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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흉터에 대한 고민의 답을 담았어요”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황지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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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지 마시고 자신을 힘껏 아껴 주셨으면 좋겠어요. (2020.09.11)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어린이 창작 동화 시리즈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의 첫 번째 작품,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가 출간되었다.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생긴 커다란 흉터와 피하고 싶은 진실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세 아이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힘과 위로를 전한다. 서로 단짝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은근한 경쟁, 친구를 향한 부러움과 질투,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열망 등 관계 속에서 겪는 고민과 갈등을 작품 속에 생생하게 담아낸 황지영 작가에게 작품과 작가 개인의 내면에 관한 질문들을 건넸다.



SNS 익명 계정 ‘햇빛초 대숲’을 둘러싼 아이들의 진실과 혼란스러운 감정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흥미롭고 인상 깊었습니다. ‘난타’와 ‘SNS 익명 계정’을 소재로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초등학교 때 사물놀이를 했었어요. 북을 맡았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책 속 유나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흥에 취해서 북을 쳤답니다. 그런데 저도 사물놀이를 하다가 유나와 비슷한 사고를 당했어요. 저에게도 유나와 똑같은 흉터가 있답니다. 그 흉터를 소재로 동화를 써 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던 중에, 요즘 학교 방과 후 수업에 난타반이 많은 것 같아서 사물놀이를 난타로 바꿔 보았어요.

SNS 익명 계정은 이야기의 화자뿐만 아니라 주변 아이들의 속마음을 보여 주기에도 좋고, 누가 쓴 글일까 하는 호기심을 줄 수도 있어서 글의 소재로 사용했어요. 온라인 공간에 익명 게시판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대나무 숲’은 말의 이미지가 좋아서 끌렸어요. 빽빽하고 은밀하면서 신비롭기도 하고요. 쏴아아, 바람에 대나무 흔들리는 소리도 떠오르고요. 그런 대나무 숲에 몸을 숨기고 비밀을 털어놓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 글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활용해 봤어요.

작품을 이끌고 나가는 유나와 건희, 민설이 가운데 작가님께서는 누구와 가장 비슷한 성향이신가요? 세 아이의 어떤 점에 가장 공감이 가고, 어떤 점이 고민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세 명 중 한 명을 꼭 고른다면 민설이입니다. 조용하고, 문제를 피하려고 하고, 꾹 참고. 이런 면이 저와 비슷해요. 하지만 민설이뿐만 아니라 세 명 모두에게서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제가 가진 성격들을 세 아이에게 나눠 주었거든요. 

세 아이를 그리면서 공감했던 부분은, 유나처럼 밝고 단단한 아이도 편견 어린 시선에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 건희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어 하는 것, 민설이가 잘못을 털어놓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것, 이런 면들에 공감을 느끼며 썼습니다.

고민되었던 부분은 결말에 대한 것이었어요. 유나가 친구들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용서해 줘야 할까, 건희는 자기 잘못을 얼마만큼 깨닫고 반성할까, 민설이는 진정한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고민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결말이 아이들이 선택한 것이 맞는지, 혹여 작가인 제가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강요한 것은 아닌지 계속 고민을 하며 썼습니다. 독자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유나와 건희, 민설이 말고도 규리와 문수 등 여러 아이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데요, 그 가운데 실제 인물로부터 영감을 받은 아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가 가장 마음에 남으셨나요?

유나와 민설이라는 인물은 어떤 분의 자녀 이야기를 듣다가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들기 시작했어요. 새 학년이 되었는데 다른 반이 된 작년 친구가 너무 자주 놀러 와서 곤란해했다는 이야기였어요. 듣자마자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가장 마음에 남는 아이는 아무래도 민설이인 것 같아요. 혼자 조용히 아픈 아이들이 글을 다 쓰고 나서도 마음에 남아요.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독자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은 문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흉터는 상처가 아문 자리잖아. 내 몸이 최선을 다해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나는 뭘 했나 싶었어. 나는 자책만 했더라. 그날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엄마 말대로 집에서 공부나 할걸, 왜 그때 깜깜해지도록 돌아다녔을까, 집요하게 내 잘못만 찾으면서 날 괴롭혔지. 그동안 내 몸은 열심히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 뒤로 내 잘못을 그만 찾기로 했어. 나도 나를 잘 돌봐 줘야겠다고 결심했지. 그러니까 흉터도 덜 미워 보이더라고.”

이번 글을 쓰면서 흉터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제 흉터도 자주 들여다보면서요. 저 문장은 흉터에 대한 제 고민의 답이 담긴 문장이에요. 그래서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독자들에게 ‘무조건 읽고 보는 작가’로 불리는 작가님께서는 아이들의 심리와 미묘한 관계들을 날카롭고도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시지요. 어릴 때부터 사람의 심리나 관계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무조건 읽고 보는 작가라는 말씀은 정말 과찬이십니다. 앞으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성격이 조용한 편이었어요. 동화 관련한 모임이 아니면 말도 별로 없고, 조용히 듣고만 있는 쪽이에요. 구석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저 사람의 진짜 속마음은 뭘까 궁금해하면서요. 

그리고 저는 미묘하게 불편한 상황이나 관계에 많이 끌려요. 두고두고 생각이 나고요, 그런 장면을 글로 쓸 때 재미있기도 해요. 아무래도 제 마음이 약간 꼬여 있어서 이런 것에 끌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의 작품 활동도 기대가 되는데요, 요즘 관심이 가는 것들이나 작품을 통해 다루어 보고 싶은 주제와 소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초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어린이가 어떤 일들을 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요. 히어로 영화들을 보고 나서 영향을 받은 듯해요. 이 소재로 몇 년째 썼다가 버리고 다시 쓰고 하는 중이에요. 출판까지 이어지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제 역량 부족인 것 같은데 손에서 놓기에는 또 아깝고요. 잘 마무리해 보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 짙게 남은 몸과 마음의 상처 때문에 아파하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지금 아프고 힘드시더라도 스스로를 아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지 마시고 자신을 힘껏 아껴 주셨으면 좋겠어요.


* 황지영

제8회 웅진주니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제14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2013년 월간 <어린이와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지은 책으로 『리얼 마래』 『친구 계산기』(공저) 『우리 집에 왜 왔니?』 『도개울이 어때서!』 『짝짝이 양말』 『할머니 가출 작전』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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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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