 캐치해서 함께 쓰고 있는 것도 요즘 같은 시대의 매너죠. 우리는 ‘눈치’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눈치를 보는 건 공간을 읽는 거라고 생각해요. 언택트 만남이든, 대면 만남이든 이제 상대방의 모습, 위치, 표정 등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신, 한 번 만났을 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방법이겠네요.

맞아요. 앞으로는 누군가를 만날 때 눈치와 센스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만나야 할 거예요. 그러니 첫 만남에 호감을 주는 게 중요해요. 매너 있게 상대방의 감정을 잘 헤아리는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 수 있겠죠. 

“예전에는 프리젠테이션이나 스피치 기술에 대한 코칭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해 얼마 전부터는 ‘테드형 스피치’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1/11쪽)고 하셨어요. 왜 그럴까요?

이제 구성원들이 프리젠테이션 형식의 스피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거예요.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채널도 이미 영상으로 흐름이 바뀌었잖아요. 유튜브, 테드(TED) 등을 보면 일상적이고 쉬운 언어로 내용을 전달해요. 반면 딱딱한 프리젠테이션은 구성원에게 반응이 없으니, 기업 입장에서도 프리젠테이션을 꾸미는 노력이 불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거죠.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의 경우에는 딱딱하게 프리젠테이션을 하지 않잖아요. B급 감성이나 재미있는 영상으로 무언가를 접하고, 설명하길 좋아하죠. 이러한 추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가속화될 거예요. 

영상 활용이나 언택트 비즈니스를 잘 하고 있는 국내 CEO의 사례가 있을까요? 

최근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SK 공식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서 호평을 받았어요. 편안한 차림으로 영상에 나온 최 회장은 ‘유튜브 꿈나무’로 소개되며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했죠. 본격적으로 영상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한 사례는 아니지만,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어요. 

사실 CEO와 임원들에게 이 흐름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고요. 시도를 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과거 TV 프로그램을 보면 연예인들이 축하 영상 같은 걸 찍어서 보여주곤 했잖아요. 당시에는 영상이 유명한 이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고 봐요. 테드, 유튜브의 언어와 문법이 보편화되는 거죠. 

이제 영상과 친해지는 연습이 필요하겠네요. 

그렇죠. 어색하더라도 찍어보고 또 찍어보는 방법밖엔 없어요.(웃음)

처음 줌 강의를 했을 때 무척 어색했다고요. 어떤 경험이었을지 궁금해요. 

제가 대면강의를 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어요. 어떤 강연 기법을 동원해도 반응이 없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줌으로 했던 대학원 강의가 그 이상의 충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에서 쌓인 강의 스킬만 믿고 자신만만하게 들어갔는데요. 제 나름대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어떤 유머를 던져도 반응이 안 오는 거예요. 그리고 참가자가 다 오디오를 켜고 있으니 잡음이 계속 들어왔어요. 한참 강의하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엄마~”하는 소리가 들리고, 기침소리 나고.(웃음) 강의에서는 흐름이 중요한데, 그러다 보니 흐름이 자꾸 뚝뚝 끊기더라고요. 그날 1시간 30분짜리 강의를 끝내고 나니까 온 몸이 두드려 맞은 듯 아팠어요. 형편없는 강의를 했다는 좌절감까지 들더라고요. 

이제 새로운 기술을 쌓아가고 계시겠어요.(웃음)

그렇죠. 책에도 썼듯이, 실시간 영상커뮤니케이션은 소통이 어렵고, 청중이 소극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때 리더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참여자들에게 매뉴얼을 알려주는 거예요. 회의 내용에 따라 진행자 외의 참가자는 오디오를 모두 끄고 브리핑을 들은 다음, 이후에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거나 하는 등 대략적인 매뉴얼을 참여자들에게 안내하는 거죠. 마치 생방송을 진행하듯이 큐시트를 짜서 이 흐름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또 안내해야 해요. 그리고 사전 자료를 미리 제공해서 내용을 숙지한 후 회의 또는 강의에 참여하도록 하면 훨씬 좋아요. 유머는 가급적 쓰면 안 되고요.(웃음)

