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2019년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를 출간하며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크게 주목받았던 작가 송지현의 첫 번째 에세이집 『동해 생활』이 출간됐다. 지난해 ‘민음사 블로그’를 통해 격주로 열 차례 연재되며,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던 화제의 에세이 「송지현의 동해 생활」이 전면적 개고와 새로 쓴 원고, 마흔여 장의 사진을 더하여, 마침내 한 권으로 엮였다.
첫 번째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에서 비참한 현실에도 어쩐지 웃음이 나던 행복한 시절의 끝과 달콤 쌉싸래한 젊음의 여운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로 다정하고 바삭하게 그려 냈던 송지현 작가는, 이번 첫 에세이집 『동해 생활』에서도 작가 자신의 체험, 그리고 가족과 친구, 모든 소중한 인연 사이를 가로지르는 섬세한 기분과 감정을 바탕으로 기나긴 성장통의 아픔과 찬란한 청춘이 끝나 가는 과정을 담담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제 『동해 생활』에서 못다 한 이야기와 그사이 작가에게 일어난 담담한 변화들을 함께 들어 보도록 하자.
『동해 생활』은 지난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에 이어서 두 번째로 펴낸 책이자, 작가 자신에게는 첫 번째 에세이집인데요. 다소 진부한 질문일 수 있지만, 에세이를 쓸 때 아무래도 소설을 집필할 때보다 작가로서 혹은 한 개인으로서 한층 직접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텐데요, 특별한 재미나 어려움이 있었나요?
평소 친구들에게 ‘웃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망이 좀 있는데, 에세이를 쓰면서 그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딴에는 온 개그력(?)을 다 짜내어 썼는데, (놀랍게도!) 지인들로부터 책 내용이 우울하다는 반응을 들어서 조금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동해 생활』은 책으로 나오기에 앞서 ‘민음사 블로그’에 연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책 첫 부분에, “연재를 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혹시 ‘책을 펴낸 뒤 변한 것’이 있는지요?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가 출간되었을 때는 부모님을 비롯해 일가친척이 제가 저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굉장히 흥분하셨어요. 저 대신 매일 판매량을 체크해 주셨다니까요. 이번에는 그런 부담감을 느끼기 싫어서 부모님께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출간했어요. 그래선지 딱히 변했다고 느낀 점은 없는 것 같아요, 라고 적으면서 방금 ‘예스24 판매 지수’를 확인했습니다.
지난 소설집부터 『동해 생활』, 그리고 최근 여러 지면에 발표한 소설 작품에 이르기까지 젊음의 통과의례, 긴긴 성장통의 아픔을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해 주시고 계신데요. 아무래도 글을 쓰고, 책을 발표하는 동안 삼십 대에 접어들면서, 예전 이십 대 시절과는 다른 특별한 감각, 세계관의 변화 같은 것을 느끼고 계신지요.
이십 대 때는 굉장히 먼 곳을 바라보며 산 것 같아요. 십 년 뒤에 내가 뭘 하고 있을지, 이십 년 뒤의 나는 어떤 곳에서 살고 있을지, 그런 거요. 혹은 바꿀 수 없는 과거를 생각하는 것에도 시간을 많이 썼죠. 그래선지 미리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일이 많았어요. 딱 삼십 대가 되면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요즘은 정말 가까운 곳을 바라보면서 살아갑니다. 오늘 뭐할지, 뭘 먹을지, 몇 시에 잠들지, 그런 것들을 주로 생각해요.
『동해 생활』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 에피소드만큼은 꼭 하고 싶었는데, 좀 아쉽게 느껴지는 사건은 없으신지요?
아쉬운 사건이 정말 많습니다. 동생이랑 술 마실 때마다 “아, 그 얘기 안 썼네!” 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그거 안 썼네!” 했던 것 외에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동해 생활』이 기억력 나쁜 저에게 참 소중한 작품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네요.
최근 코로나 시대이긴 하지만, 『동해 생활』 이후에 새로이 계획하시거나 꿈꾸고 계신 ‘생활’이 있는지요. 동해를 ‘대여’하는 시간이 끝나긴 했지만, 살아 있는 한 생활은 계속되니까요. 자신을 보듬고, 회복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생활’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동해 생활이 끝나면 외국에서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것 같아서 일단 경기도에 자취방을 구해 살고 있습니다. 동해가 치유와 재활의 공간이었다면, 이곳은 말 그대로 생활의 공간이랄까요. 이곳에서 다시 글도 쓰고, 제가 저를 먹이면서 살고 있는 중인데, 사실 월세 내는 날마다 너무 무서워요. 이런 생활이라도 잘 꾸려 나가는 게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동해 생활』의 진주인공은 송지현 작가가 아니라, 작가님의 동생 송주현 님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에세이 속 여러 에피소드에서 결정적으로 활약하시고, 책 속의 사진들도 도맡아 촬영해 주신 동생님은 요즘 잘 지내고 계신지요? 『동해 생활』 책을 읽은 반응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편집자분도 『동해 생활』을 편집하시며 동생이 진짜 주인공이라면서, “동해 생활 줄이면 동생!”이라는 농담을 하셨어요. 동생 친구는 동생에게 “넌 나중에 자서전 안 써도 되겠다.”라는 얘기까지……. 여하튼 동생에게 이 질문을 보내 주니, “글은 별 감흥이 없었고, 내 사진이 책에 실리다니! 라는 마음이 컸다!”라는 답을 주었습니다.
『동해 생활』에는 많은 친구들, 지인들, 가족들이 등장하는데요, 혹시 이 모든 분들께 미처 전하지 못했던, 그래서 한번은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고마우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살려고 했는데 아직도 그게 참 어렵네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친구들아, 열 권씩 사서 주변에 돌리도록 해. 너희가 등장한 책이라고 말하면서!(웃음)
* 송지현(소설가)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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