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인사이트』는 국내 1세대 AI 전문가이자 IBM,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기술을 통한 비즈니스의 혁신을 추구해온 저자가 설립 20년 만에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을 거침없이 집어삼키고 있는 넷플릭스의 성공을 기술과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으로 DVD 비디오를 대여하는 기업으로 출범한 넷플릭스는 현대 전 세계 190개국에 전 세계에 1억 8,3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강자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넷플릭스 성공의 비밀을 정교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의 토대 위에 기술에 대한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선견력을 발판으로 과감하고 끈질기게 혁신을 추진한 결과라고 말한다.
저자 이호수는 IBM,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에서 기술과 비즈니스의 시너지를 통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다. 특히 인공지능을 포함한 새로운 ICT 기술과 파괴적 혁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협력적으로 이루어내는 가치 창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울 공대와 KAIST에서 전자공학을, 그리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인공지능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떻게 넷플릭스에 관심을 가지고 책까지 쓰시게 되셨나요?
2008년 삼성전자의 스마트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컨텐츠와 서비스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솔루션 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해 나가면서 콘텐츠와 비디오 플랫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해서 자연히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와 다양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넷플릭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를 보니 여러 면에서 예사롭지 않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넷플릭스를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연구의 대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성장과 기술에 대한 자료를 엄청 찾아보게 되었죠. 이런 과정을 통해 비즈니스와 기술 측면에서 넷플릭스가 다른 OTT 서비스에 비해 차별화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렇게 얻은 정보를 저만 알고 있기보다 책으로 만들어 여러분과 공유하면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넷플릭스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성공 스토리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저자님이 생각하시는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요?
넷플릭스가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성공하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소비자의 목소리와 니즈를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 중심 경영 방침과 철저한 데이터 기반한 의사결정의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넷플릭스는 이러한 원칙을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위해 인공지능, ICT 기술과 몇 차례의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였습니다. 넷플릭스는 파도처럼 밀려드는 경쟁자들의 거친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 업계의 상상을 뛰어넘는 변화와 혁신을 선제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오늘날 넷플릭스가 글로벌 거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죠.
넷플릭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수차례의 파괴적 혁신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넷플릭스의 파괴적 혁신은 어떤 것인가요?
‘파괴적 혁신’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로, 틈새 시장에서 성장하고, 주력 시장을 잠식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과정입니다. 넷플릭스는 대체로 네 번의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환경은 혁신을 추진할 만한 여건은 아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사활을 걸고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모드로 임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일 인상적인 것은 네 번째 파괴적 혁신이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 제작입니다. 처음으로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하우스 오브 카드(2013)> 시리즈였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는 콘텐츠 소유자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야 하는데 새로운 콘텐츠의 라이선스를 받는 것도 어렵지만 기존 라이센스는 기간 만료 후 재협상을 하여 연장해야만 합니다. 거기다 콘텐츠 를 보유한 회사들은 넷플릭스 매출이 늘어나자 라이센스 비용도 덩달아 계속 인상했죠. 심지어 디즈니, 워너미디어 등은 자체 콘텐츠로 직접 OTT 스트리밍 사업을 출범하면서 넷플릭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콘텐츠 라이센스 확보의 불확실성 때문에 신속한 글로벌 확장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넷플릭스는 생존을 위해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사실 라이선스 비용보다 콘텐츠 제작비가 더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큰 건 분명하죠. 그런데 넷플릭스는 콘텐츠 자체 제작이라는 파괴적인 혁신을 단행하였고 이제는 콘텐츠 유통 뿐 아니라 제작사로서의 입지도 단단히 굳히게 됩니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요. 이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국내 기업에 조언을 해주세요.
우리가 안고 있는 상당수의 기술적인 문제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일부는 AI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공적인 AI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참여자 모두 AI의 실체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AI가 잘 하는 분야와 취약한 분야를 파악하고 취약한 곳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메타데이터 생성에 AI 기계학습을 활용하지만, 감성, 심미성, 사회적 내용이 내포된 콘텐츠 태깅 작업은 AI에게 맡기지 않고 노동집약적 형태로 직접 수행하도록 합니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와 목표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문제와 목표가 잘 정의되었다면 회사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알고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기존 시스템에 잘 접목시킬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제된 고품질의 데이터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우수한 AI 시스템도 공급 데이터의 질이 나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넷플릭스의 혁신 과정에서 배웠으면 하는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난 20년의 넷플릭스 성장을 보면 시대를 앞서가는 대담한 혁신에 기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1997년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의 DVD 대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으로 VHS 테이프가 DVD로 바뀌고 매장 대여를 우편 대여로 바꾸는 시스템의 혁신을 이뤄냈죠. 그런데 이 사업에는 두 가지 큰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인터넷 사용 가구는 18%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네트워크 품질이 낮아서 인터넷 온라인 사업을 하기에는 부족했다는 점과 부족한 영화 DVD생산량과 DVD 플레이어의 낮은 보급율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열악한 여건에도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 DVD 대여 사업을 출범했죠. 넷플릭스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통찰력, 미래를 볼 수 있는 선견력은 국내 기업들도 꼭 배웠으면 하는 점입니다.
넷플릭스에 대항해 디즈니플러스나 애플TV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새로운 OTT 플랫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OTT 산업에 대한 전망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2020년 1분기 말 기준, 넷플릭스 전 세계 유료 가입자가 1억 8,300만 명에 달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더욱 많은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넷플릭스 등에 가입했기 때문인데 다양한 콘텐츠를 가입자의 안방과 스마트폰으로 바로 전달하는 OTT는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대표적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 넷플릭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쟁자들이 속속 OTT 서비스를 출범하고 있지만 당분간 넷플릭스가 선두를 달릴 것으로 봅니다. 동시에 생존을 위하여 신규 사업체를 비롯해OTT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도 이어지겠죠. 사실 OTT 업체 간의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생각됩니다. 이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쟁업체를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테니까요.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넷플릭스 콘텐츠 Best 3를 말씀해주세요.
<종이의집>과 <더 크라운>, 그리고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을 추천합니다. <종이의 집>은 한 천재가 범죄자 여러 명을 모아 조폐국과 은행 금고를 터는 스페인 범죄 스릴러 드라마인데요. 원래는 별 인기를 끌지 못한 드라마인데 넷플릭스가 이 드라마의 글로벌 방영권을 구입하여 외국어 자막과 더빙을 입혀 전 세계에 방영하자,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넷플릭스의 저력이 드러난 좋은 사례입니다. 드라마 <더 크라운>은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 특히 여왕의 재위 중 펼쳐진 인간적, 정치적 갈등과 로맨스, 그리고 20세기 후반 영국과 관련이 있는 세계적인 사건들을 엮어낸 드라마 시리즈입니다.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 켄 번즈가 베트남 전쟁을 상세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묘사한 10부작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은 24,000 장 이상의 자료 사진과 1,500 시간의 현장 및 방송 녹음과 동영상을 참고하여 10 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제작되었는데요. 본인이 감상한 다큐멘터리 중 최고 작품의 하나로 생각되며 시청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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