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열병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국내 한 연구팀에서는 코로나19의 감염 양상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음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백신 개발과 치료 효과 입증을 위해 사용될 것이며,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을 극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로 죽어가는 인간을 살리기 위해 동물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할 ‘권한’은 누가 부여한 것인가요? 동물의 의사는 상관없이, 그래도 된다고 정한 이는 과연 누구인가요?
‘동물실험 반대’의 메시지를 던지는 청소년소설 『신 호모데우스전』 으로 독자들을 찾아온 이상권 작가는 ‘과연 우리 인간에게 동물의 생명을 이용할 권리가 있는가?’를 물으며 그간 우리가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을 신랄하게 꼬집는 동시에 인간 중심 사고가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인간을 위해 인간에 의해 스러져간 수많은 생명을 위로하는 이 책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이상권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등 자연과 동물, 그리고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오셨어요. 그 덕분에 ‘생태 작가’라고 불리시는데요. 자연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 1학년 때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때가 1980년대 초반이니까, 당시에는 환경문제 혹은 생태적인 문제는 아주 도외시되었지요. 근데 저는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고 살아온 사람이라 그런지 본능적으로 ‘아, 우리가 점점 자연 혹은 다른 동물들을 취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건 책을 보고 배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인간 위주의 삶이, 즉 다른 동물을 착취하면서 살아가는 삶이란 우리가 그토록 반대했던 노예제도니 여성차별이니 하는 것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것 역시 책을 보고 터득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신 호모데우스전』 에서도 자연과 동물 이야기를 풀어놓으셨어요.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동물실험’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인데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백신 개발과 안전성 입증을 위해 동물실험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신이 되고 싶은 인간’은 제가 십여 년 전부터 다루고자하는 소재입니다. 이 주제를 다룬 글은 앞으로도 계속 쓸 겁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은 잘못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모든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고,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아갈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런 삶은 끝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소득이 5만 불이 되어도 더 많은 소득을 갈망할 것이고, 생명이 2백 살이 된다 해도 더 오래 살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런 인간들의 욕망을 폭로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욕망으로 가는 길에는 너무도 많은 파괴가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랑 같이 살아가는 다른 종의 멸종,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생태계의 파괴가 뒤따르거든요.
코로나19 사태로 한순간 세상이 정지해버렸지만, 이런 사태는 사실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지요. 요즘 하늘은 온통 미세먼지로 덮여 있어요. 그것이 어떠한 재앙을 내릴지 우린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오로지 과학만 맹신하면서 살아가지요. 그러나 인간이 믿는 과학이 단 한 순간만 정체해버려도 인간은 절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믿는 신은 과학인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과학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과학은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숱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이제 겨울이 사라지고 있고, 머잖아 북극의 빙하들도 다 사라집니다. 그런 변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우린 아무도 모릅니다. 계절이 바뀌고, 한여름에도 눈보라가 몰아칠 수 있습니다. 그런 자연의 변화는 엄청난 생태계의 변화를 줄 것입니다. 생태계 맨 위에 있는 인간은 그런 변화가 가져오는 참담한 변화를 피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숱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믿는 과학의 진보에는 다른 종들의 희생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들이 쓰는 물건을 만들 때는 거의 대부분 동물실험을 거치려고 합니다. 그것이 자신들에게 해로운지 파악하기 위해서죠. 그렇게 하여 다른 동물들이 안전하면 인간도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백신 개발이 한창인데, 역시 세계 곳곳에서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도 동물실험에 성공한 백신이 인체실험에 성공한 경우는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백신을 개발하려면 당연히 동물실험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는 숱한 언론 기사들을 볼 때마다, 그들이 그런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동물실험은 그냥 실험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의 백신은 인간과 면역체계가 다른 종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동물실험에서 성공적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인간의 몸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반대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백신 개발을 하면서 동물실험이 꼭 필요하다면 최대한 절제해서 해야 하고, 그 결과 역시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특히 실험견으로 이용되던 강아지의 눈으로 직접 동물실험의 실태를 바라본다는 점이 강렬하게 다가오는데요. 이 책을 통해서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개는 독특한 생명체입니다.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인간을 거의 주인으로 모십니다. 그래서 인간은 개를 가장 좋아합니다. 실제로 다른 동물은 싫어해도 개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른 동물이 차별받고 온갖 착취를 당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그 대상이 개라면 심각하게 받아들이겠지요.
