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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우 “베스트셀러 대신 ‘북텐더’가 있는 서점”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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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제가 “익명의 독서 중독자에게 마스터 북텐더가 보내는 편지”였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책을 전혀 안 읽던 분들에게도 뭔가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는 친근한 책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2020.10.08)




10년 이상 버텨서 ‘동네 서점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는 사회학자 노명우. 과연 그의 꿈은 이뤄질까? 2018년 4월, 페이스북에 ‘좋아요’ 수가 500개를 돌파하면 서점을 열겠다는 글을 포스팅하고, 738개의 ‘좋아요’를 받아 5개월 후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작은 골목에 ‘니은서점’을 차린 노명우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그는 2년 전 이 서점을 열며 “지속가능한 적자를 지향한다”고 말했고 현실이 됐다.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흑자’, 하지만 책이 단 한 권도 팔리지 않는 ‘빵권 데이’는 탄생했고 이제는 이 ‘빵권 데이’를 피하고자 손님이 없을 것 같은 날에는 직접 책을 사기도 한다.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은 노명우 교수가 캠퍼스를 벗어나 자영업의 세계로 뛰어든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망하지 않으려고 책 파는 기술을 연마하고, SNS를 하고, 유튜브까지 하게 됐지만 커피는 팔지 않는 ‘니은서점’. 하지만 손님들에게 책을 친근하게 소개하는 ‘북텐더(booktender)’, 마스터 북텐더의 솔직한 감상이 적힌 ‘공유서재’가 있다. 니은서점의 문 앞에는 ‘베스트셀러는 안 파는 책장’, ‘진지한 손님들의 만남의 장’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실제로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들은 판매하지 않는다.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분야의 책들을 신중하게 선별해 소개하는 ‘니은서점’은 어떻게 2년을 생존할 수 있었을까. 서점인 노명우를 니은서점에서 만났다.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책을 살 수 있는 정책

‘니은서점’을 연지 딱 2년 만에 나온 책입니다. 많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언제나 그렇지만 책을 쓰는 동안에는 즐겁지만 막상 책이 출간되면 불안감과 약간의 우울감을 느끼곤 합니다. 책을 쓰는 동안엔 책에 대한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고 오로지 나와 원고 사이의 관계만 신경쓰면 되는데, 그 원고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오게 되면 원고가 글 쓴 사람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는 것이죠. 책이 나오면 책을 쓰는 동안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독자들의 반응을 걱정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전 책보다 못하다고 실망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앞서는 것이죠. 이런 생각이 시작되면 저도 모르게 마음 속에서 불안감이 싹터요. 그리고 우울한 감정도 생기는데요. 이 우울함은 불안감이 생기는 이유와는 조금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요? 

책을 쓰는 동안은 오로지 책의 출간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만 열심히 뛰었는데, 책이 출간되면 갑자기 뛰어가야 하는 목표점이 사라진 느낌이거든요. 갑자기 목표를 상실한 느낌 때문에 보통 저는 책이 나오고 나면 한동안은 살짝 우울합니다. 이 우울함에 대해서는 한 번도 털어놓은 적이 없었는데,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출간 이후엔 그 어떤 때보다 강한 우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책이 쓰인 배경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엔 제가 2년 동안 가장 몰입했던 서점을 만들고 가꾸어가는 과정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우울하네요. 

책이 ‘빵권 데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이 단 한 권도 안 팔리는 날을 지칭하는 이야기인데요. 요즘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빵권 데이’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다들 ‘빵권 데이’라는 표현을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1년 차엔 ‘빵권 데이’가 정말 많았습니다. 점차 ‘빵권 데이’는 줄어드는 추세였어요. ‘빵권 데이’가 줄어든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서점의 단골손님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빵권 데이’의 위험이 줄어든 것이고요, 두 번째는 ’빵권 데이’를 적지 않게 겪고 난 후에 아주 자연스럽게 ‘빵권 데이’에 대한 이른바 ‘촉’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 비가 많이 오는 날, 혹은 날씨가 너무 좋은 날. ’빵권 데이’에 대한 ‘촉’이 발동하죠. 그러면 제가 책을 사버립니다. ‘빵권 데이’에 대한 두려움을 제가 책을 사는 것으로 막는 거죠.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의 목표 판매 부수가 1만 권이라고 책이 밝히셨어요. 그래도 스테디셀러를 집필한 저자로서, 조금 약한 기대 아닐까요? 

