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온 EBS 연습생 ‘펭수’가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든 지 벌써 1년. 유튜브 구독 자는 현재 214만 명(2020년 4월 22일 기준), 이제 ‘펭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콘텐츠로 찾아갈까 고민하다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펭수’. 남극 ‘펭’ 씨에 ‘빼어날 수’를 쓰는 펭수의 연습생 데뷔 1주년을 맞아 소속사 EBS 가 『펭수, 디 오리지널』 을 출간했다. 유튜브 채널을 이끄는 이슬예나 책임PD와 염문경 작가를 만났다.
독보적인 존재감 ‘펭수’가 탄생하기까지
펭수를 꼭 만나고 싶었는데.
이슬예나 인터뷰 요청이 많지만 펭수의 본업인 출연에 충실하려다 보니 쉽지 않다.
지난해 말, 엄청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 에 이어 두 번째 책 『펭수, 디 오리지널』 이 나왔다. 이번에는 데뷔 1주년 기념 화보집이다. 촬영 현장 사진은 물론 펭클럽 백일장, 제작진 이야기도 실려 흥미롭다.
염문경 EBS에서 직접 기획한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제작진 의견이 많이 들어갔다. 펭수를 사랑하는 찐 팬들이 읽을 책이라 여러모로 공을 들였다.
EBS 의 역사를 빼곡히 담았다. 2019년 3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4월에 첫 번째 에피소드 ‘관종 펭귄, 초등학교 습격? 펭수, 학교 가다’가 공개됐다. 는 처음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슬예나 2018년 가을 유아ㆍ어린이TF팀에 발령이 났다. 레거시 미디어가 위기인 상황에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모바일 플랫폼 사용자가 점점 늘고 있는데, EBS는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방송사가 아니라서 의견이 분분했다. 아무리 기획안이 훌륭해도 결국 평가를 받는 건 아웃풋이니까, 좋은 제작진을 꾸리려고 노력했고 ‘펭수’를 만났다.
방송 초기에는 몇 명으로 시작했나?
염문경 PD 둘, 작가 둘 그리고 촬영감독님. 1회를 촬영할 때는 총 10명이 안 됐다. 첫 에피소드는 지금 봐도 재밌다. 열 살인 펭수가 초등 학교에서 데뷔를 한 셈이다.
이슬예나 아끼는 영상 중 하나다. 이때 아이디어 회의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 <자이언트 펭TV>는 즉흥성에서 많은 걸 얻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초등학생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전학생이라는 콘셉트로 일산초등학교를 갔는데, 뭔가 표정이 뚱한 친구가 한 명 있더라. 우리를 딱 쳐다보더니 신발주머니를 던지고.(웃음) 펭수의 첫 친구 ‘근원이’를 봤을 때 느낌이 딱 왔다. 촬영감독님한테 잘 잡아달라고 했다. 예사롭지 않은 친구들을 만나면 촉이 온다.
대본은 어떻게 쓰나? 펭수의 애드리브가 많은 것 같은데.
염문경 최대한 펭수가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제작진이 길잡이가 되어주되 펭수가 자기 언어로 소화할 수 있도록 옵션을 둔다.
펭수를 연습생으로 발탁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슬예나 우선 펭귄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족보행을 하는 동물이 많지 않으니까,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으면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어서 좋았다. 또한 ‘뽀로로’ 선배를 넘어서겠다는 패기!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나?(웃음)
방송 1달여 만에 구독자 1만 명을 돌파하고, EBS 초등 기본서 『만점왕』 표지 모델로 선정됐다. 이후 첫 팬 사인회를 개최했다. 사인회를 열기엔 좀 이른 시기 아니었나?
이슬예나 사실 웃기려고 했다. 팬 사인회를 열었는데 사람들이 거의 안 온 상황을 예상했는데, 300여 명이 펭수를 환대했다. 당시 제작진이 정말 놀랐다. 번호표 못 받아서 우는 아이들도 있었고 지방에서 하루 전날 올라 온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펭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어, 펭귄이 사인을 해?”라며 이상한 눈으로 보기도 했다.
