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시인은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첫 시집 『온』을 출간했고, 김준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2020년 두 번째 시집 『힌트 없음』을 출간한 그는 단단한 시어와 명징한 이미지를 통해, 일상과 관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펼쳐 보인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어릴 때는 책 읽기를 어려워했어요. 그러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책의 재미를 알게 되었어요. 수업이 끝나면 학교 도서관에 가서 이 책 저 책 들춰보기도 하고 졸기도 하면서 늦은 밤까지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세상에 이렇게 다양하고 흥미로운 것이 많다는 걸 처음 알게 된 사람처럼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책은 제가 고여 있지 않게 해줍니다. 오롯한 고요를 선물해줘서 충만해지거나, 몰랐던 것들을 알게 해서 충격을 주죠. 제 생각이나 마음 상태가 물렁해지고 좀 더 유연해져서 어디로든 뻗어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책 읽는 시간이 없었다면, 세상이 한결 더 지루하고 답답했을 것 같아요. 책은 단단하게 굳은 지루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줘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저는 요즘 사람의 성장에 관심이 많아요. 모든 사람에게 태어나고, 자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롭게 다가와요. 아기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도움이 필요해서 육아서적을 찾아 읽으려고 해요. 또, 그림책을 평소에도 좋아했는데, 『그 다음엔』, 『나는 자라요』, 『섬 위의 주먹』과 같은 좋은 책들을 더 많이 찾아 읽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최근작 『힌트 없음』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는 질문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어요. 그걸 믿어왔고요. 그러다 질문만으로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만으로도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의문은 내가 살고 있는 곳 혹은 나 자신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물음이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감각은 달라지고 싶다, 변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해지고요. 내가 겪는 일들, 보는 상황들, 사람들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것이 의문인데, 요즘은 그런 태도가 그게 시에 더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힌트 없음』엔 그런 생각 속에서 쓰여진 시들이 담겨 있어요. 시나 삶엔 힌트가 없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계속 의문을 가진다면요. 독자분들이 이 시집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삶의 의문을 만나게 되면 좋겠어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저/최성은 역
언제부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쉼보르스카를 떠올리곤 했다. 그의 시는 명징하고 깊어서 좋다. 그런 점을 닮고 싶어서 자주 읽곤 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담백한 문장으로도 읽는 사람을 뒤흔드는 힘을 지녔다. .
M.B. 고프스타인 글그림/이수지 역
어렴풋하고 맑은 그림과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들을 궁금해하는 문장들이 마음을 잔잔하게 만진다. 그러다 왜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는데, 그 페이지에서 한참 동안 책을 덮지 못했다.
메리 올리버 저/민승남 역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을 쓸 수 있을까, 하고 낙담하게 될 때 메리 올리버의 문장을 읽으면 힘이 생긴다. 때론 삶을 움켜잡고, 때론 놓아주는 그 놀라운 균형감! 메리 올리버의 다른 산문집도 좋지만, 이 책이 유독 좋은 것은 서문만 읽어도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김원영 저
인간의 존엄에 대해 놀랍도록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 작가는 잘못된 삶, 실격당한 삶이라 불리며 사회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에 대해 변론한다. 사회가, 법이, 개인이 그들을 어떻게 밀어내는지, 깊은 존중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헤르타 뮐러 저/박경희 역
수용소에 끌려간 열일곱 살 독일 소년의 비극과 고통이 이토록 처절하게, 이토록 시적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좋은 시를 쓰고 싶어질 때마다 이 소설을 자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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