서점을 하기 전까지는 책을 판매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서점을 하면서부터 책 판매에 대한 목표가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쪼그라들었어요. “1만 권이 팔리면 좋겠지만 그건 언감생심”이라고 썼던 건 저의 겸손함이 아니라 솔직한 심정을 고백한 거예요. 물론 1만 권 팔아서 인세 1,500만 원이 생기면 서점 2년치 월세를 충당할 수 있으니 정말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은 있죠. 그렇지만 간절함과 실제 달성 가능한 목표 사이에는 늘 차이가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1만 권이 팔리면 좋겠지만 그건 언감생심”이라고 털어놓았던 것입니다. 책 팔아서 월세에 보탬이 되고 싶기에 책 판매에 대한 절실함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지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자신감은 줄었어요. 

2년 동안 서점 주변의 핫도그 가게, 반찬 가게, 통닭집이 차례로 없어졌는데 ‘니은서점’만 살아남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월세가 안 올라서 일까요? 애초에 큰 매출 기대는 없어서일까요? 

저의 다른 수입으로 서점의 적자를 메꾸는 방식으로 운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서점 주변 골목에서 2년 사이에 거의 모든 가게가 바뀌었어요. 책으로만 알았던 위기의 영세 자영업의 생생한 현장을 목격한 셈이죠. 저는 그래도 월급, 인세, 강연 수입 등을 서점 적자를 메꾸는 데 사용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점 적자를 메꾸는데 가장 기여를 많이 한 제 수입이 강연 수입인데요.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모든 강연이 취소되면서 2020년 봄 이후로는 강연 수입으로 서점의 적자를 메꾸는 방식도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죠. 

서점에는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출근하나요? 

특별한 외부 일정이 없으면 서점으로 갑니다. 일요일엔 거의 항상 있는 편이죠. 주중은 제 일정에 따라 다릅니다. 코로나 이전엔 외부 강연 수입으로 서점 적자를 메꾸는 방법으로 유지해왔기에 외부 강연 요청이 있는 날은 제가 서점에 있지 못하고 서점 월세를 벌러 외부로 가기 때문이에요. 외부 강연이 있는 날, 그날의 당번인 북텐더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지요. “서점 월세 벌러 000에 갔다 올게요”라고요. 

니은서점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모두 10% 할인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이 정책은 계속 유지할 생각이신가요? 책을 할인 판매하는 동네서점은 많지 않은데, 다른 서점들로부터 질타 어린 시선을 받아본 적은 없나요?

질타보다는 걱정 어린 시선을 많이 받았습니다. 책 한권을 판매해서 실현할 수 있는 이윤의 폭이 얼마나 작은지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그 어느 분들보다 더 잘 알고 계시니까요. 그래서 독립서점, 작은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간절한 소원이 완전도서정가제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할인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행 도서정가제 범위 내에서 가능한 10%의 할인 정책을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주민들 때문입니다. 책을 많이 사시는 분들에게 10% 할인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기에 지역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책을 구매하실 수 있도록 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필수적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물론 할인 정책을 도입하는 서점도 있고 아닌 서점도 있기 때문에 외부의 시선에서 보면 뭔가 갈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갈등보다 오히려 완전 도서정가제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더 크다고 생각해요.  




세대 간 경험의 차이가 있는 서점

90년대생 북텐더들이 있습니다. 니은서점의 큰 장점인데요. 자랑을 해주신다면? 

90년대생 북텐더들은 제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알아채는 감각이 있어요. 저는 60년대생이고 나이 들어 가고 있습니다. 제가 세상을 관찰할 때 제 눈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제가 자연인으로써 갖고 있는 관심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제 눈에 유독 잘 포착되는 것이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제가 놓치고 있는 무엇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되는데요, 그걸 니은서점의 90년대생 북텐더들이 제어해주고 있습니다. 

니은서점의 90년대생 북텐더들은 60년대생인 제가 생물학적인 연령 탓으로 둔감해졌거나 알아채지 못하는 이슈와 변화를 그들만의 감각으로 포착해내는 ‘감각’이 뛰어납니다. 30여 년의 세월 차이가 니은서점의 북텐더에 스며들어 있는 것인데요. 저는 이 점이 니은서점의 가장 큰 장점이나 특이점이 아닐까 싶어요. 세대 간 경험의 차이, 관점의 차이, 감각의 차이가 교차하는 공간, 세대 간 교차를 통해 만들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니은서점이 정말 내세울 수 있는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그건 제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90년대생 북텐더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90년대생 북텐더가 없었다면 니은서점 고유의 분위기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책 입고는 북텐더들과 함께 결정하나요?

각 북텐더는 입고할 책을 선정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니은서점만의 고유한 정체성 유지를 위해서 입고할 책을 추천할 자격은 모든 북텐더에게 있지만 최종적인 선택은 합의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각 북텐더가 입고할 책을 추천할 때 지켜지기를 기대하는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소문이나 외부의 평이 아니라 북텐더가 직접 읽고 추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추천하자는 원칙입니다. 