실제로 화상 회의를 해보니까, 언제 말을 해야 할지 참 난감하더라고요. 고민 끝에 한 마디 꺼냈는데 누군가와 동시에 말을 시작해서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하고요.(웃음)

맞아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회의를 할 땐, 리더가 발언의 순번을 정해주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면 “오늘의 회의 주제는 이것이고, 발표는 두 분이 하겠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마지막에 질문을 해주세요.”라고 전달한 후 회의를 시작하는 거죠. 회의의 마지막 즈음에는 텍스트로 각자 코멘트를 쓸 수 있도록 하면 더 풍성한 시간이 되겠죠. 

대면 강의보다 실시간 영상 강의가 훨씬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네, 훨씬 어려워요. 저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죠. 그래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고 생각해요.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은 만남을 통해 선순환 할수록 좋아지거든요. 오늘은 조금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다음엔 이렇게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적용하면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게 보이죠. ‘나는 영상으로 무언가를 하는 건 어려워, 잘 못 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한 번 해볼까?’라는 도전 정신이 필요할 때인 것 같아요. 

대면 강의는 어느 순간 청중의 이목이 확 집중될 때, 강연자가 희열을 느끼잖아요. 실시간 영상 강의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나요? 

얼마 전에 유튜브 강의를 했는데요. 시작하면서 “제 강의가 재미있으면 ‘ㅋㅋㅋ’를 써주세요”라고 말했어요. 처음에는 한두 명씩 ‘ㅋㅋㅋ’를 썼는데 강의가 다 끝나고 나니 댓글창에 ‘ㅋㅋㅋ’가 주르륵 올라가더라고요. 그때 정말 뿌듯했어요. 

또 한 공공기관에서 종사하는 박사님들을 대상으로 줌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줌은 강사와 청중이 얼굴을 보고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도 다들 어색한지 카메라를 끄고 제 강의를 들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제 강의가 재미있었거나, 감동을 받았거나, 무언가 하나라도 얻을 게 있었다면 마지막에 카메라를 켜주세요. 이 화면이 여러분의 얼굴로 가득 찼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강의가 끝나고 25명 중 23명이 영상을 켜주셨어요. 두 분은 아마 듣다가 도망가신 것 같아요.(웃음) 참여하신 분들의 얼굴이 화면에 주르륵 뜨는데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가 아닌 ‘코로나를 계기로’ 

코로나 시대의 비즈니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리모트워크예요. 하지만 재택근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염려하는 CEO도 많은 것 같아요. 

이제 재택근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상용화 된다면 세상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언택트의 거대한 흐름은 결코 되돌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죠. 

그리고 실제로 한 컨설팅 업체에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비대면 업무가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왔다는 답변이 많았어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사무실, 회의실에 갇혀서 일을 하는 것보다 창의적의고 동기 부여가 가능한 환경에서 집중을 잘하는 경향이 있어요. 따라서 100%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재택근무와 대면근무의 비율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꼭 필요하죠. 대신 이때도 규칙이 중요해요. “이 안건에 대한 회신은 언제까지 줬으면 한다” “메신저의 응답 속도는 최대 몇 분을 넘기지 않는다” 등의 새로운 업무 규칙을 정해서 공유할 필요가 있어요. 

CEO라면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구성원의 결속력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 같아요. 이를 해결할 방법도 있을까요?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회의실, 흡연실, 카페 등에서 동료들끼리 뒷담화를 하는 게 가능했어요. 함께 술 마시며 회식도 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게 차단되었잖아요. 저는 그래서 디지털 상에도 카페와 흡연실 개념의 방을 하나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비슷한 직급끼리 모아서 소회의실을 열어주거나, 랜선 회식을 하게 하는 거죠. 업무적인 영상으로만 서로를 만나면 정보에서 소외되고 외롭잖아요. 실제로 한 대기업에서는 각자의 집에서 아이들을 안고 온라인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예전처럼 회식을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동료들끼리 얼굴을 보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실제로 모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에요. 언택트와 컨택트를 어떻게 조화롭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예요. 하이브리드 만남인 거죠.(웃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조직의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태도가 있다면요. 

