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지난 방송에 ‘김예스’ 님이 출연하셨잖아요. “김예스 님 방송 넘 잘하시네요!! 옹기종기의 쿠션이 되어주셔서 출연자분들 번갈아 가면서 쉼도 가지실 수 있길 바라요”라는 후기가 있었어요. ‘쿠션’이라는 표현 정말 좋죠?
캘리: 저는 ‘사랑의 춤꾼’에 이어 ‘사랑의 배달꾼’으로 왔습니다.(웃음) 청취자 분께서 <책읽아웃> 굿즈를 만들어 보내주셨어요. 포토카드인데요. 진짜 예뻐요.
프랑소와 엄: 센스 넘치는 선물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또 네이버에 <책읽아웃> 팬카페 생겼잖아요? 느슨한 관계를 추구한다고들 하시는데요. 저는 부담스러운 관계도 좋습니다.(웃음)
불현듯(오은): 오늘 주제는 ‘봄을 기다리며 읽는 책’입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나무, 이야기로 피어』
손남숙 저 / 장서윤 그림 | 목수책방
오늘은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을 실컷 얘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골랐습니다. 손남숙 작가님이 글을 쓰고, 장서윤 작가님이 그림을 그린 나무 에세이예요. 55편의 글이 실렸고요. 이 책은 <책읽아웃> 모꼬지 때 제가 프엄 님께 받은 선물이에요. 그래서 언젠가 이 책을 꼭 <어떤,책임>에서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도 그럴 게 프엄 님이 책 사이에 끼운 엽서에 '고운 책'이라고 쓰셨거든요. 그 말이 꼭 맞아요. 아주 곱고, 포근하고, 맛있는 책입니다. 글맛, 그림맛이 정말 좋았어요. 읽는 내내 따뜻한 날 공원에서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글 사이에 바람이 부는 느낌이었어요.
먼저 글을 쓰신 손남숙 작가님 이야기를 할게요. 작가님은 2004년에 귀향해서 우포늪의 자연환경해설사로 일하고 계신대요. 우포늪을 좋아해서 시집 『우포늪』 을 출간하시기도 했죠. 작가님의 글맛을 느끼게 하는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이미 익힌 즐거움 위에 새로운 즐거움을 얻는 일은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나만의 뿌듯하고 확실한 씨앗으로 수확된다. 그리고 점점 더 멀리 확산되고, 더 번지고 날아가 아주 작고 작은 생명체를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연결된다. 흔히 보는 주변의 참새와 노랑 나비와 지렁이 한 마리까지 자연이 일으키는 감각과 활기찬 율동은 만인에게 공개된 비밀이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쁨의 날개인 것이다.
“만인에게 공개된 비밀”이라는 대목에서 진짜 현실 감탄했어요. 저도 꽃이나 나무 이름 찾아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요. 이 글을 읽고는 비밀을 알아내는 일이라 즐거웠던 거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 책을 보면 우리가 몰랐던 나무의 비밀을 알게 돼 참 좋아요.
작가님은 어떤 나무를 새롭게 보는 데에 특별한 재능이나 감각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무심코 지나치던 나무가 어느 날 눈에 선연히 들어온다면 바로 그 날이 재능을 발견하는 날이라고 말하거든요. 올 봄, 어느 날 어떤 나무가 눈에 확 들어온다면 그 나무를 친구 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저 | 문학동네
이번에는 내용을 말씀 드리지 않고 환기하는 느낌으로 소개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거든요. 제10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에요. 제목을 보고 하이틴 소설일까 싶었는데 책을 읽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이 현실세계를 드러내 보이는 면이 참 많더라고요. 정말 좋은 책은 어떤 연령대가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은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책이지만 누가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 가, 그리고 무엇을 봐야 하는가, 이 두 가지가 담긴 소설이라 더욱 좋았습니다.
‘독고솜’은 중학교 1학년이고요. 어느 날 전학을 옵니다. 전학생이 오면 소문이 많이 돌잖아요. 소문 때문에 편견이 생기죠. 무수한 구설수가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이 사람의 진면목은 점점 희미해져요. 또 소설에는 반장이 등장하는데요. 전학 온 독고솜이 뭔가 강한 느낌이 드니까 불안한 거죠. 그래서 독고솜에 관한 말을 퍼트려요. 독고솜은 변명도 않고 가만히 있고요. 심지어 독고솜은 마녀거든요. 우리는 첫인상을 보고 이미 속단을 해버리잖아요.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 그 사람을 이해할 기회를 놓치게 돼요. 그런 점을 생각하는 책이라서 이 책을 다 읽고는 누군가를 프레이밍하고, 선을 긋진 않았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추리소설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이 아주 색달라요. 어떤 사건이 있다면 흔히 그 일의 범인은 한 명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관계를 맺고, 다 연결되어 있죠. 그러니까 그 사건을 일으킨 데에는 모두 조금씩 책임이 있는 거예요. 이런 부분을 생각하게 하는 굉장히 매끈한 소설이었습니다. 더구나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거든요. 이를 통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다르게 볼 수도 있어서 참 좋아요. 편견과 소문에 갑갑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여행 말고 한달살기』
김은덕, 백종민 저 | 어떤책
제가 한 달 만에 출연하는 거라 책을 잘 골라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제 다섯 권의 책을 인스타그램 라이브에 올려서 의견을 받았죠. 후보였던 책은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 『하늘에』 ,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 『이름을 알고 싶어』 였는데요. 주제에 충실한 책을 가져와야겠다 생각도 했고요. 봄이니까 노란색 표지라서 가져온 책이기도 했어요. 이 책은 여행 정보를 담은 책이라 독자들이 현실적으로 궁금할 내용을 정말 가득 담았어요. 대충 만든 페이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김은덕, 백종민 두 저자 분들은 2012년 작은 결혼식을 하신 후 다음 해에 세계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한달살기가 유행이지만 한참 전부터 이런 생활을 해오신 분들이죠. 지금까지 40곳의 도시를 여행하셨고요. 책을 보면 한달살기가 왜 좋은지, 어디에서 한달살기를 하면 좋은지, 어떻게 하면 항공권을 경제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지 등 정보를 아주 꼼꼼하게 담아두었어요. 사진은 물론이고, 가계부처럼 실제로 한달살기를 하면서 쓴 금액을 밀크티 한 잔까지 계산해서 담아놓은 부분도 있거든요. 마지막 부분에는 점수표가 있어서 읽으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의 별점이 높은 도시를 선택하면 될 거예요. 가령 휴직자나 이직 준비자에게 좋은 도시로는 바르셀로나, 베를린, 파리를 추천했고요. 은퇴자 부부의 경우는 치앙마이, 호찌민, 가오슝을 추천했어요.
이 책은 한달살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초심자 분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정보도 많고, 글도 좋고, 진짜 독자를 생각하면서 양심적으로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 대표님의 인터뷰를 꼭 소개하고 싶은데요. 이런 마음으로 책을 만드는 출판사라는 것을 소개하고 싶어요.
책을 우선 순위에 두는 마음, 그런 게 맞으면 좋지 않을까요. 책이라는 게 정말 애쓰지 않으면 좋은 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출간이 되면 보통 5년 이상 유통되고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납본의 의무를 가진 이를 테면 기록물입니다. 100년 후까지 책이 남는다 생각하면 더 허투루 할 수가 없어요.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신연선
읽고 씁니다.