제가 알고 있지 못했고 읽지 않았기에 입고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도 당연히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입고를 추천하는 북텐더가 소문이 아니라 자신의 독서를 통해 판단한 경우라면 북텐더를 신뢰하고 입고를 결정합니다. 물론 북텐더가 입고를 희망하는데 제가 읽었고 니은서점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린 경우라면 저는 분명히 반대의사를 밝힙니다. 

‘하이엔드 북토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대하는 저자를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선별’이라기보다 상호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제가 책을 읽고 난 후에 “아 이 분은 모셔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는 느낌이 들면 북토크를 타진합니다. 그런데, 니은서점은 북토크를 별도의 참가비를 받지 않고 진행하기 때문에 작가님에게 별도의 수고료를 드리지 못해요. 그리고 니은서점에서 북토크를 했다고 해서 그 책이 수백 권, 수천 권 팔릴 수 있는 나비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는 편이에요. 제가 모시고 싶은 작가님에게 이런 사정을 말씀 드립니다. 처음엔 니은서점이 선택했지만 그 다음엔 작가님이 니은서점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해주셔야 북토크가 성사됩니다. 


(왼쪽부터) 노명우 마스터 북텐더와 이동근 북텐터


북토크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들었습니다.

니은서점의 북토크의 장점은 작은 서점 공간이라는 공간적 제약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역설입니다. 굉장한 몰입감이 생깁니다. 작가도 그렇고 독자도 그렇지요. 저도 책을 출간하고 대형 행사를 하면 집에 돌아갈 때 약간 쓸쓸하기도 해요. 독자를 만났다는 느낌보다 쇼를 하고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서예요. 독자를 만났다기보다 독자에게 나를 보여줬다는 느낌, 역으로 독자는 작가를 만났다는 느낌보다 구경했다는 느낌을 주니까요. 그런데 니은서점의 북토크는 공간이 작기에 몰입감을 주고 그 몰입감은 독자는 작가를 구경한게 아니라 만났다는 느낌, 작가 역시 독자 앞에서 쇼를 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독자를 실제로 만났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생기는 만족감 그건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황홀함인데요, 니은서점의 북토크를 선택해주셨던 작가님들은 대부분 북토크가 끝나고 나면 그 어떤 북토크보다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말씀해주시고 다음에 책이 또 나오면 니은서점에 기꺼이 와주시겠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서점을 열기까지 제자들의 도움도 많았습니다. 항상 책에서 제자들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던 걸로기억하는데요. 제자와 가깝게 지내는 교수들이 흔치 않은데, 비결이 있나요?

글쎄요. 비결이라기보다 천성인 것 같습니다. 권위를 부리는 사람 즐기는 사람을 제가 아주 싫어하고, 싫어하다보니 저도 그런 사람이 절대 되지 않으려고 하지요. 권위를 억지로 지키려고 하거나 고집하지 않는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지위 차이, 나이 차이는 참고 자료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니은서점을 10년 이상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어요. 2021년 월 순수익 목표는 얼마인가요? 또는 매출 목표가 있다면요? 

현재의 상황에서는 2021년 목표를 설정할 수가 없습니다. 목표 설정을 무의미하게 하는 두 가지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첫 번째 불확실성은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불확실성은 도서정가제의 향방입니다. 도서정가제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21년 목표를 설정한다는 게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니은서점 운영 2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는 무엇인가요? 

몇 권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니은서점을 낳은 책 『인생극장』입니다. 니은서점을 만든 자금은 『인생극장』의 인세, 그리고 강연 수입 또한 『인생극장』으로 받은 전숙희 문학상의 상금 2천만 원이었거든요. 『김지은입니다』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니은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의 하나입니다. 북텐더 추천세트로 추천했던 『민주주의는 없다』 역시 북텐더들도 매우 놀라는 판매 반응이 있었던 책입니다. 

서점에 오는 사람들이 꼭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서점은 상점입니다. 서점은 도서관이 아니지요. 서점에 전시된 책은 판매용입니다. 책을 함부로 보시면 판매할 수 없게 되요. 책을 조심스럽게 다뤄주세요. 서점에 오시는 분은 고요함을 좋아하십니다. 너무 큰 소리로 나누는 대화는 다른 분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지식은 나누어야 가치가 생긴다

사회학자로서 니은서점을 운영해서 얻는 이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사회학자를 물고기에 비유하면 사회는 사회학자가 떠날 수 없는 물과 같은 것입니다. 실제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서점 앞을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 서점 앞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 “싱싱한 생선이 왔어요”를 외치는 트럭 생선장사의 목소리, 싸우는 소리, 술에 취해 세상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 제가 서점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이 생생한 현장을 보고 느낄 수 있었겠어요.