EBS 사내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이슬예나 1, 2편의 평가가 나쁘지 않아서 회사에서 기대가 컸다. 선배들한테 전화가 많이 왔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부담감이 커졌다. 두 달밖에 안 됐는데, “왜 아직 구독자가 1만 명이냐?”는 이야기도 듣고.(웃음) “한 학기를 지켜봤는데 대박이 나긴 역시 힘든가?”라는 말도 들으면서 ‘우리가 타깃층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나’ 고민도 했지만 첫 사인회를 통해서 힘을 얻었다. 이미 코어 팬덤이 존재했기 때문에 무언가 하나만 터지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육대(EBS 아이돌 육상대회) 에피소드를 기획 한 건가?
이슬예나 그렇다. 일단 그림 자체가 너무 웃길 것 같았다. 2주 만에 급하게 EBS의 대표 캐릭터 번개맨, 뚝딱이, 방귀대장 뿡뿡이, 뽀로로 등을 섭외했다. 촬영하면서 이번 편은 반응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적중했다. ‘이육대’가 공개된 지 1주일 만에 구독자 5만 명을 돌파했고, 4일이 더 지나고 10만 구독자가 생겼다. 중요한 건 이육대 이후 검색어에 ‘펭수’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채널뿐 아니라 펭수에게도 관심이 생기면서 프로그램이 알려졌다.
펭수의 가장 큰 매력이 뭘까?
염문경 강할 땐 강하고 약할 때 약한 것. 펭수가 늘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 같지만 사실 잘 들여다보면 약자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겐 항상 조심스럽고 정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재미를 유발하는 데 급급해서 선을 넘고 막 나가는 크리에이터가 아닌 것이다. 균형을 잘 잡고 따뜻하다는 점, 바로 내가 보는 펭수의 장점이다.
이슬예나 펭수의 자유롭고 당당한 모습이 좋다. 펭수는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거나 세상을 구하거나 하는 대의가 아니라 인기 스타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 자기 표현에 대한 욕구를 가진 펭귄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을 생긴 그대로 사랑한다. 덩치가 굉장히 크고, 다른 펭귄들과는 좀 다르지만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이나 거리낌이 없다. 직설적이고 할 말 다 하는데,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평등한 시선으로 대하기 때문에 큰 사랑을 받는 것 같다.
팬들과 직접 소통할 때, 펭수의 찐 매력
퇴사자이자 전 매니저 ‘전원배’를 비롯해 박재영 PD 등 제작진이 많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의도한 콘셉트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이슬예나 펭수가 몸집이 크니까 혼자 움직이기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제작진이 매니저로 등장하게 됐는데, 특별한 케미가 보이더라. 제작진이 나오는 편을 좋아하는 팬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다르다.
현재 제작팀이 총 몇 팀인가?
염문경 4개 제작팀이 동시에 콘텐츠를 만든다. 1주일에 본편을 두 편 만드는 시스템이라 한 팀이 4주에 2편을 만든다. 이 외에도 모바일에만 올라가는 콘텐츠를 만드는 팀이 있다. 썸네일, 영상 제목은 어떻게 정하나? 이슬예나 각 제작팀에서 의논한다. PD, 편집감독, 작가들과 모두 상의한다. 각자 의견이 다르지만 전체적인 통일성을 고려한다. 썸네일에 ‘펭수’ 이름을 넣느냐 안 넣느냐도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다. 원칙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팀원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눈다.
유튜브 콘텐츠는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편집도 굉장히 중요하다.
염문경 편집감독님의 드립력이 굉장히 좋다. 음악 선정을 비롯해 자막 센스가 대단하다. 보통 1차본에서 넣고 싶은 자막을 힌트처럼 주시는데, 그걸 보고 작가와 PD들이 상의한 뒤 최종 영상을 만든다.
‘펭수’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 나는 에피소드를 추천한다면?
염문경 ‘고민상담소’ 편을 좋아한다. 피상적인 말밖에 해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펭수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받은 팬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자이언트 펭TV>가 EBS에서 만드는 콘텐츠인 만큼, 방향성에 관해 고민이 많았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팬들에게 직접적인 위로를 해준 것 같아 제작진으로서 뿌듯했다.
