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이 아닌 25년을 말하는 법, 방탄소년단(BTS) 뷔
스물다섯의 청년 뷔는 최고의 스타가 된 지금에 이르러 오히려 화려하게 빛나는 밖이 아니라 소중한 추억이 가득한 자신의 내면을 향하고 있다.
글ㆍ사진 박희아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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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공식 트위터

 

 

“쟤 좀 그거지? 애물단지.” 과거에 같은 음악방송 무대에 섰던 다른 그룹의 멤버가 농담과 진담이 반반 섞인 말투로 묻자,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귀여워요.” 두 사람 사이에서 마냥 해맑게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는 뷔의 모습은 그 뒤로 여러 해가 흐른 지금까지 여전히 그대로다. “애물단지”라는 소리를 듣던 시절의 소년은 아직도 말을 종종 더듬으며 어리바리하게 한 문장을 완성하고,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면 감정의 동요를 참지 않고 입을 크게 벌리고 아이처럼 웃어버린다.

 

최근 몇 년 사이 방탄소년단은 소설, 영화 등에서 발견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학, 철학적 소재를 자신들의 콘텐츠로 승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에 발매한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의 선공개 곡 ‘블랙 스완’의 아트 필름과 타이틀곡 ‘ON’의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도 그 예다. 두 가지 필름 속에서 댄서들과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우리가 흔히 보고 듣던 K-POP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전 세계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그들의 현재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무대 바깥에 내려와 해맑게 웃고 있는 뷔는 언뜻 ‘월드 스타’ 내지는 ‘아티스트’라는 타이틀과 가장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멤버처럼 보인다.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인 ‘달려라 방탄’이나 ‘본 보야지’에서 뷔는 얼토당토않은 대답이나 엉뚱한 행동으로 멤버들에게 웃음을 주고, 종종 흥분하면 사투리를 쓰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멤버. 이런 그의 모습은 지금 방탄소년단이 지닌 위상을 생각할 때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친근함을 안긴다.

 

심지어 데뷔 시절에 “어릴 적부터 농부가 꿈이었다”고 말하던 그는 세계 최고의 스타 대우를 받는 동안 자신들을 둘러싼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딸기 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새 앨범의 기자회견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텅 빈 홀을 보며 “기자님들 오신다고 해서 예쁜 옷도 입고 왔는데”라며 소박한 단어들로 아쉬움을 표현하는 그의 말들은 투박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올라서 버린 방탄소년단의 위치를 좀 더 팬들과 가깝게 교감할 수 있는 위치로 자연스레 끌어내린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 교감할 수 있는 사이를 꿈꾸는 팬들에게 뷔는 세계적인 스타인 BTS와 패기와 열정으로 팬들에게 먼저 다가섰던 방탄소년단을 모두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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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의 한 장면

 

 

그리고 정규 4집에 수록된 자신의 솔로곡 ‘Inner Child’에서 뷔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너의 눈을 비춘 빛들은 지금의 나니까 / You’re my boy, my boy.” 마냥 밝고 철이 없어 보여서 “애물단지”냐는 소리를 듣고, 멤버들로부터 “태형이(뷔의 본명)가 말을 잘 못 해서”라는 장난 가득한 놀림을 받던 뷔는 이 곡을 통해 유년기의 자신과 갓 방탄소년단이 되어 혼란했을 때와 현재의 자신, 나아가 가까운 미래의 자신을 모두 끌어안는다. 딸기 농사를 짓고 싶던 어린아이가 세계 음악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존재로 거듭난 순간에도, 뷔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내보이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네게 내 손을 맞닿으면 / 그 손을 잡아줄 수 는 스물다섯의 청년은 최고의 스타가 된 지금에 이르러 오히려 화려하게 빛나는 밖이 아니라 소중한 추억이 가득한 자신의 내면을 향하고 있다. 7년을 이야기하는 앨범에서 25년의 시간을 말하는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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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BTS #뷔 #On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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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camoretree4

2020.03.06

글에 잘못된 정보가 있어 댓글을 씁니다.
뷔의 꿈은 농부가 아니고 처음부터 가수였습니다.
그는 초등 6학년 때 이미 아버지에게 가수가 되고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때 아버지가 흔쾌히 받아주고 가수에게는 악기를 연주하는게 음악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까지 해주어 너무나 고마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학생때부터 색소폰을 배우고 경남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뷔는 방탄 멤버 중에서 폐활량이 가장 크고 성량도 가장 큰 멤버입니다.
"농부가 되겠다"는 말은 한 외국인터뷰에서 "만약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나온 말입니다. 어린시절 함께 살던 조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셨으니 농사를 짓고 있었을 것 같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색소폰연주가가 되었을 것 같다고 대답한 적도 많았고 요즘엔 대부분 색소폰연주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애물단지"라는 표현도 친한 선배가 귀여워서 한 말인데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밝혀둡니다.
제가 보아온 뷔는 창의적 예술성이 풍부한 선하고 예의바르고 다정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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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ky

2020.03.06

한 아티스트에게 진정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쓰신게 느껴져서 마음에 와 닿습니다. 방탄소년단뷔에 대한 시각은 사람마다 다양하지만, 태형은 데뷔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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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