누군가 니은서점에 지속적인 투자금을 댄다면,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특정 책이 지지하는 삶의 가치는 그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질 때 힘을 얻을 수 있고 비로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책에서 남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을 발견했을 때 그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합니다. 물론 선물하는 대상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에 국한됩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그 책을 선물하고, 책 선물을 통해 내가 지지하는 가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으니까요. 

<경향신문>에 이태리의 나폴리 카페에서 시작된 소스페소라는 제도를 칼럼에 쓴 적이 있습니다.이 방식을 책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소스페소란 카페에 온 손님이 누군지 모르는 다음 사람을 위해 미리 커피 값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영수증을 카페에 남겨두고 갑니다. 후에 그 카페에 들린 사람은 만약 돈이 부족하다면 자신이 커피값을 지불하는 대신 어떤 사람이 먼저 지불하고 남겨둔 커피 영수증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제도입니다. 

멋진 제도군요. 

아주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투자금보다는 오히려 이 프로젝트는 책을 통한 가치의 확산이 필요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프로젝트라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몇 사람이 모이면 투자금이 없어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희망사항이 있다면요?

지속적인 투자금이 만약 생긴다면 니은서점의 공유서재를 공간적으로 실현하고 싶습니다. 지식은 나누어야 가치가 생긴다는 니은서점의 모토입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제가 갖고 있는 책은 1만권은 넘는 것 같은데 그 책은 학교, 집 그리고 니은서점에 공유서재로 분산되어 있습니다. 그 책을 모두 한 곳에 모으면 꽤나 괜찮은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문 서재가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지속적인 투자금이 생긴다면 창작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문 서가가 있는 서재를 만들고 싶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서재를 갖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죠. 그렇다 보니 카페를 떠도는 카공족이 이 도시 곳곳에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요, 니은서점과 나란히 니은서재를 만들어서 니은서재가 자신만의 서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농담처럼 책에 로또가 당첨되는 백일몽을 꾼다고 썼는데, 지속적인 투자금이 생긴다면 로또 당첨이 안되어도 백일몽이 실현될 수 있겠지요.  

의외의 독자에게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추천한다면, 어떤 독자가 꼭 읽으면 좋을까요?

물론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분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혼자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제가 “익명의 독서 중독자에게 마스터 북텐더가 보내는 편지”였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책을 전혀 안 읽던 분들에게도 뭔가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는 친근한 책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서술체가 아니라 이야기체로 책을 쓴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어떤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책 따위는 읽지 않아?!”라고 강력한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과 제가 마주한 상황, 그 분에게 제가 자랐고 거주하고 있는 독서의 세계를 소개한다는 상상을 하면서 이 책을 썼어요. 그 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의외의 독자, 바로 그런 분입니다. 책을 싫어하는 분이요. 

사회학자로서 요즘 대한민국의 많은 현상 중에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회학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부족주의’ 현상에 관심이 있습니다. 특정 집단 내에서만 수용되고 유통되는 진리, 진리가 보편성을 상실하고 부족 간 옳고 그름을 판단으로 사용되는 현상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너무 뼈아픈 현실이고 코로나19로 인해 더 가속화되고 있는 사회 불평등 현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불평등에 관해서는 책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후속작도 궁금합니다.

올해 안에 마틴 제이의 『계몽의 변증법』 번역판이 나올 예정입니다. 번역 이외에 11월에 또 다른 단독 저서가 출간될 예정인데요, 예술-인간의 도시 여행이 주제입니다. 준비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들어갔고 쓰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 무엇보다도 블록 버스터급 제작비(여행 경비)가 들어간 책입니다. 20대 후반에 처음 유럽 여행을 했고, 젊은 시절을 독일 유학으로 세월을 보냈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 다시 젊은 시절 여행했던 유럽의 도시를 ‘예술-인간’이라는 코스모폴리탄의 관점에서 돌아본 여행기이자 예술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이자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예술사적인 시각에서 조망한 사회학 저서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그 다음 작업을 시작하게 될 텐데요. 『한 줄 사회학』이라는 사회학 입문 책,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 어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전 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 두 작업 모두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라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됩니다. 새로운 길을 걸을 때마다 전율을 느낍니다. 




*노명우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론이 이론을 낳고 이론에 대한 해석에 또 다른 해석이 덧칠되면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가는 폐쇄적인 학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연구 동기를 찾는 사회학을 지향한다.

대학교수보다는 사회학자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캠퍼스에 갇혀 있는 교수보다는 평범한 삶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대리하는 헤르메스이고 싶기 때문이다. 평범한 골목길에 작은 서점을 차렸고 책상도 옮겼다. 서점 안에서 저는 사회학자인 동시에 책을 매개로 세상 사람과 만나고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북텐더이다.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노명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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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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