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킥복싱』 은 외출만 하고 돌아와도 몸져눕는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남다른 저질체력을 자랑하는 황보름 작가가 1년 동안 킥복싱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체력을 키우고자 체육관에 갔건만 근본 없는 몸부림을 치며 자신의 하찮은 체력만 더 절실히 느끼게 되는 ‘웃픈’ 이야기는 체력 저하로 고민하는 많은 이의 폭풍 공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한 결과, 작가는 코치님에게서 “100명 중 한 명만 될 수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경지에 이른다. 그 드라마틱한 변화가 책 전체에 걸쳐 유머러스하게, 때론 진지하게 펼쳐진다.
운동을 하면서 몸의 변화를 실감한 것은 첫 번째 소득, 그리고 체력이 좋아지니 마음까지 단단해진 건 두 번째 소득이다. 책은 운동이 내 몸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신나게 상상해볼 기회와 더불어, 남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불안감이 몰려올 때 스스로를 다독이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따스한 위로를 함께 건넨다.
『매일 읽겠습니다』 이후2년 반 만이에요. 매일 읽고 쓰는 사람에서 이제 운동도 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셨는데요. 킥복싱이라니요? 킥복싱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했을 때, ‘킥복싱’이 떠올랐다는 게 저도 신기했어요. 그런데 떠오르자마자 ‘그래, 이거다!’ 싶었고요. 한 번도 안 해본 운동을 하고 싶었고, 하고 나면 운동했다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그런 운동을 하고 싶었어요. 또 무엇보다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을 하고 싶었고요. 뭐 좀 해보려고 하면 이놈의 ‘몸뚱이’가 빌빌거리면서 ‘못 하겠다!’ 외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힘은 또 기가 막히게 없어서 힘을 써야 하는 상황에선 자주 위축됐고요.
이런 ‘몸뚱이’를 제대로 된 ‘몸’으로 만들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을 때, 킥복싱 체육관을 찾아간 거예요. 체력을 올리고 싶었고, 힘도 세지면 좋겠다 싶었고, 내가 나를 지키고 싶었어요.
책을 보면 체력이 점점 붙고 근육이 생기고 마음가짐도 단단해지는 과정이 상당히 잘 드러나 있던데, 요즘 체력은 어떠신가요?
당연히 운동을 하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아요. 지난 1년, 체력이 정말 차근차근 좋아졌어요. 체력 키우기도 외국어 공부하기와 비슷하더라고요. 매일매일의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데 몇 개월에 한 번씩 내 몸이 변했다는 걸 뚜렷이 알게 돼요. 그럴 때면 마치 헉헉 거리며 산을 오르다 뒤를 돌아본 기분이에요. 올라올 때는 몰랐는데 제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올라온 거죠. 그런데 요즘엔 조금 걱정이에요. 책에서도 말했듯 허리가 조금 안 좋아 운동을 쉬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코로나 19가 겹치는 바람에 계속 쉬고 있어요. 매일 1만보씩 걸으며 틈틈이 근력운동을 해주고 있지만, 체육관에서 땀 뻘뻘 흘리며 기진맥진하게 운동을 해줄 때와는 몸 상태가 확실히 달라요. 얼른, 체육관에 다시 다니고 싶습니다.
킥복싱의 매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최애’ 매력은 무엇인가요?
통쾌함이요. 책에 “통쾌했다. 내 몸의 일부를 이렇듯 다른 대상을 향해 최대한의 힘으로 밀어붙인 적은 처음이었다”라고 썼는데, 이게 말도 못 할 통쾌함이에요. 주먹을 힘 있게 뻗으며 코치님 미트에 갖다 댈 때, 발을 차며 체육관 가득 ‘탕’ 소리를 낼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샌드백에 주먹을 마구마구 날리면 에너지가 소진되는 속도와 비례해 스트레스도 날아가요. 꼴 보기 싫은 사람, 희망하기 어려운 세계를 떠올리며 그렇게 주먹을 날리다 보면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이제 됐다’ 싶은 기분이 드는 것도 좋고요. 체력은 둘째 치고 뭔가 세상에 쌓인 게 많은 분들에게 킥복싱을 추천합니다.