미래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죠. 과거에는 길을 찾을 때 전국 도로지도를 봤잖아요. 실시간 내비게이션이 나와서 길을 안내하고, 막히는 길을 알려줄 거라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웃음) 이렇게 완전히 새로워질 세상을 받아들이고 예측하려는 능력이 필요해요. 

또 하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언어를 익히고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어요. MZ세대는 자기 자신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재미를 추구하죠. 그들을 위해 짧고 명료하고 센스 있게 말하는 것 또한 리더가 준비하고 장착해야 할 중요한 능력이에요. 

제가 특강을 할 때 이런 말씀을 꼭 드리거든요. 줌이든,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스(Teams)든 영상 제작이든, CEO가 어린 직원들의 실력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요. 그러니까 일단 무엇이든 시도를 해보시고요. 하다가 안 되면 어린 직원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럼 도움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라포를 형성할 수 있거든요. 이제는 ‘내가 몇 년 차인데 이런 걸 물어보나’ 같은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택트는 MZ 세대에게 최적화된 유형이거든요. 언택트에 익숙하고, 훨씬 쉽게 적응하는 그들에게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고, 도움을 청하는 건 리더에게도 좋은 일이에요. 오히려 쿨해 보일 수도 있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라떼는 말이야”라는 유행어가 생각나네요.(웃음)

리더 입장에서는 그들과 소통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는데 잘 통하지 않죠. MZ 세대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서 뭐? 노잼은 용서 못 해!’라고 생각하잖아요.(웃음) 또 ‘내 자리는 내가 정한다’는 특성이 있죠. 젊은 직원들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아요. 그걸 리더가 잘 파악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공감은 어려운 게 아니에요. 상대의 언어를 쓰려고 노력하는 게 공감이죠. 예를 들어 유튜브는 일상의 언어를 쓰잖아요.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채널이면 그들의 은어를 쓰고, B급 감성을 콘셉트로 하면 B급 언어를 써요. 이렇게 내가 만나는 사람의 언어를 쓰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가 아니라 ‘코로나를 계기로’라는 사고 방식이 필요한 때”(237쪽)라고 했어요. 

시대의 변화는 막을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인해 지구가 건강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어요. 물론 스마트팩토리, AI 등은 이전에도 미래의 추세였지만, 기업에서 훨씬 더 속도감 있게 준비하고 있죠. 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더불어 저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관점에서 ‘관계 다이어트’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며 신경 쓰고 살았어요. 이제 내 주변의 관계에 대해서도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제목은 『사장을 위한 언택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이지만, 사장이 아닌 누구나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언택트의 흐름은 모두에게 평등하니까요.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트렌드를 앞서 나가려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술을 담은 책이기 때문에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 나에게 필요한 내용, 궁금한 내용만 뽑아서 보셔도 충분히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에 앞장서서 소통하고, 언택트 시대의 관계 맺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썼으니 부담 갖지 말고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김은성

국내 1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 현 KBS 앵커 겸 아나운서.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서 기업의 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고 있다. 스피치, 프레젠테이션, 대화법, 조직 소통, 수사학, 눈치, 언택트 등 시대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최근 ‘언택트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6회분 강의는 역대급 조회수와 평점을 얻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임을 입증하는 SERI CEO에서도 11년 연속 베테랑 강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각계 CEO와 임원들의 일대일 코칭도 함께 진행한다. 기업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을 때 CEO의 메시지를 더 명확하고 매력적으로 전달하도록 돕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특히 최근 언택트 시대를 맞아, 한 편의 공연과도 같은 테드(TED)형 스피치를 기획하고 연출하고 있으며, 실시간 영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노하우도 전하고 있다. 




사장을 위한 언택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사장을 위한 언택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김은성 저
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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