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챌린지를 유도하는 유행 전략과 차트까지 겨냥하는 팝의 작법, 게다가 한철 장사 대비하듯 곳곳에 투입된 듯한 여름철 콘셉트까지.
싱어와 래퍼 사이 절충안이 확실히 정립되어 있지 않아 과하게 억센 비트 혹은 심심한 발라드 작풍을 오가던 전작의 온도차가 현작에 이르러 안정된다. 프로듀서 팝 타임(POP TIME)과 작업한 수록곡은 청량감이라는 일관된 축 아래 필요한 변화만을 수행하는데, 이는 '아무노래'부터 점차 보이기 시작한 방향과 동일하다. 흥과 개성을 피력하기 위해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는 모습. 멜로디와 랩의 최대공약수가 갖춰지면 추가 없이 과감히 마무리 지음으로써 간결함을 유도한다.
선배 아티스트 비와 신예 비비(BIBI) 같이 넓은 범위의 피처링 진을 가지고도 트렌디한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 번. 타이트한 래핑이 삽입된 'No you can't'와 싱잉을 강조한 '만화영화 (Cartoon)', 'Roommate' 등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곡을 번갈아 배치함에도 개개의 정체성과 매력을 부담 없이 확보했다는 점에서 한 번 더 인정을 자아낸다. 여유로운 작법의 포장지를 뜯으면 나타나는 뚜렷한 팝 사운드의 선물 상자다.
짙게 깔린 상업성이 꽤 합리적일 정도로 대중 친화적이고 감각적이다. 랜덤 박스라는 네이밍에 걸맞게 앨범은 그가 가진 넓은 스펙트럼을 골고루 암시할 뿐만 아니라, 귀에 들어오는 접점을 친절하게 꾸며 진입 장벽을 낮춘다.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예상하기 힘든 포맷과 트랙 간 이음새 또한 신선하고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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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