그런 개가 실험실에서 많이 죽어가는 동물 중 한 종입니다. 수백 년 전부터 인간을 대신하여 수많은 개들이 죽어갔습니다. 그런데도 개들은 묵묵히 인간을 따릅니다. 절대 반기를 들지 않습니다. 이런 불공평한 운명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인간의 어두운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동물실험에 대한 찬반 의견은 늘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우선 결핵, 홍역 등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들의 백신은 모두 동물실험을 거쳐 개발되었어요. 이러한 사례를 생각해 볼 때, 질병 치료나 안전성 입증 등을 위한 목적에서 동물실험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에도 일리가 있는데요.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몇몇 과학자들에 따르면(제 개인적으로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동물실험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을 합니다만, 실은 그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백 년간 이런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 심지어 다윈이 살았던 시대에도 동물실험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심했습니다. 서구 사회는 과학을 앞세워 거의 무자비하게 동물실험을 했거든요. 그것도 초기에는 마취제 하나 사용하지 않고요. 물론 그런 과정에서 과학적인 성과들도 있었겠지요. 허나 서로 종이 다르다 보니 한계가 많았던 것도 분명합니다.
우리는 무분별한 동물실험이 오히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옮기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왜 발생했는지 반드시 규명을 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발생했다는 사실입니다. 바이러스 연구실 같은 곳에서 실험을 하다가 발생했다는 설도 있고,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먹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도 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그 어떤 언론도 코로나를 악마로 규정할 뿐, 그 원인을 규명하려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은 오로지 과학만 믿고 그 악마를 물리쳐줄 백신이 개발되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는 한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는 계속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니까 필요하다면 어떤 절차나 검증을 통해 실험을 최소화해야 하고, 그 결과도 밝혀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에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런데 사실 아직 이렇다 할 대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실정인데요. 당장 이 현실을 바꾸는 것은 어렵더라도, 작은 것이라도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것들에 무엇이 있을까요?
첨단기술이 접목된 실험 방안들이 제법 마련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동물실험의 허구성이 이미 많이 밝혀져서 국가적으로 이를 금지하는 추세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동물실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것이 이미 거대한 산업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마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전쟁무기는 계속 첨단화되고 그 시장이 거대해지는 것이랑 비슷하답니다. 백신개발이다, 인체에 해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식으로 구실을 내세우거든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가령 화장품을 개발할 때 토끼 같은 동물이 실험용으로 쓰이는데, 그렇게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이 인간에게 백 퍼센트 안전하다는 식의 허구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외면해 온 ‘불편한 진실’은 단순히 실험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번식견, 식용동물 등 잔인한 방식으로 다루어지는 동물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더러 ‘반려동물과 그 밖의 동물들은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닭, 돼지, 오리……. 우리가 먹는 모든 동물의 삶, 그들이 동물답게 살 수 있는 권리. 피와 살이 되는 동물들, 그들의 삶은 정말 중요합니다. 반려동물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하지요. 우리 인간의 삶이 건강해지려면 그들이 건강해야 합니다. 근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소나 돼지는 거대한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산업 속에 묶인 ‘상품’이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거지요. 그러면서 반려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사실 동물을 식용하는 것은 문화적인 부분도 얽혀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런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진실이 은폐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겁니다. 소나 돼지의 지옥을 먹으며 살아가는 겁니다. 몸이 아플 때, “약 먹으면 되잖아? 의학이 다 알아서 할 거야.” 하는 것처럼, 동물실험도 그런 연장선상입니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낫잖아? 우리가 죽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인간들의 생각입니다.
반려동물은 마치 한 식구처럼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가 먹는 치킨, 삼겹살, 스테이크가 되는 동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결코 반려동물만을 챙기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생각입니다. 인간 외 동물들의 등급을 정하는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지구라는 별 전체가 난리입니다.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것보다, 어쩌면 지금의 사태에 이르게 된 우리 인간들의 이기적인 삶을 반성하고 재정립하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이번 사태를 예견했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다른 글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것은 필연적입니다. 오직 과학만을 믿고, 대자연을 노예처럼 착취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발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 되풀이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모습을 냉정하게 되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이상권
산과 들이 있는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냈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는 난독증과 불안 증세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거의 꼴찌였다. 『창작과 비평』에 소설 〈눈물 한번 씻고 세상을 보니〉를 발표하면서 작가가 됐고, 소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됐다. 지은 책으로 『난 멍 때릴 때가 가장 행복해』,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 『어떤 범생이가』,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서울 사는 외계인들』, 『대한 독립 만세』(공저), 『첫사랑 ing』, 『빡빡머리 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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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호모데우스전 이상권 저 | 특별한서재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매혹적인 이야기에 각기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켜 ‘동물실험’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또한 생생한 묘사와 탄탄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는 독자들을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인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