이슬예나 ‘펭수, 힐링 한강’ 편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템마다 어그러져서 ‘모르겠다, 한강이나 가자’ 하고 갔는데, 의외로 재밌는 영상이 나왔다. 첫 라이브를 하느라 엉성한 것도 많았지만, 힐링도 됐고 구독자들과 소통도 하고. 펭수가 좋아하는 셀럽도 만났다. 정말 우연히 현장에서 만난 상황이라 너무 놀랐다. 그리고 ‘시골 손주 펭수’ 편도 좋아한다. 펭수를 시골로 한번 보내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다.(웃음) 펭수의 찐 매력은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때 나오는 것 같다.
이제는 우주 대스타가 돼서 소통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염문경 아무래도 사고가 생길 수도 있고 민폐가 될 수도 있으니까. 예전에는 거리에 나가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해서 웃겼는데, 이제는 안전 사고가 생길까봐 선뜻 나갈 수가 없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꼭 필요한 ‘자기객관화’
『펭수, 디 오리지널』 에 김명중 EBS 사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구독자가 1만 명 정도 됐을 즈음 간부 회의에서 “지금부터 이슬예나 PD보다 한 살이라도 많은 사람은 펭수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는데.
이슬예나 우리 제작진이 젊은 편이다. 가장 어린 친구가 스물네 살이다. <자이언트 펭TV> 의 시청자는 모든 연령대다. 아이들이 보는 프로그램인 만큼 시선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시청자가 “EBS의 최대 복지는 펭수”라는 댓글을 썼 는데, 20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더라.
염문경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신 게 아닐까.
이슬예나 유튜브는 정말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엄청나게 화려한 영상이나 스토리가 아니다. 다만 얼마나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가, 그 점에서 생명력이 생긴다. 책에도 나오지만 펭수는 펭클럽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
자이언트 펭TV 브랜드 스튜디오가 설립됐고, 펭수는 비타500, 붕어싸만코, 정관장, KB카드, 동원참치 등의 모델로 발탁됐다. 사업화 모델에 관한 고민도 클 것 같다.
이슬예나 큰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튜브 조회수로는 운영이 힘들다. 브랜딩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열살 펭수에게 어울리는 콘텐츠인가?’를 염두에 둔다. 제작진의 기획력을 믿고 맡겨주면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
펭수가 만나고 싶어 하는 인물이 있나? 또는 제작진 입 장에서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는 누군가?
이슬예나 진짜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출연하면 재밌을 것 같다. 펭수가 연습생이니까.(웃음)
콘텐츠 제작자가 꼭 가져야 할 마인드는 무엇일까?
염문경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는 영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종종 만나는데, <자이언트 펭TV>의 장점으로 모두들 ‘불호’가 없는 점을 꼽더라. 펭수는 펭귄이라는 것, EBS에서 만드는 콘텐츠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극단적인 캐릭터성을 갖는데, 이 두 개성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좋은 팀워크를 갖고 가야 확장성이 생긴다. VJ 한 명에게 의존하면 수명이 짧다.
이슬예나 자기객관화가 정말 중요하다. 스스로 재밌다고 생각해도 남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빠르게 접을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는 유행이 정말 빠르고 도태도 쉽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내공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객관화가 뚜렷하다.
앞으로의 목표는?
이슬예나 롱런하고 싶다. 유튜브에서 오래 살아남는 일이 정말 어렵지만, 가능한 한 독립성을 갖고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제작진의 공이 크다. 우리는 회의 때 ‘죽상’을 하고 만난 적이 없다. 만드는 사람이 힘들면 그 마음이 묘하게 콘텐츠에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행복과 재미도 놓치지 않으면서 오래오래 펭수와 함께 하고 싶다.
염문경 펭수가 사랑스러운 펭귄으로 오랫동안 남아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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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 디 오리지널 EBS 저 | 한국교육방송공사
특별 촬영한 ‘펭수의 은밀한 사생활’ 화보와, 펭수 인터뷰 및 미발표 자작시 포함! 1년 간 펭수를 아껴 준 팬들에게 EBS가 ’펭수와 관련한 단 한 권의 책‘을 바친다는 마음으로 제작한 본 화보매거진이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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