저질체력의 대명사였다가 6킬로그램 케틀벨을 양손에 들고 더블프레스까지 할 수 있게 됐어요. 이게 다 ‘느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인 것 같은데, 글쓰기와 킥복싱 말고 또 느슨한 노력을 기울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요즘 시간을 잘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많이 해요. 지난 몇 년, 시간은 눈 앞에 한 가득 펼쳐져 있는데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나에게 자주 짜증이 났거든요. 그래서 몇 주 전부터 하루 여덟 시간 ‘스마트폰 안 하기 운동’을 혼자 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이 블랙홀처럼 시간을 쪽쪽 다 빨아들이고 있더라고요. 스마트폰 하느라 일상의 흐름도 자꾸 끊기고, 해야 할 걸 못하고 있었어요. 스마트폰을 안 함으로써 ‘많아진 시간’을 잘 사용해보고 싶어요. 요즘 가장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바로 이 ‘스마트폰 디톡스’ 예요.
자기 방어가 정말 필요한 시대죠. 호신 측면에서 킥복싱이 정말 도움이 될까요?
킥복싱을 배운다는 건 제게 절체절명의 순간에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있도록, 그 상황을 있는 힘껏 모면할 힘을 갖추도록, 훈련한다는 의미였어요. 훈련은 반복을 말하고, 반복은 우리를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하도록 이끌어요. 저는 이제 누가 날 가열하게 때리려고 하면 반사적으로 두 팔을 올려 얼굴을 방어하게 될 것 같아요. 킥복싱 기본자세예요. 그러고는 코치님이 누차 말한 대로 눈은 상대를 주시할 것 같고요. 아마도 맞고만 있지 않으려 그간 훈련해왔던 대로 원-투-원-투 주먹도 날려보고 미들킥으로 상대의 옆구리도 공격해보겠지요. 그러다 틈이 나면? 도망가는 거예요. 호신은 ‘싸움’이 아닌 ‘보호’, ‘지키기’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거든요. 이렇듯 다르게 행동할 나를 그려보며 꾸준히 훈련을 한다면, 미래의 어느 순간 킥복싱은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삶에 흔들릴 때마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고민이 될 때마다 운동이 중심을 잡게 해 줬다고 하셨어요. 어째서인가요?
마음이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 운동 가는 날이네’ 하고 생각하면 우선 조금 안정이 됐어요.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됐거든요. 체육관 들어가기 전에 어땠든 나올 때의 마음은 결국 달라질 거라는 걸요. 극강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으로 체육관에 들어섰더라도, 들어선 순간 거칠고 불안할 틈이 없는 거예요. 운동하기도 벅찬데, 어렵고 복잡하고 답 없는 생각에 마음을 쓸 겨를이 없는 거지요. 그렇게 혼을 쏙 빼놓을 만큼 힘든 운동을 하고 체육관을 나서면 몸이 가벼워져 있어요. 그런데 몸이 가벼워지면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지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은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침에 하던 고민을 잊거나 과장해서 바라보지 않게 돼요. 그렇게 저녁마다 조금씩 현명해지는 거예요. 습관적인 걱정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만 찾는다면, 덜 흔들리며 살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운동 덕분에 중심을 잡게 됐는데, 다른 분들도 다른 것에서 도움을 받고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방법을 못 찾은 분들에겐, 운동을 권해요.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말하면서도 선뜻 마음먹기 어려워하는 독자들께 한 말씀해주신다면?
저도 이런저런 운동을 해봤는데, 그중 유독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더라고요. 그런 운동을 찾으셔야 해요. 운동을 재미가 아닌 의지와 연결하면, 운동하러 가는 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잖아요. 나에게 재미있는 운동, 분명 있을 거예요. 팁을 하나 드리자면, 누군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와, 멋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나도 저거 해보고 싶다’ 하고 생각하신 적 있으신가요. 이 생각을 따라가보는 거예요. 실내 암벽을 타며 팔뚝 근육을 자랑하던 그 사람의 뒷모습, 풋살 경기장에서 공을 빼앗던 그 사람의 얼굴에 흐르던 땀방울, 주말마다 모여 스케이팅을 하던 쇼트트랙 성인 동호회 사람들, 도복을 입고 상대를 제압하며 진지해진 그 사람의 눈빛, 이런 이미지를 따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그 운동’을 큰마음 먹고 한번 해보는 거예요. 우리는 이미 그간 늘 해오던 운동이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몇 번이나 포기했었잖아요. 그러니 새로운 운동을 해보세요. 어쩌면 새롭게 시작한 그 운동이 인생 운동이 될지도 몰라요. 제게 킥복싱이 그랬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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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킥복싱 황보름 저 | 티라미수 더북
스스로에게 넌더리가 날 정도로 체력 저하에 시달리던 저자가 킥복싱 체육관에서 보낸 분투의 기록이자, 꼬박 1년 동안 운동하며 일어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담은 일지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